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랜 침묵을 깨고 ‘희토류’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했습니다. 핵심 주인공은 미국 최대의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최근 미국 국방부의 대규모 투자가 더해지며,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려는 희토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스마트폰, 드론, 풍력발전기,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이 모든 기술 뒤에는 하나의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바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이 17가지 원소는 현대 기술문명의 ‘보이지 않는 심장’이라 불릴 만큼 결정적인 소재입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강력한 자력을 가진 영구자석(permanent magnet)**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어, 모터·센서·항법 장치 등의 성능을 좌우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중요한 자원이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광산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제와 자석 생산에서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수십 년간 서방 국가들은 이 문제를 ‘알고도 외면’해왔습니다. 더 싸고 쉽게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자석을 전략 무기화하며 서방 기업들의 목줄을 틀어쥐기 시작했고, 이는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국가 안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포드 공장이 멈추고, 자석 가격이 40배 폭등하며, 미 국방부가 공급망에 직접 개입하는 지금—미국은 다시 ‘희토류 국가’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선 기업이 바로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입니다. 그리고 그 도전은, 한 기업의 부활을 넘어 미국 제조업 전체의 자립성과 생존 전략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 미국도 만든다! 희토류 금속을 다시 '굽는' 나라로
텍사스에 위치한 MP의 공장에서는 화씨 1800도의 고온에서 금속이 녹아내리고, 보호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커다란 국자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이곳은 수십 년간 미국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았던 '희토류 금속'이 상업적으로 만들어지는 현장입니다.
MP는 이 시설을 포함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을 통해 서반구 최대 희토류 공급원을 확보했습니다. 이제 남은 퍼즐 조각은 가공 및 자석 생산까지의 전(全) 공정 수직계열화입니다.
텍사스 포트워스에 위치한 MP 머티리얼즈의 최신 공장은 마치 미래 산업의 요새처럼 보입니다. **화씨 1800도(섭씨 약 980도)**에 달하는 고온의 용광로에서는 붉게 달궈진 희토류 금속이 거대한 국자(ladle)로 퍼올려지고, 전신 보호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다루며 정밀한 작업을 이어갑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것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자립과 안보에 핵심적인 '희토류 금속'**입니다. 이 공장은 미국이 수십 년간 상업적으로 거의 생산하지 못했던 금속들—예컨대 네오디뮴(Neodymium),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등의 희토류 원소—을 다시 ‘자국에서 굽고 다루는 나라’로 복귀시키는 상징적인 현장입니다.
희토류 금속은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이테크 산업의 '혈액'**입니다. 이들은 고성능 자석,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진동장치, 군용 미사일 유도 시스템, F-35 전투기 등의 핵심 부품에 사용됩니다. 즉, 이들이 없으면 오늘날의 기술 문명도, 군사력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은 희토류를 채굴하더라도 정제, 금속화, 자석 제조의 핵심 공정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왔습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희토류를 채굴→정제→금속→자석 제조까지 일관된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MP는 이 구조를 깨뜨리는 데 도전하고 있습니다. 기존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이제는 텍사스에서 직접 정제하고 금속화까지 처리하려는 것이죠. 이 ‘텍사스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장 신축이 아니라, 미국 산업이 다시 한 번 소재부터 부품까지 전주기 공급망을 갖추는 시도입니다.
이 공장의 이름은 상징적으로 ‘10x’로 불립니다. 이는 초기 계획이었던 연간 자석 생산 1,000톤에서 10배인 10,000톤 생산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중심에는 국방부의 대규모 투자와 GM 같은 기업의 수요 확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국 이 공장은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닙니다. 미국이 다시 전략 산업의 중심에 서기 위한 산업 주권의 현장, 그 시작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 펜타곤의 베팅: "이제 MP가 국가대표다"
가장 강력한 훈풍은 미국 국방부의 투자 발표였습니다. 정부는 수억 달러를 투입하며 MP의 최대 주주가 되었고, 생산 예정량을 기존 1,000톤에서 10,000톤으로 10배 확대했습니다. 새로운 공장의 이름도 상징적으로 **‘10x’**로 명명됐죠.
