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20년대, 헨리 포드는 영국과 독일에 공장을 세우며 모델 T를 전 세계로 퍼뜨리는 꿈을 꿨습니다. 이에 맞서 제너럴 모터스(GM)는 외국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며 다국적 기업 전략을 펼쳤죠. 100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이 꿈을 전기차 시대에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제국을 세우려는 시도는 지금도 여전히 거센 도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최근 테슬라의 실적 부진과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판매 감소는 이 꿈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100년 전, 헨리 포드는 ‘모델 T’를 통해 자동차를 대중화하며 전 세계를 향한 야망을 품었습니다.
영국과 독일에 공장을 세우고, 세계인의 발이 되겠다는 꿈은 이후 GM, 포드, 토요타, 그리고 테슬라로 이어지며 ‘글로벌 자동차 제국’이라는 비전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21세기의 전기차 혁신을 이끄는 테슬라는 기술력, 브랜드 파워, 글로벌 제조 기지를 앞세워 전례 없는 속도로 세계를 정복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꿈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테슬라는 최근 몇 달 사이 급격한 주가 하락과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라는 신호를 받았고, 거대 브랜드 연합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던 스텔란티스도 브랜드 정체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반복되어온 글로벌화의 시도들이 왜 전기차 시대에 와서 다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업들이 새로운 조건 속에서 살아남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전략은 이제 더 이상 ‘규모’의 게임이 아닌, ‘속도’와 ‘유연성’의 게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테슬라의 글로벌 전략: 성공인가, 위기인가?
테슬라는 미국을 넘어 중국과 유럽까지 진출하며 2023년 기준 매출의 약 50%를 북미, 30%를 아시아, 13%를 유럽에서 올렸습니다. 이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꽤나 인상적인 수치입니다.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테슬라의 주가는 절반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 정치, 특히 트럼프와의 관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유럽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졌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100년 전 헨리 포드가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생긴 소비자 불매와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죠.
테슬라는 전기차 산업의 선두주자이자, 21세기형 ‘포드’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글로벌 야망을 가진 기업입니다. 2019년 중국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2022년에는 독일 베를린 인근에 기가 베를린을 세우면서 세계 각지에서 제조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단일 브랜드로 북미, 유럽, 아시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며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셈입니다.
2023년 기준 테슬라는 전체 매출의 약 50%를 북미, 30%를 아시아, 13%를 유럽에서 창출하며 지역별 매출 다변화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는 오래된 고급 브랜드인 BMW보다 다소 집중도가 높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토요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특히 테슬라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님에도 이 같은 포지셔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야심찬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테슬라의 주가는 거의 절반 가까이 하락했으며, 이는 단순한 실적 악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발언과 행동—특히 트럼프와의 가까운 관계—을 이어가면서, 유럽과 미국 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 회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유럽 지역에서는 판매가 급감했고,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소비자 신뢰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머스크 개인의 영향력이 오히려 글로벌 전략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 구조적 장벽 1: 보호무역주의의 역습
첫 번째 장벽은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입니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업체 보호를 위해 외국 브랜드에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도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NAFTA 지역(미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공급망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 중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테슬라처럼 ‘글로벌 단일 브랜드’ 전략을 고수하는 회사는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장벽 중 하나는 바로 국가 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입니다. 특히 전기차 산업이 미래의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국은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국 전기차 브랜드인 BYD, 샤오펑, 니오 등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며 외국 브랜드를 견제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보조금 지급 조건을 자국 부품 사용 비율과 연결하거나, 외국 기업에게는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적용해왔습니다. 이는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는 명백한 불이익이었고, 결국 중국 시장 내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와 배터리에만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외국산 전기차에 비공식적 장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유럽 또한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기반으로 구축된 공급망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더 이상 ‘어디서든 자유롭게 공장을 세우고, 어디든 팔 수 있다’는 전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와 무역 장벽에 더 크게 노출되며, 글로벌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 구조적 장벽 2: 비동기적인 EV 보급 속도
두 번째 문제는 국가별 전기차 보급 속도의 차이입니다.
- 중국과 북유럽은 전기차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고,
- 미국은 여전히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가 강하며,
- 유럽은 보조금 축소와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차 판매가 정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모든 시장에서 같은 전략으로 대응하려는 기업에게 커다란 리스크입니다.
