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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의 원전이 필요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우리가 몰랐던 5가지 진실

by Heedong-Kim 2026. 1. 13.
수백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이제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시끄러운 정치적 논쟁 이면에는, 우리가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놀랍고도 결정적인 현실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은 논란 속에 가려진 가장 중요한 5가지 진실을 파헤칩니다.

 

 
1.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과 물: 15GW와 100만 톤의 블랙홀
용인 클러스터에 필요한 인프라의 규모는 충격적인 수준입니다. 먼저, 필요한 전력 사용량은 약 **15기가와트(GW)**에 달합니다. 이는 쉽게 말해 원자력 발전소 15기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물입니다. 하루에 필요한 용수량은 107만 톤이지만, 현재 용인 지역에서 즉시 공급 가능한 여유 용수량은 고작 8만 톤에 불과합니다. 결과적으로 매일 100만 톤에 가까운 물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숫자들은 극복해야 할 단순한 장애물이 아닙니다. 이는 첨단 팹(fab) 하나가 설계되기도 전에 프로젝트 전체의 존립 기반을 의심하게 만드는 ‘근본적 실행 가능성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2. "일단 시작"했지만... 사실상 '백지'에 가까운 인프라 계획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막대한 인프라 부족을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이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계획은 '굉장히 러프한 그림' 수준으로 묘사됩니다.
 전력: 일부 LNG 발전소를 짓고, 동해안(경상도)과 서해안에서 전력을 끌어온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고압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하남, 안성 등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들의 반대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절차적 부당함과 그에 상응하는 혜택 부재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에 가깝습니다.
 물: 신규 댐 건설 등 용수 확보 계획 역시 양구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이미 부결되었습니다.
많은 대형 프로젝트가 '개문발차(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방식으로 추진되지만, 용인 클러스터는 그 기반이 되는 문제들이 너무나 심각해 계획 전체에 거대한 균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 기업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허니버터칩'의 교훈
정치권의 다급한 목소리와는 달리, 정작 반도체 기업들은 클러스터 전체 건설을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언제 어느 정도 속도로 지을지에 대한 계획이 아직 안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그 이유는 '허니버터칩'의 교훈 때문입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맞춰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가 수요가 급감하며 거대한 손실로 이어졌던 2018년의 악몽을 기업들은 기억합니다. 당시 다운 사이클이 1년만 더 지속되었다면 '하이닉스가 파산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을 만큼,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존폐를 위협했던 트라우마입니다. 정치적 시간표와 기업의 현실 사이에는 명백한 괴리가 존재합니다. 기업은 시장 상황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압박하며 근본적인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4. 단순한 부지 싸움이 아니다: '지산지소'와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
이 논쟁을 단순히 '용인 vs 새만금'이라는 지역 간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핵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그 본질에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거대한 전환에 대한 논의가 깔려 있습니다.
바로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 생산, 지역 소비)' 개념입니다. 이는 전력 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자는 아이디어로,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오염, 송전탑 등 부작용 감수)은 더 저렴하게, 수도권처럼 소비만 하는 지역은 송전 비용을 포함해 더 비싼 요금을 내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 정책 전환의 무게감은 다음의 발언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나중에 반도체가 어마어마한 전기를 사용하는데 그 전기를 그 송전 비용을 다 내가면서 용인에 있는게 합리적일지 아니면은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다 클러스터를 만드는게 합리적일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지지 않겠냐라는 얘기가 그때 나왔던 얘기예요."
만약 이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새만금으로의 이전은 단순한 균형 발전 차원을 넘어, 전기를 집어삼키는 반도체 산업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비용을 산업 입지 선정의 핵심 변수로 만드는, 사실상의 '정책적 무기화'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물류나 인재풀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의 근본적인 경제성을 기준으로 입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5. 가장 큰 걸림돌: 정치가 실무의 대화 채널을 막아버렸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이슈의 '정치화' 그 자체입니다. 특히 지방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과열된 논쟁은, 거대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필수적인 '실무적 거래'의 장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정부의 인센티브와 기업의 투자를 맞바꾸는 실용적 협상이 이루어져야 할 자리가 정치적 구호로 대체된 것입니다.
그 결과, "민관이 함께 이런 거대한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 대화 통로가 정치권의 논의로 인해서 아예 그냥 중단이 돼 버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합리적인 물밑 협상이 불가능해질 때, 수백조 원 규모의 국가적 프로젝트는 건전한 산업 및 경제 계획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인질로 전락하며 표류하게 됩니다.

 

 

결론: 미래를 향한 질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슈는 단순한 부지 선정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감당 불가능한 인프라 수요가 냉정한 시장 현실과 충돌하고, 낡은 에너지 정책의 전환 요구와 맞물리며, 결국 모든 논의를 마비시키는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진, 대한민국 국가 계획의 위기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정치적 소음을 넘어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먼저 논의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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