이후 MP의 주가는 하루 만에 50% 폭등했고, 2025년 들어서만 3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2025년 7월, **미국 국방부(펜타곤)**는 자국 희토류 산업의 심장으로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를 선택하며, 사실상 ‘희토류 국가대표’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수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와 지분 인수, 그리고 장기 공급 계약이라는 전례 없는 지원이 동반된 결정이었습니다.
이번 투자로 펜타곤은 MP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었고, 그 결과 MP는 텍사스 포트워스의 ‘10x 공장’ 자석 생산능력을 기존 1,000톤에서 10,000톤으로 10배 확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름부터 ‘10배(10x)’를 상징하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이 단순히 희토류를 "수입"하는 나라가 아니라 희토류 자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제조국’으로 전환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게 됩니다.
또한 국방부는 두 번째 공장 신설 계획까지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MP가 단일 공장에서 생산되는 규모로는 커버할 수 없는 수요 증가와 전략적 수요 다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런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 국가 안보와 전략 물자 확보: 희토류 자석은 F-35 스텔스 전투기, 유도 미사일, 핵잠수함 등 미군의 전략무기 핵심 부품에 사용됩니다. 그동안 중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미 국방 공급망이 실제로 멈춰선 사례도 발생하면서, 공급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 가격 하한제 및 구매 보장: 이번 계약의 핵심 중 하나는, 정부가 희토류 가격의 하한선을 보장하고 일정 물량을 무조건 구매해주는 구조입니다. 이는 민간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더라도, 기업이 투자 회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설비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치입니다.
- 민간과 군수 수요의 동시 확보: 국방부는 전체 생산량의 일부만 확보하고, 나머지 생산물은 GM, 테슬라 등 민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는 **상업성과 안보를 동시에 잡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정부 주도 모델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MP는 한때 침체되었던 주가가 투자 발표 당일 50% 이상 급등했고, 2025년 들어 3배 이상 상승하며 희토류 공급망 투자주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례적인 '올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특정 기업만 밀어주며 경쟁 생태계를 해친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펜타곤과 백악관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며,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하는 전환점이다.”
결국, MP에 대한 펜타곤의 베팅은 하나의 기업을 넘어서 미국 산업과 군사력의 ‘핵심 재건’ 프로젝트로 볼 수 있습니다.
🧲 ‘포드도 테슬라도 멈췄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왜 미국이 이렇게 서두르는 걸까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자석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이를 통해 테슬라, 포드, 심지어 방산업체까지 서방 기업들을 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중국은 자석 수출에 군사 목적 사용이 없다는 인증 절차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포드 SUV 공장은 멈춰섰습니다. 한 부품 업체는 40센트짜리 자석을 15달러에 구매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2024년 상반기, 전 세계 산업계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전기차 제조사인 **포드(Ford)**와 **테슬라(Tesla)**는 핵심 부품인 희토류 자석의 공급 차질로 인해 일부 생산 라인을 일시 중단해야 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생산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고출력 자석 분야에서는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중국 정부는 희토류 자석 수출에 대해 군사 목적이 없다는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서방 기업들은 수출 허가 신청서를 작성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고, 허가 지연은 실제 공급 차단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거래에선, 통상 **개당 0.4달러(약 500원)**에 거래되던 작은 자석을 개당 15달러에 긴급 구매해야 했다는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이처럼 자석 한 개의 가격이 37배 폭등하는 사태는, 그 자체로 희토류가 경제 무기화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포드 CEO 짐 팔리(Jim Farley)는 6월 말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 없이는 고성능 자석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단지 자동차 산업의 문제를 넘어, 국방·재생에너지·반도체 장비 등 거의 모든 첨단 산업이 중국에 ‘전략적 종속’ 상태임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 자석 생태계 재건: ‘꿈이 아닌 계획’
MP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미국 곳곳에서 자석 생태계 복원이 한창입니다.