전기차(EV)의 글로벌 확산이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지만, 국가별 도입 속도와 소비자 수요의 차이는 여전히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동기성’이 단지 시장 성숙도 차이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제품 전략과 생산계획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북유럽(특히 노르웨이, 스웨덴)**은 전기차 도입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정부의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 강력한 탄소 규제, 충전 인프라의 빠른 확산 등으로 인해 순수 전기차(BEV)의 비중이 내연기관차를 앞지르거나 그에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반면, 미국 시장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고, 충전 인프라 확충이 느리며, 넓은 지형과 긴 주행거리 수요로 인해 전기차 도입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한때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지만, 최근 보조금 축소와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별 수요의 비대칭성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게 난제를 안깁니다. 단일 플랫폼으로 여러 국가를 커버하려는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유럽에서 잘 팔리는 소형 EV 모델은 미국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 미국에서 인기 있는 대형 SUV 전기차는 유럽 도시형 인프라와 맞지 않으며,
- 중국 시장에 특화된 저가형 전기차는 북미와 유럽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특히 최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함께 생산하는 전략에서,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예: GM의 Ultium, 현대의 E-GMP 등)으로 전환하고 있어, 각 지역에 맞는 제품을 따로 개발하고 생산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비용, 인력, 시간 리소스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 전통적 다국적 전략의 부활? 르노와 스텔란티스의 엇갈린 길
✅ 르노: 작은 혁신이 만든 주가 상승
프랑스의 르노는 최근 6개월 동안 주가가 25% 상승했습니다.
그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파트너십’ 중심의 전략입니다.
- 배터리 생산은 외부화
- 공급망은 현지화
- 닛산과 R&D 및 제조 비용 공유
- 중국 파트너사와 협력해 2만 유로 이하의 저가 전기차 ‘트윙고’ 출시 예정
이러한 유연한 전략은 불확실성이 큰 전기차 시장에서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스텔란티스: 브랜드는 많지만 정체된 판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PSA(푸조, 시트로엥) 그룹이 합병하여 14개 브랜드를 보유한 거대 자동차 기업입니다.
하지만 2024년 들어 지프와 램 트럭 등의 판매 부진, 전기 픽업트럭 Ram 1500 REV의 출시 연기 등으로 주가는 하락세입니다. CEO 교체 후에도 뚜렷한 반등은 없으며,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지금 두 갈래 길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단일 브랜드 중심의 통합적 전략, 또 다른 하나는 다수의 로컬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활용한 분산형 전략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프랑스의 르노(Renault)**와 **스텔란티스(Stellantis)**입니다.
✅ 르노: '작지만 유연한' 파트너십 전략의 성공
르노는 최근 6개월간 주가가 25%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유연한 구조’에 집중한 전략이 있습니다.
- 배터리 생산을 외부에 맡기고,
- 공급망을 현지화하여 리스크를 분산하며,
- 닛산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통해 R&D 및 생산 비용을 공동 분담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과 협업해 **20,000유로(약 2,200만 원) 이하의 초저가 전기차 ‘트윙고’**를 출시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유럽 내에서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프리미엄 중심으로 치우친 전기차 시장의 밸런스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합니다.
르노는 지역 맞춤 전략과 협업 중심의 실행 방식으로 비용 효율성과 시장 민첩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복잡한 글로벌 시장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 스텔란티스: 브랜드 통합의 한계와 정체
반면, 스텔란티스는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PSA 그룹의 통합으로 2021년 탄생한 ‘메가 브랜드’입니다. 14개의 브랜드(지프, 피아트, 크라이슬러, 마세라티, 오펠, 시트로엥 등)를 보유하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전략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 2024년 들어 지프와 램 트럭의 판매가 급감하며 재고가 쌓이고 있고,
- CEO인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전격 퇴진한 후에도 전환 전략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 주력 전기 픽업트럭인 Ram 1500 REV는 2026년으로 출시가 연기된 반면, 경쟁사인 포드는 F-150 라이트닝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스텔란티스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중복과 정체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 마세라티나 란치아처럼 부활이 어려운 브랜드,
- 크라이슬러처럼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브랜드,
- 피아트처럼 특정 라인업(500 시리즈)에만 의존하는 브랜드는
각기 다른 전략과 자원을 요구하며, 내부적으로 브랜드 간 ‘자기잠식(cannibalization)’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글로벌 자동차 제국을 꿈꾸는 스텔란티스가 ‘규모의 이점’보다는 ‘복잡성의 함정’에 빠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 브랜드 통합과 플랫폼 전략의 복잡성
과거 GM과 포드도 다양한 브랜드 인수와 통합 플랫폼(J-body, Mondeo 등)을 통해 글로벌화에 도전했지만, 복잡성과 소비자 취향 차이로 실패한 바 있습니다.
현재 스텔란티스도 유사한 고민에 직면해 있습니다.
