맥북으로 이동한다는 것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일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1. 선택의 이유는 언제나 불편에서 시작된다어떤 도구로 이동한다는 결정은 대개 장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반복되는 불편,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쌓여온 작은 좌절에서 시작된다. 나에게 맥북으로의 이동 역시 그랬다. 새로운 것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기존의 환경이 더 이상 나의 일과 사고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감각 때문이었다.윈도우 노트북은 분명 강력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제약이 적다. 개발, 테스트, 분석, 심지어 위험한 실험까지 가능하다. 그 자유로움은 한때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자유는 관리 능력을 요구하고, 그 관리 비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누적된다.2. 윈도우 노트북, 자유가 남긴 흔적들윈도우 ..
2025. 12. 25.
헤엄칠 만한 인간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이미 물속에서 한 번의 삶을 경험한다. 양수라는 부드러운 물의 품 속에서 태아는 자라고, 움직이고, 세상의 첫 리듬을 배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성장한 뒤 물속에 다시 몸을 담그면 우리는 낯설음과 두려움을 먼저 마주한다. 물속에서 숨을 고르며 헤엄치기 위해서는 다시 배우고, 익숙해지고,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은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긴장한 어깨는 자연스럽게 굳어가고, 힘을 잔뜩 준 팔다리는 움직임을 잃어버린다. 그 순간 몸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물은 억지와 과한 힘을 거부한다. 반대로, 힘을 빼고 스스로를 물에 맡기는 순간, 몸은 가볍게 떠오르고 호흡의 흐름도 부드러워진다. 물은 우리의 긴장을 흡수하고, 내려놓는 법을 알 ..
2025.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