- 🏭 Vulcan Elements: 전직 해군 장교가 창업한 이 회사는 내년부터 군용 자석을 공급 예정
- 🔧 Noveon: 일본의 Nidec과 자석 공급 계약 체결
- 🇩🇪 VAC: 독일 기술을 바탕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 설립
이들 프로젝트는 연말까지 미국 수입 자석의 3분의 1 이상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미국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수년간 진행돼온 희토류 산업 육성 정책은 이제 본격적인 **‘자석 생태계의 재건’**이라는 실행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 움직임은 단지 광산과 정제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부터 부품 제조까지 전 공정 밸류체인을 미국 내에 복원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이 노력은 MP 머티리얼즈 외에도 다양한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들을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 🛠️ Vulcan Elements (노스캐롤라이나)
전직 해군 장교가 설립한 이 회사는 2026년부터 미 국방부에 자석을 납품할 계획입니다. 미국산 자석으로 미사일, 전투기 부품을 만드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 🇯🇵 Noveon (텍사스)
일본의 모터 제조 대기업 Nidec과 미국 내 공급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희토류 자석의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 VAC (독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섬터(Sumter) 인근에 국방부가 자금을 지원한 자석 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 프로젝트가 모두 가동되면, 미국 내 자석 생산 능력은 연간 수천 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미국이 연간 수입하는 자석 총량의 약 30~40% 수준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며, 실질적인 자립이 눈앞까지 왔음을 의미합니다.
국방뿐 아니라 민간 산업에서도 ‘탈중국 공급망’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선 국가 전략의 문제로, 앞으로 자석 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닌 안보 산업의 일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Gracelin Baskaran)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자석 제조 인프라를 미국과 동맹국 내에 구축하는 순간, 중국은 더 이상 희토류로 세계를 위협할 수 없게 됩니다.”
⛏️ 미국에도 '보물이' 있다, 하지만…
미국도 희토류 광물이 없지는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는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최대 생산지였고, 네오디뮴, 사마륨 등 강력한 자석 원료도 풍부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값비싼 채굴 비용과 환경 문제. 1990년대~2000년대에 걸쳐 중국이 가격을 덤핑하면서 미국 업체들은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지구상에 매우 흔한 원소입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죠. 실제로 **미국 서부, 특히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고품질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가 있습니다. 20세기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이 광산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산업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중국의 공세적 가격 덤핑과 환경 규제 강화, 정제 및 자석 제조 기술 격차 등으로 인해 미국의 희토류 산업은 무너졌습니다. 특히 정제 공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이 높아지면서 미국 기업들은 사업 지속이 어려웠고, 결국 산업 전체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기에 이릅니다.
과거 이 광산을 운영하던 **몰리코프(Molycorp)**는 한때 재기를 꿈꾸며 상장을 시도했지만, 2015년 중국발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에 직격탄을 맞고 파산하게 됩니다. 그 이후, 마운틴 패스는 거의 버려진 전략 자산이 되었죠.
하지만 이 '폐광'을 눈여겨본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MP 머티리얼즈의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리틴스키(James Litinsky)와 마이클 로젠탈(Michael Rosenthal)**입니다. 이들은 원래 Molycorp의 채권 투자자였고, 해당 자산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2017년 직접 회사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 누구도 성공을 확신하지 않았던 프로젝트. 하지만 이곳이 다시 미국 희토류 산업 부활의 상징적 기지가 될 줄은 그때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 다시 세우는 기술, 다시 찾는 사람들
MP의 공동 창업자 제임스 리틴스키와 마이클 로젠탈은 원래 Molycorp의 채권 투자자였습니다. 하지만 사업 실패 이후 아무도 원하지 않던 마운틴 패스를 2017년 인수하며 운명을 바꿨습니다.
