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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31

AI 의 그럴듯한 답, 그리고 무책임해지는 인간 AI를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된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질문에도 AI는 거침없이 답을 쏟아낸다. 유창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그럴듯하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의문이 밀려온다. 이 답이 정말 맞는 걸까? 사실일까? 믿어도 되는 걸까? 처음에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AI가 틀린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자신 있게 말한다는 것, 그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연히 주의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다짐은 흐릿해졌다. 어느새 나는 AI의 답변을 크게 의심하지 않고, 거의 자동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지하게 되는 이 역설이, 사실 AI보다 인간에 대한 더 솔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세계, 알.. 2026. 4. 18.
알고리즘의 편안함과 생각의 책임 사이에서 우리는 이제 “TV를 보지 않는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화면 속으로 흩어진다. 특히 Steve Jobs가 강조했던 것처럼, 개인의 선택과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미디어 소비를 원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보고 싶어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유튜브다. TV는 오랫동안 ‘바보 상자’라는 별명을 안고 있었다.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매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콘텐츠를 틀어주고, 시청자는 그것을 따라가는 구조였다. 이 구조는 효율적이었지만, 동시에 사고를 제한하는 틀로도 작용했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TV를 없애고 책을 들여놓는.. 2026. 4. 5.
Great Mind와 Small Mind 사이, 제국의 선택 세상에는 스스로를 확장하는 힘과 스스로를 수축시키는 힘이 공존한다. 확장은 나눔에서 시작되고, 수축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이 단순한 원리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국가의 운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정치적 흐름을 바라보면, 이 두 힘의 충돌이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그는 스스로를 협상의 귀재라 말하며, 기존 질서를 부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마치 모든 것을 해체한 뒤 새롭게 재구성하겠다는 ‘Demolition man’의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파괴 이후의 질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괴는 쉽지만, 지속 가능한 질서를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역량을 요구한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일관.. 2026. 4. 1.
불확실성 위를 걷는 법 우리는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알지 못한다. 영원히 알 수 없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생은 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쪽에는 기대와 호기심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내일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동시에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사람이 느끼는 대부분의 불안은 단 하나의 근원에서 출발한다. 다음 순간에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문득 생각한다.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진 것처럼 보일 때에도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혹시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오지 않을까.” 이 양면성이 바로 삶이다. 불.. 2026. 3. 29.
작은 차이를 알아보는 눈, 삶을 다시 발견하는 힘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조차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함 속에서 하루를 흘려보낸다. 반복되는 장면, 반복되는 사람, 반복되는 감정 속에서 특별함은 쉽게 묻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다른 결을 발견해내는 시선은, 삶을 보다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 시인의 말처럼, 꽃은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된다. 관심과 시선이 닿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배경일 뿐이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잠시 멈추어 바라보고, 마음을 기울일 때 비로소 그 순간은 의미를 가진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찰나에 작은 다름을 발견하고, 그 다름에 기꺼이 마음을 쓰는 태도는 그래서 더욱 귀하다. 이러한 시선은 사람을 대할 때 더욱 큰 가치를 가진다. 누구나 스스로조.. 2026. 3. 27.
어른의 기준은 나이에 있지 않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뜻이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과 어른답다는 평가는 전혀 다른 기준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종종 그 차이를 ‘꼰대’라는 단어를 통해 확인한다. 나이는 많지만 생각은 오래전에 멈춰 있고, 과거의 자기 기준과 성취를 반복해서 증명하려 드는 모습. 그것은 지혜라기보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마음에 가깝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라는 고백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고, 각자 다른 궤적 위를 걷는다. 경험의 순서도, 속도도, 깊이도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게 통과한 구간에서 머물러 있고, 누군가는 늦게 시작했지만 더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바둑판 위에서, 자신만의 수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2025. 12. 28.
맥북으로 이동한다는 것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일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1. 선택의 이유는 언제나 불편에서 시작된다어떤 도구로 이동한다는 결정은 대개 장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반복되는 불편,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쌓여온 작은 좌절에서 시작된다. 나에게 맥북으로의 이동 역시 그랬다. 새로운 것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기존의 환경이 더 이상 나의 일과 사고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감각 때문이었다.윈도우 노트북은 분명 강력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제약이 적다. 개발, 테스트, 분석, 심지어 위험한 실험까지 가능하다. 그 자유로움은 한때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자유는 관리 능력을 요구하고, 그 관리 비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누적된다.2. 윈도우 노트북, 자유가 남긴 흔적들윈도우 .. 2025. 12. 25.
삶의 진폭을 견디는 힘 삶을 길게 조망하면 누구에게나 상승과 하강이 교차한다. 흔히 말하는 새옹지마의 원리는 특정한 시대나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년기에는 부모와 친구를 힘들게 하며 거칠게 살아가던 이가 성인이 되어 놀라울 만큼 온화한 인격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과학에서도 완전한 ‘점’이나 ‘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추상이다. 계산과 가정을 위해 설정한 이상적 기준일 뿐, 실제의 세계는 언제나 조금씩 불완전하고 흐릿한 경계를 지닌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시기의 모습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변화와 진폭을 품은 존재다. 평온한 삶을 오래 유지하던 이가 말년에 크고 깊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오랜.. 2025. 12. 10.
숙고의 힘 생각은 단순한 인지 활동을 넘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깊게 바꾼다. 반복하여 사유하고, 그 사유를 다시 반추하며 다듬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숙고는 결국 시야의 확장이며, 사고의 경계선을 넘는 일이다.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사진은 회화와는 다른, 독특한 관조의 힘을 지닌 예술이다. 사물과 현상의 찰나적 움직임을 포착해 시간과 공간 속에 고정시키는 것이 사진의 본질이다. 그러나 황혼의 빛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기묘한 순간을 아무리 정교하게 잡아내도, 단지 ‘식당 벽의 흔한 사진’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겉보기에는 평범한 장면인데, 사진을 들여다볼수록 시선이 머물고 공감이 확장되는 작품도 존재한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숙고의 깊이다. 대상에 대한 고민.. 202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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