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31 내 인생의 계획에 없던 길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젊었을 때 나는 인생이 어느 정도 계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좋은 학교에 가고, 전공을 정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다. 그렇게 실력을 인정받고 조금씩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시절에는 그것이 가장 정상적인 인생의 모습처럼 보였다.나는 전자공학을 공부했고, LG전자 연구소에서 RF 회로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기술을 다루며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회로를 보고, 문제를 찾고,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설계를 고민하는 일이 익숙했다.무엇보다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명확했다. 문제가 있고 답이 있었다. 측정값이 틀리면 이유를 찾으면 되었고, 회로가 원하는 성능을 내지 못하면 다시 설계하.. 2026. 9. 21. 잘하는 일을 내려놓아야, 나만의 일이 보인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게 된다.나는 어디에서 출발했고, 지금은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젊었을 때는 이런 질문을 별로 하지 않았다.그저 앞에 놓인 일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고, 조금 더 빨리 배우고,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면 언젠가는 좋은 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었다. 나의 첫 직장은 LG전자 연구소였다. 전자공학을 공부했고 RF 회로를 설계했다. 하루 종일 회로를 보고, 측정하고,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유를 찾아야 했다. 부품 하나를 바꿔보고, 조건을 바꿔보고, 다시 측정했다.문제가 풀리는 순간에는 묘한 기쁨이 있었다. 보이지 않던 원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복잡했던 현상이 하.. 2026. 9. 21. 답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다 살다 보면 답을 알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해야 할 일은 많은데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젊었을 때는 그런 순간이 오면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경험이 부족해서 답을 모르는 것이고, 조금 더 공부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모든 것이 분명해질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경험이 쌓인다고 해서 선택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얻을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잃을 수 있는 것도 보인다. 한 번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조금 더 멀리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결정은 스무 살보다 마흔 살, 쉰 살에 더 어렵다.젊을 때.. 2026. 9. 21. 삼전·닉스 '34조원 방어막'의 끝? 코스피 수급 공백에 대비하는 4가지 핵심 인사이트 1. 서론: 우리 주식시장을 버티게 한 '최후의 방어선'최근 국내 증시는 지독한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거래대금은 말라가고, 투자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중동 전쟁의 장기화, 고금리 지속, 그리고 불안한 환율까지 대외 악재가 산적해 있음에도 코스피가 붕괴되지 않고 버텼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그 이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거인이 구축한 '거대 자사주 매입'이라는 최후의 방어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든든했던 보이지 않는 손이 이제 곧 멈춰 서려 하고 있습니다. 2. [Takeaway 1] 34조 원의 거대한 방패: 단순한 매입 그 이상의 가치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국면에서 시장에 투입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무려 합산 34조 6,978억 원.. 2026. 9. 20. 단순 챗봇의 시대는 끝났다: '손과 발'을 가진 자율형 에이전트 '헤르메스'가 선사할 업무의 미래 1. 서론: 챗봇의 시대를 넘어 '수행'의 시대로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AI 도구들 속에서 현대 직장인들은 일종의 'AI 피로감'을 호소하곤 합니다. 정작 "그래서 내 업무가 실제로 얼마나 줄어들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AI가 질문에 답을 내놓는 똑똑한 '백과사전' 혹은 '챗봇'의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직접 파일을 열고, 수정하고, 결과물을 전송하는 '에이전트'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단순히 말만 잘하는 인공지능을 넘어, 사용자의 손과 발이 되어 실무를 완벽히 대행하는 자율형 에이전트 '헤르메스(Hermes)'가 가져올 업무 혁명의 본질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2. 테이크웨이 1: 단순 답변을 넘어 '실행'하는 AI의 탄생기존의 챗GPT.. 2026. 9. 20. “사람은 가장자리에서 일한다” : 잭 도시가 블록(Block)을 통해 보여준 AI 조직 혁신의 5가지 충격적 진실 회사의 실적이 역대급으로 좋은 상황에서 전 직원의 40%를 감원한다는 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가 이끄는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은 최근 4,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위한 경영적 판단이 아닙니다. 잭 도시는 지금 AI를 조직의 중심에 두고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이른바 ‘알고리즘 거버넌스(Algorithmic Governance)’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이번 실험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설계의 패러다임을 '인간 중심의 조정'에서 '지능 중심의 운영'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도전입니다.1. 실적이 좋은데도 감행한 4,000명의 해고, 그 이면의 숫자.. 2026. 9. 20. 중국을 보며, 다시 한국을 생각하다 20년 전, 처음 중국 상하이에 출장을 갔다. 구미 LG전자에서 서울의 외국계 회사로 자리를 옮긴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내가 맡았던 일은 노키아의 측정 시스템을 조립하고 검증하는 업무였다. 지금처럼 중국이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는 나라로 느껴지던 시절은 아니었다. 내 눈에 비친 중국은 거대한 제조공장이었다. 상하이 거리에는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풍경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활의 모습이 함께 있었다.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느껴졌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회사의 Asia Pacific 지역에는 일본과 한국,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 호주 등 여러 나라가 포함되어 있.. 2026. 8. 23. 확증편향 - 오래된 확신을 의심하는 일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그리고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더욱 굳게 믿게 해주는 정보에 마음이 끌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향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판단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그것과 충돌하는 정보는 외면하거나 축소해서 해석하는 태도다. 새로운 사실을 통해 생각을 바꾸기보다, 이미 내려놓은 결론을 지키기 위해 사실을 골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이렇다.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마음이다. 문제는 확증 편향이 특별히 이상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많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 2026. 8. 17. 찰나를 영원으로 남기는 일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사진이 많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여섯 아들과 두 딸을 키우느라 평생 고단하셨다. 아버지 역시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왔지만,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벅찼던 시절이었다. 카메라를 장만하거나 가족이 단정히 모여 사진을 찍는 일은 사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나는 사진 속에서보다 희미한 기억 속에 더 많이 남아 있다. 그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때는 형편이 조금 나았던 이모 집에 갔을 때였다. 이모 가족과 앞산으로 놀러 가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이 어린 시절의 드문 기록이다. 우리 가족만 함께 찍은 사진은 어느 휴게소에서 촬영한 한 장이 거의 전부였다. 어디로 가던 길이었는지, 누가 사진을 찍어주었는지는 이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2026. 8. 16. 이전 1 2 3 4 ··· 20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