이들은 중국의 정제 기술이 없이는 희토류를 분리할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했지만, 중국 기업 **셩허(Shenghe)**와 손을 잡아 초기 자금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펜타곤의 지원을 통해 정제시설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며 ‘탈중국’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희토류를 채굴한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광석에서 희토류 원소만을 분리해내고, 이들을 고순도 상태로 정제하며, 금속화하고, 마지막으로 자석으로 가공하는 전 공정을 자국 내에서 수행하려면, 고도의 화학·금속공학 지식과 숙련된 인력, 정밀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수십 년간 해당 산업에서 손을 뗐고, 현장 경험이 있는 기술자들은 대부분 은퇴했거나 중국·유럽 등지로 떠나버린 상황이었습니다. MP가 회사를 인수했을 당시, 마운틴 패스 광산에는 단 8명의 직원만이 남아 있었고, 그 외에는 야생 당나귀만이 돌아다니던 상태였습니다.
로젠탈 COO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돈도 없고, 인력도 없고, 기술도 없었습니다. 미국은 희토류를 만들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믿음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MP는 첫 단계로 **중국 희토류 기업 셩허(Shenghe)**와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셩허는 초기 운영자금을 제공하고, 대신 초기 광물을 중국으로 보내 정제한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MP는 기초 수익을 확보하고, 동시에 자체 정제 기술 개발을 위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과제는 기술 인재 확보였습니다. MP는 전 세계를 돌며 유럽의 희토류 자석 공장 출신 기술자, 일본의 금속화 전문가, 미국 내 노련한 화학공학자들을 영입했습니다. 그 중 핵심 인물이었던 **알란 룬드(Alan Lund)**는 금속 소재 전문 기업을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MP의 자석 생산 역량 구축을 이끌었습니다.
또한 MP는 ‘Garage’ 혹은 ‘Bobcat’이라 불리는 소형 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하며, 희토류 자석 제조의 핵심 기술인 GBD(Grain Boundary Diffusion)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이는 고가의 희토류 금속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고출력 자석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공정 기술로, 현재까지 중국 외 국가에서는 구현이 어려웠던 영역입니다.
이처럼 MP는 인력, 기술, 자본, 파트너십을 하나씩 확보해나가며 ‘미국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성공이 아닌, 한 국가의 산업 생태계를 되살리는 실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자석 생산의 과학: "푸른 M&M만 골라내라"
정제 후에도 자석을 만들기 위해선 또 하나의 고비가 있습니다. 희토류 원소들은 서로 너무 유사해, 이를 가려내는 기술은 **‘푸른 M&M만 골라내고, 그 속에서 코코아를 추출하는 수준’**의 정밀함이 필요하죠.
MP는 캘리포니아에 **거대한 정제 장비(Settler-Mixer)**를 구축했고, 2023년에는 미국 유일의 상업용 희토류 분리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희토류 자석 생산의 핵심은 단순히 금속을 녹이는 것이 아닙니다. 각기 유사한 화학적 성질을 가진 17종의 희토류 원소들 중, 특정 원소만을 고순도로 정제하고, 원하는 성질에 맞춰 조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과학의 영역입니다.
MP 머티리얼즈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로젠탈은 이 과정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푸른 M&M만 골라낸 다음, 그 안에서 코코아 성분만 추출해내는 작업과 같다.”
그만큼 희토류 정제는 극도로 복잡하고, 고도의 정밀화학과 금속공학 기술을 요하는 공정입니다. 특히 자석 제작에 필요한 원소는 주로 **경희토류(예: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와 **중희토류(예: 디스프로슘, 터븀)**인데, 이들을 미세한 농도 차이로 분리해 내고, 균일한 품질의 분말로 가공하는 기술이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 MP는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세틀러-믹서(settler-mixer)’라는 거대한 정제 설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희토류를 산성 용액에 녹인 후, 추출제와 반응시켜 **수십 단계에 걸쳐 반복적으로 용매 추출(Solvent Extraction)**을 수행하는 시스템입니다. 각 단계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특정 원소만을 분리, 결국 자석 생산에 적합한 원소만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2023년, MP는 이 설비를 통해 미국 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상업 규모의 희토류 정제에 성공하며, 중국의 정제 기업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일본, 한국 등지에 고순도 희토류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MP는 이제 ‘중희토류(Heavy Rare Earths)’ 정제 설비도 추가로 확장 중입니다. 이들은 군용 자석이나 고온 환경에서 사용되는 자석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MP는 지금까지 채굴한 중희토류를 마운틴 패스에 ‘재’로 쌓아두고 저장해 온 상태입니다. 이제 이 '보물 더미'를 본격적으로 정제해 활용하는 단계에 진입한 셈입니다.
