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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대국 10년 후, 이세돌이 '18분 만에' AI를 직접 만든 이유

by Heedong-Kim 2026. 3. 31.

1. 미래와 싸웠던 프로메테우스, 이제는 그 불꽃을 다루다

2016년 봄, 서울의 한 호텔 바둑판 위에서 인류는 거대한 기술적 해일과 마주했습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AI)이라는 압도적인 타자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수호하려는 '마지막 보루'처럼 보였습니다. 그가 거둔 단 한 번의 승리는 기계의 차가운 계산에 균열을 낸 인간 직관의 위대한 승전보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오늘, 인류를 대표해 미래와 맞서 싸웠던 그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둑판 앞에 앉아 기계를 노려보는 승부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불과 18분 만에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자신만의 바둑 AI 에이전트를 구축해냈습니다. 한때 AI에게 '직업적 사형 선고'를 받았던 고독한 천재는 왜 AI의 제작자가 되어 돌아온 것일까요?

 

 

2. 18분 만의 창조: '음성 명령'이 바꾼 협업의 문법

최근 열린 '뉴 에라 비긴즈(New Era Begins)' 행사에서 이세돌은 코딩 한 줄 없이 오직 음성 명령만으로 바둑 에이전트를 생성하는 시연을 선보였습니다. 10년 전 구글이라는 거대 자본과 수많은 엔지니어가 천문학적인 자원을 투입해 알파고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도메인 전문가 한 명이 단 18분 만에 그와 비견되는 도구를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행사를 기획한 에이낸스(ENES)의 이승현 대표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10년 전이 인간을 향한 AI의 '도전'이었다면, 오늘날은 개인의 지식과 AI가 결합하는 '공생'의 시대라는 것입니다. 기술은 이제 거대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도를 실현하는 가장 유능한 조수입니다.
"10년 전과 지금의 세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제 우리는 AI와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나란히 서서 협력해야 합니다. 18분 만에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간과 기계가 맺는 관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상징합니다." — 이세돌
 

 

3. 68번째 수: '신의 한 수'보다 위대했던 '인간의 전략'

세상은 여전히 알파고의 버그를 유도한 4국의 78수를 '신의 한 수'로 칭송합니다. 그러나 이세돌의 시각에서 승부의 본질은 그보다 앞선 68수에 있었습니다.
바둑 전문가들이 68수를 복기할 때, 이 수는 AI의 관점에서는 '이상한 수' 혹은 '비효율적인 수'로 평가받곤 합니다. 하지만 이세돌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그는 68수를 통해 판을 단순화하고 알파고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재역전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효율성보다는 확실성을 택해 기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78수의 버그는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기적이 아니라, 68수라는 치밀한 '전략적 가두리'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였습니다.
이는 인간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시사합니다. AI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만, 인간은 '왜' 이겨야 하는지, 그리고 승기를 굳히기 위해 어떤 '판'을 짜야 하는지 결정합니다. 68수는 기계의 계산 능력을 마비시킨 인간만이 가진 전략적 안목의 정점입니다.
"바둑을 모르는 이들은 버그가 일어난 78수에 집중하지만, 고수들은 그 전의 상황을 봅니다. 68수를 두는 순간, 판은 결정되었습니다. 재역전을 당하지 않도록 판을 짠 것이죠. 버그는 그 압박의 끝에서 일어난 것뿐입니다." — 이세돌
 

4. 패러다임을 바꾼 거인, 이창호가 진정한 GOAT인 이유

이세돌은 역대 최고의 기사를 꼽는 논쟁에서 주저 없이 이창호 9단을 선택합니다. 기록적인 승률이나 신진서 9단의 정교함을 넘어서는 이창호만의 가치는 그가 게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는 데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창호 9단이 과거에 보여준 정밀한 계산과 형세 판단이 오늘날 AI가 두는 바둑의 로직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그는 AI가 등장하기 수십 년 전부터 기계적 정교함을 인간의 직관으로 구현해낸 인물이었습니다. 이세돌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보다, 게임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진정한 마스터의 척도로 봅니다. 이는 현대 AI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창의성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5. '휴먼 터치'라는 미답의 영역: AI는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는가?

AI는 바둑을 완벽하게 둘 수는 있지만, 바둑을 '가르치는 것'은 아직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바둑은 인간의 삶과 철학이 투영된 '추상 전략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AI는 최선의 수(How)를 제시할 수 있지만, 학습자의 눈높이에서 원리를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휴먼 터치(Human Touch)'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세돌은 AI가 바둑의 그 추상적인 맥락을 인간에게 가르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의 그 어떤 복잡한 지식도 전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에는 기술적 해답을 넘어선 '피플 리터러시'—즉,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6. AX의 종착역: '기술 지식'을 넘어 '사람 문해력'으로

이제 인공지능 전환(AX)의 화두는 "어떻게 AI를 코딩할 것인가"에서 "AI와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기술의 숙련도를 뜻하는 'AI 리터러시'는 시작일 뿐, AX의 완성은 동료 및 AI와 조화롭게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피플 리터러시(People Literacy)'**에 달려 있습니다.
  • 도메인 전문가의 귀환: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무엇(What)을 위해 만들 것인가"와 "왜(Why) 필요한가"를 정의하는 도메인 전문가(Go Master 등)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 실행은 AI가, 방향은 사람이: 18분 만의 시연에서 기술적 구현은 AI가 담당했지만, 그 에이전트의 성격과 전략적 목표를 설정한 것은 이세돌이라는 거장의 내공이었습니다.
결국 AX는 기술적 혁신을 넘어 조직의 비전과 인간의 협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의 문제'로 수렴됩니다.
 

 

7. 결론: 당신만의 '68번째 수'를 준비하고 있는가?

이세돌은 이제 바둑판 위의 승부사에서 AI라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합성가(Synthesizer)'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AI에게 패배했던 과거에 머무는 대신, 자신의 전문성을 AI라는 엔진에 이식해 단 18분 만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냈습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가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세돌의 행보는 우리에게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통해 어떤 작품을 완성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글을 마치며 여러분께 질문을 던집니다. "AI에게 왕좌를 내어주었던 한 거장이 18분 만에 기계와 공생하는 길을 개척했다면, 당신은 이 거대한 AI의 파도 속에서 자신만의 전략적 승기, 즉 '68번째 수'를 찾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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