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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9

잘되는 집과 안되는 회사의 닮은꼴 행복한 가정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말이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 문장은 여전히 인간과 사회를 꿰뚫는 통찰로 남아 있다. 나는 여기에 조금 다른 해석을 덧붙이고 싶다. “잘 되는 집은 대체로 비슷하고, 안 되는 집의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잘 되는 회사는 천차만별이고, 안 되는 회사의 사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 문장에는 가정과 조직의 본질적인 차이가 숨어 있다. 집은 사람의 관계로 이루어지고, 회사는 시스템과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되는 이유’와 ‘안 되는 이유’의 패턴이 서로 반대가 된다. 1. 잘 되는 집의 공통분모잘 되는 집은 특별한 비법이 없다. 서로에게 예의가 있고, 말이 오가며, 하루의 .. 2025. 10. 13.
1장. 물과 나 사이의 오해 나는 오랫동안 물을 두려워했다.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고 폐도 튼튼하지 못했다. 숨이 차오르면 늘 기침을 했고, 조금만 뛰어도 금세 호흡이 가빠왔다. 그런 내게 물속에서 호흡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은 언제나 차갑고 무겁고, 나를 가라앉히려는 적 같았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수영장에서 웃으며 뛰어들 때, 나는 멀리서 바라만 봤다. 그 순간에도 물속은 나를 환영하지 않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성인이 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점점 더 무거워졌다. 몸은 늘 피곤했고, 마음은 일과 인간관계에 치여 지쳐갔다. 회사에서의 성과 압박, 동료와의 경쟁, 가정에서의 역할이 한꺼번에 겹치자 숨이 막히는 순간이 많았다. 내 일상은 마치 수면 위.. 2025. 10. 12.
영업의 본질은 ‘정성’이다 영업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고객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생각하며, 그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지가 영업의 성패를 가른다.대부분의 영업인들은 자신의 회사, 제품, 솔루션을 중심으로 사고한다.그러나 진정한 영업은 고객의 프로젝트, 고객의 목표, 고객의 도전과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일이다.고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그 ‘같이(With)’의 마음이야말로 세일즈의 출발점이다.1. 영화 역린이 전하는 영업의 철학몇 해 전, 영화 역린의 한 장면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장대한 오프닝에서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배우 현빈의 근육이 아니라, 한 구절의 문장이었다.基次致曲 .. 2025. 10. 10.
지금, 해보는 용기 — 변화는 시도하는 자의 몫이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시작’이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저 첫 발을 내딛는 단순한 행위조차 우리를 머뭇거리게 만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두려움의 문턱에서, 변화의 싹은 트이기 시작한다. 1. 진화의 기억, 본능의 경계 새로운 일을 앞두고 주저하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생존 본능이다. 수십만 년 전, 낯선 숲과 마을로 이동하는 일은 곧 생사의 문제였다. 신중하게 살피고, 위험을 예측하며,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 지혜였다.이 DNA의 흔적이 오늘날 우리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도전, 새로운 관계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위험 신호’를 감지한다. 하지만 그 본능이 .. 2025. 10. 8.
책 쓰기와 마케팅, 닮은 두 개의 길 책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내 안의 생각과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글을 쓰는 법, 책을 기획하는 법, 출판까지의 여정을 알려주는 몇 권의 책과 강좌를 찾아 읽었다. 거기에는 글쓰기의 태도부터 기술적인 방법까지 다양한 조언이 담겨 있었다. “다독, 다작, 다상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깊이 생각하라는 기본 원칙. “3T — Title, Timing, Target.” 제목, 시기, 그리고 독자. 출간기획서 작성법, 글감 찾는 요령, 출판사와의 협업 방법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의와 책을 들으며 나는 익숙한 단어와 구조들을 계속 떠올렸다. “이건 마케팅이잖아.” 나는 오랫동안 마케팅 일을 해왔다. 제품을 알리고, .. 2025. 10. 6.
책을 쓰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읽다 책을 쓴다는 건 단지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었고, 동시에 세상을 새롭게 읽는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책을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결정적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수영을 통해 얻은 균형의 원리를 정리하고 싶었고, 번아웃의 경험을 이겨낸 나만의 루틴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원고를 쓰기 시작하니,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은 내면의 대면이 필요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이야기를 왜 써야 하는가’, ‘누구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 이 질문들 앞에서 쉽게 펜이 움직이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야 하는 일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자연스레.. 2025. 10. 5.
지속 가능한 운동, 지속 가능한 삶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환경과 경제, 사회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붙는 단어가 되었다. 그 출발점은 1987년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였다. 흔히 ‘브룬트란트 보고서’라고 불리는 이 문서에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방향을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고 정의했다.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최소화하면서도 인간 사회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원칙이었다. 그 이후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으며, 이제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중요한 화두로 다가왔다. 나는 이 개념을 운동에도 적용해보고 .. 2025. 10. 4.
2. 숨부터 배우는 삶 살아움직이는 모든 생물의 시작은 호흡이다. 숨쉬기. 숨쉬지 않는 생물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호흡을 제대로 할수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숨을 제대로 쉬는 것이 이보다 더 중요한 운동은 없을 것이다. 수영하는 방법은 숨쉬는 방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잘 숨쉬고 나아가는 것이 수영일테니까. 나는 수영장에서 처음 호흡을 배우는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난생처음 수영 강습을 받았다. 단체 수업이어서 어색한 수영복을 입고 조금 부끄러웠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강사는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에서 내쉬세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시 들이마시면 됩니다”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말로는 단순했다. 그 유명한 음파음파… 하지만 실제로는 그 단순한 동작이 가장 어려웠다.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있다가 고개.. 2025. 10. 3.
널 사랑하지 않아 – 진정성의 다른 얼굴 사랑을 노래하는 수많은 곡들 속에서,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대중가요는 대체로 ‘사랑한다’는 고백과 ‘그리움’을 중심으로 한 서사를 풀어내지만, 이 곡은 정반대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고백은 처음 들었을 때 다소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고백은 단순히 차가운 거절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사랑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솔직한 말이다. 어반자카파는 이 곡을 통해 ‘사랑의 끝’을 감정적으로 포장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미안함조차 담지 않은 채, 다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드러낼 뿐이다. 이 솔직함이 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가식 없는 .. 2025.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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