🛠️ 자석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 기술과의 싸움
문제는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고급 자석’ 생산입니다. 이를 위해 MP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60~70대 기술자를 찾아냈고, **GBD(Grain Boundary Diffusion)**라는 고급 코팅 기법까지 자체 개발했습니다.
모든 기술은 **텍사스 포트워스의 소형 연구소 ‘Garage’**에서 시작됐고, 수년간의 연구 끝에 중국 수준의 고성능 자석 제조 공정을 확보했습니다.
정제된 희토류 금속이 있다고 해서 자석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진짜 싸움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자석 제조 기술은 수십 년간 중국이 축적해 온 비공개 노하우와 숙련 인력에 의해 거의 독점된 분야입니다.
MP는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희토류 자석 분야의 ‘인재 발굴’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희토류 자석 산업이 미국에서 거의 사라졌던 탓에, 숙련된 인력들은 대부분 은퇴했거나 중국·유럽으로 이직한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60~70대의 고연령 기술자들이지만, 그들이 보유한 공정 설계 노하우, 열처리 경험, 입자 제어 기술은 대체 불가능했습니다.
MP는 유럽의 자석 공장 출신 임원을 영입하고, 다양한 민간 금속 소재 기업 출신의 전문가들을 하나둘씩 스카우트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이끄는 책임자로는 **고성능 금속 합금 개발 경험이 있는 알란 룬드(Alan Lund)**를 영입했습니다. 그의 리더십 아래, MP는 본격적인 자석 생산 기술을 ‘미국판’으로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돌파구는, GBD(Grain Boundary Diffusion) 기술의 확보였습니다. 이는 자석의 자성을 결정짓는 결정립(grain) 사이 경계면에 고가 원소(예: 디스프로슘)를 국소적으로 침투시켜, 고출력 자석을 만들면서도 전체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중국이 자석 단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일 수 있었던 핵심 기술 중 하나지만,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MP는 이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Garage’ 혹은 ‘Bobcat’이라 불리는 비공식 연구실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수년간 자석 분말 배합, 열처리 프로파일, 입자 크기 조절 등을 반복 실험하며, 마침내 GBD 기반의 고성능 자석 양산 프로세스를 완성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자석은 현재 텍사스 포트워스의 ‘10x 공장’에서 미국 국기 문양의 안전모로 장식된 출입구를 지나 생산 라인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고열로 달궈진 가마에서 자석 분말이 고형화되고, 표면 코팅 공정을 거쳐 최종 제품이 출하되는 이 순간은, 한때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미국의 자석 복귀’를 상징합니다.
🇺🇸 정부가 지킨다, 민간은 성장한다
이번 펜타곤과의 계약은 단순한 투자 이상입니다. 정부는 MP에 가격 하한제와 수요 보장을 약속했으며, 두 번째 초대형 공장 건설도 지원합니다. 이는 방산 뿐만 아니라 GM, 테슬라와 같은 민간 고객에게도 수요를 공급할 기반이 됩니다.
