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꿈꾸지만, 암이나 당뇨, 비만과 같은 현대의 만성 질환은 여전히 인류의 거대한 장벽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신약을 만드는 과정은 광활한 대지에서 우연히 보물을 찾는 것과 같은 고된 '발견'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권력 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회장과 제약 업계의 거인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CEO가 손을 잡은 것입니다.
이들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비즈니스 협업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가장 복잡한 난제인 '생물학'을 AI와 가속 컴퓨팅을 통해 정복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제 실리콘(Silicon)이 세포(Cell)를 만나는 '혁명의 도가니'가 열리고 있습니다.


1. "트러플 사냥"에서 "정밀 공학"으로의 대전환
과거의 신약 개발은 우연과 끈기에 기대는 과정이었습니다. 젠슨 황은 이를 **"숲속에서 트러플(송이버섯)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 비유했습니다. 실제로 인류의 마지막 보루라 불리는 항생제 '반코마이신'은 과거 일라이 릴리의 연구원이 보르네오 섬의 토양 샘플을 채취해 그 안의 미생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40년 전의 반도체 설계와 닮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칩 설계는 '장인 정신'에 의존한 예술의 영역이었고, 한 번 성공하면 몇 년간 실패를 거듭하는 비효율적인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지원 설계(CAD)의 등장으로 반도체는 이제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단 한 번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엔지니어링'의 산물이 되었습니다. 젠슨 황은 생물학 역시 이와 동일한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합니다.
이제는 '발견'의 시대가 저물고 '설계'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연구실을 떠나지 않고도 컴퓨터 내부(In-silico, 인실리코)에서 분자와 단백질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된 약물을 정밀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과거에는 토양 샘플을 채취해 항생제를 정제했지만, 이제는 사무실을 떠나지 않고도 실리콘 상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당신의 도메인을 대변하고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젠슨 황, NVIDIA 회장


2. 무어의 법칙을 압도하는 100만 배의 가속도
컴퓨팅 성능의 지표로 흔히 언급되는 '무어의 법칙'은 10년 동안 약 100배의 성장을 이룹니다. 하지만 NVIDIA가 주도한 '가속 컴퓨팅'은 지난 10년 동안 AI 분야에서 무려 100만 배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습니다.
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는 생물학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과학자들에게 강력한 '입자 가속기'와 같은 도구가 됩니다. 젠슨 황은 위대한 과학적 발견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도구(Instrument)'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거나 수십억 개의 분자 조합을 시뮬레이션하는 일은 일반적인 컴퓨터로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100만 배 가속된 컴퓨팅 파워는 인류 생물학이라는 가장 어려운 코드를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됩니다.



3. GLP-1, 단순한 다이어트 약 이상의 인류 구원 기술
일라이 릴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GLP-1(Zepbound 등)은 AI와 현대 생물학이 결합했을 때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보여주는 '최초의 증명(Proof of Concept)'입니다.
• 진화적 결함의 보완: 인류는 굶주림의 시대에 적응해왔기에 '배고픔을 끄는 스위치'가 진화적으로 부족합니다. GLP-1은 풍요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인류에게 인공적인 '포만감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 압도적인 질병 억제: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임상 결과 당뇨병 발병률을 무려 93% 감소시켰으며, 전신 염증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과 관절 통증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 뇌 건강과 중독 치료: 더 나아가 뇌의 보상 루프에 작용하여 알코올, 도박, 마약(오피오이드)과 같은 해로운 중독성 행동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확인되고 있습니다.
• 글로벌 확산의 열쇠, 경구제: 특히 올해 일라이 릴리는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알약(Oral)' 형태의 GLP-1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는 복잡한 제조 공정과 공급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 세계적인 비만과 당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4. 세계 최대의 전용 '바이오 슈퍼컴퓨터'가 세워지다
NVIDIA와 일라이 릴리는 이 혁명을 실체화하기 위해 인디애나폴리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온프레미스 바이오 전용 슈퍼컴퓨터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 '공동 AI 혁신 연구소'를 설립하여 기술과 도메인 지식을 완전히 결합합니다.
이들의 협업은 마치 '레이어 케이크'처럼 층층이 쌓인 구조를 가집니다.
1. 인프라 층: NVIDIA의 고성능 칩과 가속 플랫폼. 젠슨 황은 이 층을 AI 모델을 가르치고 가드레일을 세우며 정교하게 미세 조정하는 **'AI의 인사부(HR Department)'**에 비유합니다.
2. 모델 층: 단백질 구조를 이해하는 'Bionemo', 의료 영상 분석을 위한 'Monai' 등 전용 라이브러리가 탑재됩니다.
3. 데이터 및 플라이휠: 로봇 습식 실험실(Robotic Wet Lab)을 통해 24시간 실험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다시 AI 모델에 학습시켜 정밀도를 높이는 '폐쇄형 루프(Closed-loop)'를 형성합니다.
여기에 두 가지 핵심 기술이 더해집니다. 첫째는 **멀티 모달리티(Multi-modality)**입니다. AI가 텍스트, 이미지, 소리를 동시에 학습하여 '고양이'라는 개념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듯, 생물학적 데이터를 다각도에서 정렬하여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둘째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추론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또한, NVFlare 기반의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각자의 핵심 지적 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공동의 모델을 학습시키는 똑똑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결론: 인류의 '유효 기간'이 아닌 '건강 수명'을 늘리는 도전
두 회사의 비전은 단순히 영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데이비드 릭스는 이를 '질병의 압축(Compression of Morbidity)'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적인 수명인 '100년'을 질병의 고통 없이 온전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노화 자체를 막기보다 암, 치매, 대사 질환이라는 이름의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하여 누구나 100세까지 건강한 삶을 누릴 기회를 주는 것이 이들의 진정한 목표입니다.
과거의 신약 개발이 장인 정신에 의존한 예술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실행하는 정밀 공학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질병을 유발하는 우리 몸의 잘못된 코드를 AI로 찾아내고, 이를 수정할 수 있는 정밀한 약물을 설계하는 시대. 이 혁명의 끝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컴퓨터가 칩을 설계하듯 우리 몸의 질병을 고치는 코드를 설계하는 시대, 당신은 어떤 미래를 상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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