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하며 The Big Short 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 Michael Burry 가 다시 한 번 시장의 정면을 향해 경고음을 냈다. 이번에는 부동산이나 은행이 아니라, 현재 주식시장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AI 산업이 그의 타깃이다. 그는 최근 NVIDIA 와 Palantir Technologies 에 대해 공매도(풋옵션) 포지션을 공개하며, AI 산업 전반이 아니라 “AI를 둘러싼 자본과 회계 구조가 현실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던졌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베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기 시세 차익보다 구조적 균열이 발생할 경우의 비대칭적 수익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버리식 접근법이다. 그는 늘 그래왔듯, 방향에는 확신하지만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그를 시장의 이단아이자 동시에 가장 불편한 예언자로 만드는 이유다.

“AI 버블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버리는 AI 기술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번 버블은 닷컴 버블이 아니라 데이터 전송과 인프라 버블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이는 기술의 가능성과 시장의 가격 형성 사이에 자본 구조적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AI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서로의 매출을 만들어 주며, 데이터센터·칩·클라우드 수요가 실제 사용량보다 훨씬 앞서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 냉각 비용, 장비 감가상각 같은 물리적 한계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버리는 이러한 왜곡이 지속될수록, 어느 시점에서는 회계 조정과 투자 축소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수요가 꺼질 때 무엇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가”에 맞춰져 있다.
마이클 버리가 바라보는 AI 버블의 핵심은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그 가능성이 시장에서 가격으로 번역되는 과정에 있다. 그는 AI가 인류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미래 가치가 너무 빠르게, 너무 선형적으로 현재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버리는 현재 AI 산업을 하나의 닫힌 자본 순환 구조로 본다. 반도체 기업, 클라우드 사업자, 데이터센터 운영사, AI 소프트웨어 기업이 서로 투자자이자 고객이 되는 구조 속에서 매출과 수요가 상호 증폭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최종 사용자가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점점 뒤로 밀린다.
그가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데이터센터 투자다. AI 수요를 전제로 한 데이터센터 확장은 전력, 냉각, 부지, 인프라 비용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동반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이러한 제약보다 “AI가 모든 산업에 침투한다”는 내러티브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버리의 관점에서 이는 닷컴 버블 당시 ‘트래픽’과 ‘미래 사용자 수’가 수익성보다 앞서 평가되던 국면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즉, 버리가 말하는 AI 버블은 과잉 기술이 아니라 과잉 확신의 문제다. 자본이 실제 수익 모델보다 기대와 연결될 때, 작은 균열도 연쇄 반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기본 가설이다.

엔비디아: 가장 강력한 기업이 가장 취약해질 때
버리가 엔비디아를 문제 삼는 이유는 기술 경쟁력이 아니라 고객과 자본의 관계에 있다. 그는 엔비디아가 주요 고객사의 AI 인프라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매출과 이익이 강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질 수요를 과대평가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AI 칩의 경제적 수명과 감가상각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될 경우, 향후 회계 기준이 현실화되는 순간 이익이 급격히 후퇴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그의 시나리오에서 엔비디아의 위험은 경쟁이 아니라 연쇄적 수요 둔화와 회계 재조정이 동시에 발생하는 순간에 집중된다. 이는 과거 호황 국면에서 가장 완벽해 보였던 기업들이 가장 큰 조정을 겪었던 역사와도 겹친다.
버리가 NVIDIA 를 겨냥하는 이유는 “엔비디아가 약해질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가 너무 완벽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인프라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도 분명하다. 그러나 버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위험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의 문제 제기는 엔비디아의 고객 구조에 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AI 투자를 진행 중이며, 이 투자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의 매출로 연결된다. 문제는 이 수요가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최종 수요인지, 아니면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방어적 투자”인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버리는 엔비디아가 고객의 AI 인프라 확장을 재무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수요의 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AI 칩의 경제적 수명과 감가상각 가정이 현실보다 낙관적으로 설정될 경우, 회계 기준이 조정되는 순간 이익 구조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시나리오에서 엔비디아의 리스크는 경쟁이 아니라 동시에 발생하는 수요 둔화, 투자 축소, 회계 재조정이다. 이는 단일 악재가 아니라, 호황기에 쌓인 구조가 한꺼번에 반전되는 전형적인 버블 붕괴 메커니즘과 일치한다.

팔란티어: AI 소프트웨어의 ‘현실 수익성’ 질문
팔란티어에 대한 버리의 시선은 보다 직접적이다. 그는 팔란티어가 여전히 정부 계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계약 구조상 확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문제로 본다. 여기에 경영진 보상 구조와 경쟁 심화 요인이 더해지면서, 현재 주가는 미래 성장의 모든 가능성을 선반영한 상태라고 평가한다.
버리는 특히 AI 소프트웨어 기업이 장기적으로는 반복적이고 안정적인 민간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시장의 기대가 급격히 꺾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AI를 쓰는 기업”과 “AI로 돈을 버는 기업” 사이의 간극이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Palantir Technologies 에 대한 버리의 시각은 보다 냉정하다. 그는 팔란티어가 AI 기술력이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지 않는다. 대신, 현재의 기업 가치가 아직 증명되지 않은 미래 확장성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팔란티어의 핵심 매출은 여전히 정부 및 공공 부문 계약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계약은 안정적이지만, 가격 협상력이 제한적이고 반복 매출의 성장 속도도 느리다. 버리는 AI 소프트웨어 기업이 진정한 고평가를 정당화하려면, 대규모 민간 고객을 기반으로 한 표준화된 반복 수익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그는 경영진 보상 구조와 주식 보상 비중이 장기 주주 가치와 얼마나 정렬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경쟁 환경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대형 IT 기업들이 자체 AI 플랫폼과 분석 도구를 강화할수록 팔란티어의 차별화 영역은 점점 좁아질 수 있다.
버리의 베팅은 단순한 주가 하락 예측이 아니라, “AI 소프트웨어는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회의적 답변이다. 기술 채택 속도와 수익화 속도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결론|이번에도 너무 이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옳은가
마이클 버리는 언제나 같은 위치에 서 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그는 반대편에서 숫자와 구조를 해부한다. 그의 예측은 종종 너무 이르고, 시장은 그를 비웃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시장이 외면하던 구조적 균열을 반복해서 정확히 짚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AI 베팅 역시 단기적으로는 틀릴 수 있다. 주가는 더 오를 수 있고, 시장의 열기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다만 버리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성장은 실제 수요와 수익성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자본과 기대가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가.
AI 시대에도 시장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기술은 진화하지만, 버블은 늘 같은 방식으로 형성된다. 버리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미래를 맞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한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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