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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26

어른의 기준은 나이에 있지 않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뜻이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과 어른답다는 평가는 전혀 다른 기준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종종 그 차이를 ‘꼰대’라는 단어를 통해 확인한다. 나이는 많지만 생각은 오래전에 멈춰 있고, 과거의 자기 기준과 성취를 반복해서 증명하려 드는 모습. 그것은 지혜라기보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마음에 가깝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라는 고백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고, 각자 다른 궤적 위를 걷는다. 경험의 순서도, 속도도, 깊이도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게 통과한 구간에서 머물러 있고, 누군가는 늦게 시작했지만 더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바둑판 위에서, 자신만의 수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2025. 12. 28.
맥북으로 이동한다는 것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일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1. 선택의 이유는 언제나 불편에서 시작된다어떤 도구로 이동한다는 결정은 대개 장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반복되는 불편,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쌓여온 작은 좌절에서 시작된다. 나에게 맥북으로의 이동 역시 그랬다. 새로운 것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기존의 환경이 더 이상 나의 일과 사고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감각 때문이었다.윈도우 노트북은 분명 강력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제약이 적다. 개발, 테스트, 분석, 심지어 위험한 실험까지 가능하다. 그 자유로움은 한때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자유는 관리 능력을 요구하고, 그 관리 비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누적된다.2. 윈도우 노트북, 자유가 남긴 흔적들윈도우 .. 2025. 12. 25.
삶의 진폭을 견디는 힘 삶을 길게 조망하면 누구에게나 상승과 하강이 교차한다. 흔히 말하는 새옹지마의 원리는 특정한 시대나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년기에는 부모와 친구를 힘들게 하며 거칠게 살아가던 이가 성인이 되어 놀라울 만큼 온화한 인격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과학에서도 완전한 ‘점’이나 ‘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추상이다. 계산과 가정을 위해 설정한 이상적 기준일 뿐, 실제의 세계는 언제나 조금씩 불완전하고 흐릿한 경계를 지닌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시기의 모습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변화와 진폭을 품은 존재다. 평온한 삶을 오래 유지하던 이가 말년에 크고 깊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오랜.. 2025. 12. 10.
숙고의 힘 생각은 단순한 인지 활동을 넘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깊게 바꾼다. 반복하여 사유하고, 그 사유를 다시 반추하며 다듬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숙고는 결국 시야의 확장이며, 사고의 경계선을 넘는 일이다.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사진은 회화와는 다른, 독특한 관조의 힘을 지닌 예술이다. 사물과 현상의 찰나적 움직임을 포착해 시간과 공간 속에 고정시키는 것이 사진의 본질이다. 그러나 황혼의 빛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기묘한 순간을 아무리 정교하게 잡아내도, 단지 ‘식당 벽의 흔한 사진’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겉보기에는 평범한 장면인데, 사진을 들여다볼수록 시선이 머물고 공감이 확장되는 작품도 존재한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숙고의 깊이다. 대상에 대한 고민.. 2025. 12. 9.
헤엄칠 만한 인간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이미 물속에서 한 번의 삶을 경험한다. 양수라는 부드러운 물의 품 속에서 태아는 자라고, 움직이고, 세상의 첫 리듬을 배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성장한 뒤 물속에 다시 몸을 담그면 우리는 낯설음과 두려움을 먼저 마주한다. 물속에서 숨을 고르며 헤엄치기 위해서는 다시 배우고, 익숙해지고,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은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긴장한 어깨는 자연스럽게 굳어가고, 힘을 잔뜩 준 팔다리는 움직임을 잃어버린다. 그 순간 몸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물은 억지와 과한 힘을 거부한다. 반대로, 힘을 빼고 스스로를 물에 맡기는 순간, 몸은 가볍게 떠오르고 호흡의 흐름도 부드러워진다. 물은 우리의 긴장을 흡수하고, 내려놓는 법을 알 .. 2025. 11. 29.
쉰 살에야 비로소 나에게 이기적이 되는 법을 배웠다 쉰 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나보다 남을 먼저 보는 데 써 왔다는 것이다. 사소한 장면들부터 그랬다. 함께 밥을 먹으러 가면, 메뉴판은 늘 형식적인 존재였다. 모두가 짜장면을 시키면, 나는 굳이 내 입맛을 확인해 보지 않았다. 볶음밥이 더 먹고 싶어도, 냉면이 당겨도, “저도 짜장면이요”라는 말은 너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왔다. ‘괜히 혼자 다르게 시켜서 분위기를 깨면 어쩌지.’ 그 한 줄기 생각이 늘 나를 조용한 다수의 편으로 밀어 넣었다. 돌아보면, 그 배경에는 오래된 공기가 깔려 있다. 전체의 조화를 위해 개인은 조금쯤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배웠던 시절. 집안에서는 장남이니까 참고, 양보하고, 먼저 나서는 대신 뒤에서 맞추는 것이 미덕이라고 들으며 자랐다. .. 2025. 11. 23.
책을 쓰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책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과정이다. 한 문장을 적기 위해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고,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감추어두었던 민낯을 마주해야 한다. 그런데도 책을 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누구나 자연스럽게 경직되고, 익숙한 방법에 안주하게 되며, 결국 스스로도 모르게 과거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려는 상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즉, 책 쓰기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 된다. 꼰대란 변화를 두려워하고, 익숙한 세계 안에서 자신이 쌓아온 경험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내세우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말하고 가르치는 일에 익숙하며, 자신의 견해만이 정답이라고 확신한다. 타인의 이야기는 듣는 척할 뿐, 마음속에는 이미 자신의 말로 되돌리기 위한 .. 2025. 11. 20.
불광불급, 온전히 몰입하는 삶의 순간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이 말은 단순한 과장이나 열정의 미사여구가 아니다. 한 인간이 어떤 목표를 향해 기꺼이 자신을 던졌을 때 비로소 닿게 되는 지점, 그 깊은 몰입의 경지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다. 어떤 일에 집중하고, 빠져들고, 결국 미쳐서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부터 세계는 달라 보인다. 똑같은 환경, 똑같은 사물, 똑같은 사람들인데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모든 장면이 목표를 향한 길 위에 연결된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갈수록,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결들이 보이고, 이전에는 귀에 닿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인간은 그렇게 몰입할 때 변화한다. 2000년대 초반, LG전자에 입사해 인화원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던 날이 있었다. 서울역에 내리자.. 2025. 11. 16.
성장은 계단처럼 온다 성장은 늘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직선 그래프처럼 꾸준히 올라가는 길을 상상하지만, 현실의 성장은 그와 거리가 멀다. 수영을 하며 깨달아 온 과정이 그 대표적인 예다. 10년째 아침마다 물속을 가르며 헤엄치지만, 초창기에는 자유형의 호흡 하나조차 버거웠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몸은 물에 가라앉고, 마음은 매번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느 날,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왔다. 호흡이 자연스러워지고, 물살 위로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팔과 다리는 힘이 아닌 리듬으로 움직였고, 나는 그제야 ‘수영이 되는 순간’을 만났다. 이 변화가 선형적이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오늘 조금 나아졌으니 내일도 조금 더 나아지고, 다음 주에는 더 잘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면 .. 202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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