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을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통념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더 복잡하고 놀라운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존 델러리 전 연세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핵잠수함의 진짜 타겟은 따로 있으며, 정작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중국이 침묵하는 데에는 소름 돋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글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엎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의 냉혹한 현실을 파헤칩니다.


1. 첫 번째 반전: 중국은 왜 '사드 사태'와 달리 잠잠한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 한국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을 때 중국이 얼마나 격렬하게 반발했는지 우리는 기억합니다. 중국은 전례 없는 경제 보복을 가하며 한국을 압박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전략 자산인 핵잠수함에 대해 중국은 왜 이토록 조용한 것일까요?
그 핵심 이유는 핵잠수함이 역설적으로 '한미 동맹의 약화'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코앞까지 다가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은 정반대의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즉 '확장 억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이는 위협적이기보다 오히려 반가운 상황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한국의 움직임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과거 사드 사태 당시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한국 내 반중 감정을 자극하고 한미 동맹을 결속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굳이 반발하여 한국을 자극하기보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더 큰 전략적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2. 두 번째 반전: 진짜 겨냥하는 두 타겟, 북한 그리고 미국
그렇다면 한국 핵잠수함이 겨냥하는 진짜 타겟은 누구일까요? 델러리 교수는 두 개의 대상을 지목합니다. 바로 북한, 그리고 놀랍게도 미국입니다.
첫 번째 타겟: 북한
한국 핵잠수함 개발의 가장 직접적이고 명백한 동기는 북한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북한은 이미 70척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에는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이전받고 있다는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러시아의 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잠수함 전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미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을 가진 북한이 잠수함 분야에서까지 우위를 점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핵잠수함 보유는 한국에게 필수적인 선택이 된 것입니다.
두 번째 타겟: 미국
이것이 바로 덜 명백하지만 매우 중요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은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에 대한 깊어지는 불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과연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핵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은 아니지만, 한국이 언제든 핵무장 국가가 될 수 있는 잠재력, 즉 '핵 잠재성(nuclear latency)'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단계입니다. 이는 미국을 향한 미묘하지만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델러리 교수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어떤 면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미국을 상대로 **'개구리를 서서히 삶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인들이 '아, 한국이 서서히 핵무장을 향해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점차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과정인 셈이죠.
결국 핵잠수함은 동맹국인 미국에게 '우리가 더 이상 당신들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유사시 독자적인 핵 억지력을 갖추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닙니다.





3. 세 번째 반전: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이 사라졌다
한국의 이러한 독자 노선 추구가 왜 필연적인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북한'은 16번이나 언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새로운 전략 보고서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16에서 0으로, 북한이라는 존재가 미국의 안보 관심사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 '딜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이제 북한 문제는 더 이상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오래된 에피소드'로 간주하여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분석입니다.
이것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고 냉혹합니다.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의 최상단에 있지 않다는 것. 이는 스스로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결론: 위태로운 '젠가 타워' 위에서
현재 동아시아의 정세는 위태로운 '젠가 타워(Jenga tower)'와 같습니다.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평화'라는 이름의 이 젠가 타워에서, 가장 핵심적인 아래쪽 블록이었던 '미국'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블록이 완전히 빠져나갈지, 타워 전체가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은 바로 이 거대한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스스로의 생존과 자율성을 모색하려는 필연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동맹에만 의존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험난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평화라는 젠가 타워의 아래쪽 블록이 빠져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 빈자리에 어떤 새로운 블록을 준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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