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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효과는 왜 오래가지 못했나: AI 시대에 드러난 인텔의 민낯

by Heedong-Kim 2026. 1. 24.

한때 Intel 은 다시 일어서는 듯 보였다.

Donald Trump 대통령의 공개 지지와 대규모 정부 지원 약속은 인텔을 ‘미국 반도체 부활’의 상징으로 끌어올렸고, 시장은 그 메시지에 빠르게 반응했다.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고, 오랜 부진 끝에 마침내 전환점이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정책과 기대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는 결정적 순간, 인텔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공급은 막혔고, 파운드리는 여전히 고객을 찾지 못했으며, AI 경쟁의 중심에서는 한발 늦어 있었다. 실적 발표 한 번으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이유는 단순한 분기 실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글은 트럼프 효과로 부풀려졌던 기대가 왜 빠르게 식었는지, 인텔이 AI 시대의 전환점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그리고 ‘멀티 이어 여정’이라는 표현 뒤에 숨은 현실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짚어본다.
정치적 후광과 시장의 내러티브가 사라진 자리에서, 인텔의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 트럼프 효과로 치솟았던 인텔의 주가


한동안 Intel의 주가는 실적이나 기술 경쟁력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와 기대감에 의해 움직였다.
Donald Trump 대통령이 인텔에 대해 약 9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상징하는 핵심 기술 기업으로 공개적인 신뢰를 표명하자 시장의 시선은 단숨에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이 발언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정부 발주·보조금·정책 수혜로 이어질 신호로 해석했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건이라는 명분 아래, 인텔이 다시 한 번 국가 전략 산업의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강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인텔이 연방 정부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수용하고,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와 엔비디아와의 협업 소식까지 더해지며 ‘구조조정 → 반등’이라는 서사가 완성됐다.

 

그 결과, 인텔 주가는 불과 5개월 만에 120% 급등했다. 그러나 이 급등은 신규 고객 확보, 기술 경쟁력 회복, 파운드리 실적 개선과 같은 구체적인 지표보다는, 정치적 신뢰와 상징성에 기댄 상승이었다. 다시 말해 인텔의 주가는 ‘사업의 변화’보다 내러티브의 변화에 먼저 반응했던 셈이다.

 


📉 실적 발표 한 번에 무너진 기대


이러한 기대는 단 한 번의 실적 발표로 급격히 붕괴됐다.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인텔 경영진은 AI 데이터센터용 CPU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시장의 신뢰를 흔들었고, 주가는 하루 만에 17% 급락하며 약 46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문제의 핵심은 수요 부진이 아니었다. 오히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고객 주문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인텔은 이미 과거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형 공정 라인의 생산 능력을 대폭 축소해 놓은 상태였다.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에, 정작 이를 받아낼 생산 여력이 사라진 것이다.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에서 기대했던 것은 “AI 붐의 수혜를 어떻게 실적으로 연결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공급 부족, 재고 소진, 즉각적인 해결책 부재였다. 이는 인텔이 여전히 운영 측면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결국 시장은 인텔의 주가 상승이 실질적인 사업 개선에 근거하지 않았음을 인식했고, 그동안 쌓였던 기대는 단번에 조정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실적 실망이 아니라, ‘트럼프 효과’로 포장됐던 반등 서사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 “수요는 있었지만, 만들 수가 없었다”


인텔이 직면한 가장 뼈아픈 문제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서버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고객들은 GPU뿐 아니라 대규모 연산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CPU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게 됐다. 이는 인텔에게 있어 드물게 찾아온 ‘확실한 기회’였다.

 

 

그러나 인텔은 이미 그 기회를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1~2년간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구형 데이터센터 CPU 생산에 사용되던 제조 장비와 공정 라인을 대거 정리해왔다. Emerald Rapids, Granite Rapids 등 기존 세대 CPU는 AI 붐 초기에는 주목받지 못했고, 인텔은 이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 결과, 2025년 하반기 들어 고객사들로부터 수천 개 단위의 CPU 주문 요청이 쇄도했을 때, 인텔은 이를 즉각적으로 대응할 생산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경영진이 “재고로 연명하고 있다(hand-to-mouth)”고 표현할 정도로, 공급은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이미 매각해버린 장비와 폐쇄된 라인은 단기간에 되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판단이 단순한 예측 실패가 아니라, 수요 변화를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해석한 전략적 오류였다는 점이다. AI 인프라의 성숙 단계에서는 GPU 중심 구조 위에 CPU 수요가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신호가 있었음에도, 인텔은 이를 과소평가했다. 결국 인텔은 “만들기만 하면 팔 수 있었던” 시장에서 스스로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 파운드리 사업의 구조적 딜레마


