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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전쟁의 진짜 무기: 왜 '물리학 교과서'가 최신 드론보다 중요할까?

by Heedong-Kim 2026. 1. 7.
현대전의 양상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드론 전쟁’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마치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싸우는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미래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의 본질을 크게 오해한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서 드러난 진실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전쟁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 바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술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진짜 전장, 즉 고도로 숙련된 '인간'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대전의 본질이다.
 

 

1. 파일럿 한 명의 가치 = 탱크 한 대의 가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흥미로운 ‘보너스 포인트 시스템’은 현대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스템은 전투원들이 특정 임무를 완수하면 포인트를 부여하고, 이 포인트로 드론, 차량, 무기 등 1천 가지가 넘는 장비를 교환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군 무인체계부대 사령관인 로버트 브로브디(호출부호 '마자르')가 이끌던 부대는 이 시스템을 통해 16,000점 이상을 축적했다. 이는 주간·야간 FPV 드론 500대, '뱀파이어' 폭격 드론 100대, 정찰 드론 40대와 맞먹는 엄청난 규모다.
주목할 점은 표적별로 배분된 가치다.
 탱크 파괴: 40점
 러시아 드론 파일럿 부상: 15점
 러시아 드론 파일럿 사살: 25점
이 포인트 제도는 단순한 전술적 보상을 넘어선다. 숙련된 드론 파일럿 한 명의 전략적 가치가 수십억 원짜리 탱크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쟁 초기 보병 사살 점수가 2~3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드론 파일럿의 가치가 얼마나 급상승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전쟁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2. 가장 안전해 보이는 자리, 가장 위험한 표적이 되다

드론 파일럿은 엄폐물 뒤에서 원격으로 장비를 조종하기에 언뜻 전장에서 가장 안전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오늘날 드론 파일럿은 적의 최우선 제거 대상이 되고 있다. 전투를 수행하는 주체는 드론이라는 기계가 아니라, 그것을 제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파일럿을 엄청난 ‘비대칭적 가치’를 지닌 표적으로 만든다. 적 지휘관은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질 수밖에 없다. 상당한 자원을 소모해 값싸고 쉽게 대체 가능한 드론 한 대를 파괴하는 것은 전술적 손실이다. 반면, 그 뒤에 있는 고도로 훈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파일럿을 제거하는 것은 전략적 승리다. 새로운 드론을 띄우는 데 걸리는 단 몇 분보다 훨씬 오랫동안 적의 작전 능력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의 공세로부터 진정한 전술적 안전을 확보하는 길은 단 하나다. 산발적으로 드론을 격추하는 것을 넘어, 드론 부대 전체의 '신경계' 역할을 하는 조종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3. 진짜 무기는 드론이 아니라 '기초 과학' 지식이다

드론 파일럿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단순한 조종술이 아니다. 러시아의 항공우주 전문가 드미트리 쿠지야킨은 현재의 전쟁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번 전쟁은 고등 기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서로에게 총격을 가하는 첫 번째 전쟁입니다."
그의 말처럼, FPV 드론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물리학, 전자공학, 전파공학, 프로그래밍 같은 기초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전파의 편파 특성이나 안테나의 방향성 같은 원리를 모른다면 장거리 비행조차 불가능하다. 쿠지야킨은 "인공지능 터미네이터나 허구의 전투 로봇이 설 자리는 없다"고 단언한다.
대학에서 배운 특정 기술은 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구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물리학, 수학 등 기초 과학에 대한 탄탄한 이론적 기반은 파일럿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게 만드는 핵심 열쇠다. 원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고 새로운 전술을 창조할 수 있다.

 

4. 드론은 소모품이지만, 파일럿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지식이 곧 생존’이고, ‘생존이 곧 전투력’이라는 명제는 드론 파일럿의 가치를 정확히 설명한다. 드미트리 쿠지야킨이 이끄는 중앙설계국(ЦКБР)의 훈련 기관 사례는 이를 명확히 증명한다. 그의 기관은 실전 투입 전 물리학, 수학 등 기초 과학에 기반한 체계적인 이론 교육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 놀라운 결과는 전쟁 기간 동안 졸업생 중 단 한 명의 전사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충분한 이론 교육을 받은 파일럿은 적의 전자전 위협을 사전에 인지하고 회피할 능력을 갖춘다. 반면, 속성으로 양성된 미숙련 파일럿의 높은 전사율은 단순한 인력 손실을 넘어, 어렵게 축적된 전술 지식의 소실로 이어져 부대 전체의 전투력을 약화시킨다.
드론은 파괴되어도 몇 분 만에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이다. 하지만 복잡한 훈련과 실전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을 갖춘 파일럿은 대체 불가능한 전략 자산이다. 나아가 이러한 손실은 조종사 한 명에게 그치지 않고, 그를 지원하는 통신 전문가, 정비병, 무장 담당자 등 작전 셀 전체로 확장된다. 드론은 단일 부품이지만, 숙련된 팀은 하룻밤 사이에 재건할 수 없는 하나의 살아있는 무기체계다.
 

 

결론: 우리는 무엇에 투자해야 하는가?

드론 전쟁의 본질은 첨단 기술의 경쟁이 아니라 결국 ‘사람의 전쟁’이다. 전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최신 드론이 아니라, 그 기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운용하며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사람’이다.
현재 우리 군이 추진하는 '50만 드론 전사 양성' 계획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야심찬 첫걸음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성패는 양성된 인력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갖춘 지식의 '질'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단순히 조종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새로운 전술을 개발할 수 있는 ‘사고하는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최첨단 드론에 먼저 투자해야 할까, 아니면 그것을 운용할 ‘사고하는 전문가’에게 먼저 투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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