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사와 방산 업계가 인공지능(AI)을 군사 전술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 문제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AI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계룡에서 열린 대한민국 육군 방위산업전시회(KADEX)는 AI 기술의 미래 가능성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에는 27개국의 방산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한화오션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산 업체들이 무인 전투 시스템과 AI 솔루션을 소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한화오션과 KAI의 무인 기술 개발
한화오션은 이번 KADEX 전시회에서 '무인 지휘통제함(Unmanned Command and Control Ship)' 개념을 선보이며, 해양에서의 무인 전력 증강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무인 지휘통제함은 항공모함과 유사한 형태로, 함정 자체뿐 아니라 탑재된 비행기와 잠수함까지도 인공지능(AI)과 원격 제어를 통해 인간의 개입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무인 전투함 개념은 고위험 임무 수행 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정찰, 감시, 방어 및 공격 등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한화오션의 무인 지휘통제함은 한국의 지형적 특성과 안보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적군의 위협을 감지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어 빠른 결정과 대응이 요구되는 현대 해양 전투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 개념을 실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향후 개발을 통해 기술적인 난제들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무인 함정 기술이 실현될 경우 한국군의 해상 전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KAI는 KADEX에서 항공기용 'AI 조종사' 개념을 선보이며, 공중 전력에서의 무인 및 자동화 기술을 강조했다. KAI의 AI 조종사는 가상 훈련 환경에서 장애물 회피, 전술 판단 등 다양한 상황을 학습한 후, 실제 항공기에서 실전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이 AI 조종사는 향후 인간 조종사와 협력해 편대 비행을 수행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경공격기에서의 운용 시험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은 적의 위협에 즉각 반응하는 고속 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인간 조종사가 대응하기 어려운 복잡한 전술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AI 조종사의 도입으로 공중 전투에서의 효율성 향상은 물론, 조종사 수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육상 무인 시스템과 해외 수출 가능성
현대 로템은 육상 전투와 정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인 지상 차량(Unmanned Ground Vehicle)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무인 지상 차량은 첨단 AI 기술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사람의 개입 없이 정찰 및 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특히, 지형 분석 및 장애물 회피 기능을 통해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회에서 현대 로템의 무인 지상 차량은 해외 방산 관계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집트와 싱가포르의 방산 관계자들이 로템 부스를 방문해 무인 지상 차량의 기능과 성능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현대 로템의 연구원은 "수출 가능성이 높다"며, 이 무인 차량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의 방위산업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며, 무인 시스템의 수출은 향후 한국의 방산 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육상, 해상, 공중에서 무인 시스템의 개발과 수출 가능성은 한국 방산 기술의 글로벌 입지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인 시스템을 통한 자동화와 AI 기반의 기술 발전은 국방력 강화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대한민국의 방산 수출을 확장할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인구 감소와 AI 도입의 필요성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며, 이는 군 병력 유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해 병력 자원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한국군은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투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AI는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부상하고 있으며, 무인 전투 플랫폼과 자동화 시스템 도입은 병력 감소에 대비한 필수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겸 전 국방부 장관은 "출산율 감소로 인한 병력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무인 시스템 도입이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하며 AI와 무인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군은 제한된 병력으로도 전력 공백 없이 효과적인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고위험 임무에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구 감소 상황에서 AI와 무인 시스템의 활용은 한국의 국가 안보를 유지하고, 북한의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실시간 전장 정보 분석의 중요성
현대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은 군사력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같은 위협적인 이웃을 둔 한국의 경우, 실시간 정보 분석을 통한 신속한 상황 파악과 대응이 절실하다. 전투 상황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장 환경을 빠르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AI는 정찰 및 감시 데이터, 지형 정보, 적의 이동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지휘관의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AI를 통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은 정보의 양과 정확도를 높여, 군이 전반적인 전장 상황을 신속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 육군 관계자는 "AI가 지휘관의 의사 결정에 필요한 수많은 계산을 도울 것"이라고 말하며,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AI는 정찰 드론이나 센서 네트워크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전장 전체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판단 실수를 줄이고 더욱 정확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의 군사 AI 전문가인 후루타니 토모유키 교수는 "디지털화된 전장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방에서 후방까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군대가 더 적은 오류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AI 기술이 전투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한민국의 AI 활용 전략과 디지털 혁신 정책
한국 정부는 AI 기술을 국가 전반에 걸쳐 확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24년 4월 발표된 디지털 혁신 전략은 AI를 기반으로 방위산업, 제조업, 농업 등 주요 산업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AI를 활용하여 미래 전투 및 방어 제품의 개념을 설계하고, 군과 같은 최종 사용자로부터 개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군이 필요로 하는 무인 전투 시스템이나 AI 기반 전술 시스템이 민간 기업에서 개발되면, 군은 해당 기술의 실제 전장에서의 효용성을 평가한 후, 추가적인 지원 및 대규모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민간과 군 간의 협력을 촉진하여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동시에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 필요한 혁신 기술이 신속하게 실전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한국의 디지털 혁신 정책은 AI가 방위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효용을 발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AI 기술을 통해 방위산업의 무인화, 자동화가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한국은 AI 기술을 국가 경제와 안보 양 측면에서 중추적인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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