인텔의 공급 문제는 단기적인 생산 차질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파운드리 사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인텔은 자사 CPU 생산뿐 아니라,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TSMC와 경쟁하겠다는 야심 찬 전략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핵심은 차세대 공정인 14A다. 인텔은 이 공정을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고, AI 및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정된 대형 고객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인텔은 고객이 확보될 때까지 대규모 설비 투자를 미루고 있고, 고객은 투자와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계약을 맺기 어려운 전형적인 ‘치킨 앤 에그’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사이 경쟁사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고 있다. TSMC는 미국 내 신규 팹 건설에 공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며, 고객 신뢰를 선점하고 있다. 반면 인텔은 과거 Pat Gelsinger 체제에서 고객 확보 이전에 선제적으로 추진했던 대규모 설비 투자의 후유증으로, 지난해에만 파운드리 부문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CEO인 Lip-Bu Tan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보다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다. 유럽 신규 팹 계획을 철회하고, 오하이오 공장 일정도 늦추며 비용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동시에 시장 속도와의 괴리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낳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인텔의 파운드리 로드맵은 여전히 중장기 시계에 머물러 있다.

 

결국 인텔의 파운드리 문제는 단순히 “고객이 없다”는 차원이 아니라, 과거의 과잉 투자와 현재의 과도한 신중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AI 시대에 뒤처진 인텔의 현실


AI 반도체 경쟁에서 인텔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AI 시대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늦게 인식했다는 점이다.


AI 인프라 투자의 초점은 명확했다. 대규모 병렬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GPU가 핵심이었고, 이 영역은 NvidiaAdvanced Micro Devices가 빠르게 장악했다. 반면 인텔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져왔던 CPU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초기 AI 붐 국면에서 CPU는 ‘보조적 존재’로 인식됐고, 인텔 역시 이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AI 가속에 특화된 칩 개발에서 명확한 차별화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인텔은 AI 혁신의 주변부에 머무는 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는 기술력 자체보다도, 시장의 관심과 투자 방향에서 밀려났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AI 서비스가 연구·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대규모 운영 단계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GPU만으로는 부족했고, AI 워크로드를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한 CPU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인텔이 이 변화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CPU 수요가 다시 늘어났을 때, 인텔은 이미 생산 능력을 축소한 뒤였고, 기술적으로도 AI 중심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인텔은 AI 시대에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뒤따라가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는 단순히 한 세대의 제품 실패가 아니라, AI 전환기의 전략적 판단 지연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멀티 이어 여정”이라는 인텔의 과제


인텔 경영진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표현은 “멀티 이어(multi-year) 여정”이다.

 


이는 단기적인 반등이나 분기 실적 개선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구조적 회복 과정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에 가깝다. CEO Lip-Bu Tan 역시 인텔의 회복이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인텔은 과거의 과잉 투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도로 신중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유럽 신규 팹 계획을 철회하고, 오하이오 공장 일정도 늦추며, 비용 구조와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 동시에 2026년 이후를 목표로 장비 투자를 다시 확대해, CPU 공급 병목과 생산 유연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신중함’은 또 다른 위험을 내포한다. AI 반도체 시장은 분기 단위가 아니라 연 단위로 판도가 바뀌는 초고속 경쟁 환경이다. 인텔의 로드맵이 중장기 시계에 머무는 동안, 경쟁사들은 이미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인텔이 시간을 벌고 있는 사이, 시장은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14A 공정과 파운드리 사업은 인텔의 장기 반등 시나리오에서 핵심 축이지만, 본격적인 성과는 2028~2029년 이후로 예상된다. 이는 곧 인텔이 수년간 실적과 신뢰 사이의 공백을 버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자와 시장이 이 시간을 끝까지 인내해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인텔이 말하는 “멀티 이어 여정”은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기술 실행력, 수요 예측, 투자 타이밍, 그리고 시장과의 신뢰 회복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제다. 이번 사태는 인텔이 아직 그 여정의 초입에 서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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