미국 정부, 특히 **국방부(DoD)**는 MP 머티리얼즈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산업 정책의 부활’을 선언했습니다. 자율시장에 맡겨왔던 공급망 구축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현실 인식 속에서, 희토류 자립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분류되며 예외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체결된 MP와의 계약은 단순한 ‘지원’ 수준이 아닙니다. 정부가 직접 수요자가 되어 안정적인 구매처를 보장하고, 동시에 희토류 원광 가격 하한선(Price Floor)을 설정해, 시장가격이 급락해도 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또한, 국방부는 MP가 건설 중인 텍사스 포트워스의 ‘10x’ 공장 외에 제2의 대형 자석 생산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수 있도록 자금과 규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덜고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장치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구조가 단지 군수 산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국방 수요만 확보하고, 나머지 자석은 테슬라, GM, GE, 보잉 같은 민간 고객에게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MP는 안정적인 군수 수요를 기반으로 민간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공급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죠.
이처럼 미국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투자자나 규제자가 아니라, **“수요 창출자”이자 “생태계 조율자”**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반도체 산업에서의 D-RAM 개발, 인터넷의 탄생, 민간 우주 산업에서의 SpaceX 사례처럼, **국가가 초기 생태계를 키우고, 이후 민간이 스케일업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산업 육성 모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공룡만 키우나'… 불만도 존재
물론 모두가 이 결정에 박수를 치는 건 아닙니다. 일부 스타트업은 **“정부가 특정 기업만 지원해 생태계를 왜곡한다”**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MP의 리틴스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MP의 성공은 이 산업 전체의 성공을 의미합니다. 성장 기회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 중심의 전략은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닙니다. 특히 중소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진입자들에게는 **“정부가 특정 대기업만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희토류·자석 관련 스타트업들, 예컨대 Noveon, Energy Fuels, USA Rare Earth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정부 지원을 받거나,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수백억 원대 지원금이 대부분 MP에 집중되는 구조는 시장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 익명의 희토류 업계 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우승자를 고르는(picking winners)’ 방식으로 산업을 육성하면, 진짜 혁신을 가진 기업들이 시장에서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MP가 중국 기업 셩허(Shenghe)와 과거에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원을 집중한다면 정부의 검증 기준과 전략적 일관성도 투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단일 기업에 수요와 공급을 몰아주는 구조는 향후 시장 가격 왜곡, 민간 경쟁력 저하, 정부 의존도 증가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구매 보장을 철회하거나 수요를 줄일 경우, MP 외에 다른 생존 기업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 희토류 공급망 전체가 다시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정부와 MP는 “이 프로젝트는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산업 자립 기반 구축을 위한 첫 단추이며, 이후 다양한 기업과 연계할 수 있는 확장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이 진정한 희토류 자립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MP 같은 ‘국가 대표’ 기업과 함께, 다양한 민간 주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층적인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 결론: 미국, 희토류 패권을 다시 쥘 수 있을까?
미국은 지금까지 단가와 효율 앞에 무너졌던 산업을 다시 일으키고 있습니다. MP의 시도는 그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기술, 전략, 외교가 엮인 복합 전쟁입니다.
이 여정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단순한 공급망 복원 그 이상으로, 전략적 주권과 산업 리더십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MP 머티리얼즈의 여정은 단순한 광산 복구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것은 미국이 다시 자립형 산업 구조를 회복하려는 전면적인 재건 운동의 출발점입니다. 채굴부터 정제, 금속화, 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 공정을 자국 내에서 구축한다는 것은, 단순한 생산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주권, 안보주권, 기술주권의 복원과도 직결됩니다.
이번 국방부의 과감한 투자는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안보 리스크 해소와 기술 주권 확보라는 전략 아래 이뤄진 것입니다. 그리고 MP는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산업의 국가대표’**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GM 같은 민간 고객도 자발적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MP와 손을 잡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민·군 융합 생태계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한 기업에 의존하는 ‘쏠림 구조’가 새로운 리스크를 낳을 수 있음도 직시해야 합니다. 진정한 자립이란 MP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동시에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의 희토류 부활 프로젝트는 하나의 단순한 공장을 짓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술을 되찾고, 인재를 육성하고,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21세기형 산업 독립 전쟁’의 최전선입니다.
이 싸움의 결과는, 미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지형의 향방을 좌우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점은 지금, 텍사스의 한 공장에서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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