- 란치아, 마세라티는 부활이 어렵고
- 크라이슬러는 거의 과거의 유물이며
- 피아트는 ‘500’ 시리즈를 제외하면 영향력이 제한적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성장의 지름길로 여겨온 전략 중 하나는 바로 브랜드 인수와 통합입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처럼 다양한 브랜드를 소유하고, 이를 하나의 플랫폼 위에 얹어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모델은 오랫동안 자동차 산업의 ‘성공 공식’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동시에 복잡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각 브랜드는 서로 다른 역사, 시장 포지셔닝, 고객층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과정은 기술적·마케팅적 도전이 따릅니다.
역사적으로 GM은 1980~90년대에 ‘J-바디(J-body)’라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북미, 유럽, 아시아를 동시에 겨냥한 모델들을 출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쉐보레 카발리에(Chevrolet Cavalier), 오펠 아스코나(Opel Ascona), 이스즈 아스카(Isuzu Aska) 등이 같은 기반에서 파생된 차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성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혼란을 초래하면서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포드는 재규어, 볼보, 애스턴 마틴을 인수해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고자 했지만, 브랜드 간 시너지를 만들지 못한 채 대부분 매각하고 유럽 시장 점유율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스텔란티스 역시 이러한 교훈을 되새겨야 합니다. 14개 브랜드는 서로 다른 유산과 시장 타겟을 가지고 있어, 단일 전략으로 끌고 가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또한,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현재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모든 브랜드에 동일한 전동화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비용, 인력, 생산 리소스의 한계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브랜드 통합이란, 단지 조직의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브랜드 간 정체성과 전략, 기술의 유기적 연결이 필수적이며, 이를 실패하면 복잡성은 곧 ‘관리 불능의 늪’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 모범 사례: 토요타와 폭스바겐
🇯🇵 토요타
- 단일 브랜드 전략
- 신뢰성 높은 품질
- 지역 맞춤형 모델(Yaris vs Corolla)
- 하이브리드 중심에서 전기차로 전환 중
🇩🇪 폭스바겐
- 동일 플랫폼에서 브랜드별 차별화 (스코다–폭스바겐–아우디)
- 고급 소재와 사양으로 가격대 조절
- 유럽 내 강세지만 미국에서는 일부 모델만 인기
이 두 기업은 모듈형 플랫폼과 로컬라이제이션을 적절히 조합하여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모든 시장에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브랜드 통합과 글로벌 플랫폼 전략의 복잡성을 해결한 몇 안 되는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 바로 **토요타(Toyota)**와 **폭스바겐(Volkswagen)**입니다. 이 두 기업은 효율적인 플랫폼 운영, 브랜드 간 차별화 전략, 그리고 지역 맞춤형 제품 전략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토요타: 단일 브랜드, 다차원 전략
토요타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활동하면서도, 지역별 수요에 정교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통해 효율성과 고객 충성도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 북미 시장에서는 중형 세단 ‘캠리’와 SUV ‘하이랜더’, 픽업트럭 ‘타코마’ 등으로 강세를 보이며,
- 유럽 시장에서는 도심형 해치백 ‘야리스(Yaris)’를 유럽 현지 생산으로 대응합니다.
- 일본에서는 고령화 인구를 겨냥한 소형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이 중심이며,
-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서 뒤처진 순수 전기차 라인업(bZ 시리즈)을 확대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 높은 내구성과 브랜드 신뢰도, 그리고 모듈형 플랫폼(TNGA) 기반의 생산 효율성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 폭스바겐: 브랜드 다각화의 교과서
폭스바겐은 단일 브랜드 전략이 아닌 다중 브랜드 전략의 정석을 보여주는 기업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아우디, 포르쉐, 스코다, 세아트 등 여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공통된 플랫폼(MQB, MEB 등) 위에서 설계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브랜드별 차별화를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 같은 MQB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 스코다는 가성비 중심 모델로,
- 폭스바겐은 중간급 대중차로,
- 아우디는 고급 브랜드로 포지셔닝하여 소재, 디자인, 마감 품질 등으로 차별화합니다.
전기차 라인업에서도 ID 시리즈(폭스바겐), Q4 e-tron(아우디), Cupra Born(세아트 고성능 라인)을 동일한 MEB 플랫폼 위에 구축하며,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기술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역시 모든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일부 SUV와 세단은 인기를 끌지만, 유럽에서 잘 팔리는 소형차 라인업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결국, 브랜드 전략과 플랫폼 전략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적 통합이 아니라 시장의 정교한 이해, 브랜드의 고유성 유지, 지역별 소비자 니즈에 대한 민감한 대응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이 어려운 균형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조차도 "모든 시장에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완벽한 글로벌 전략은 여전히 요원한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결론: ‘글로벌 승자 독식’ 시대의 종말
과거에는 글로벌화와 규모의 경제가 자동차 산업의 성공 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 보호무역 강화, 소비자 취향의 분화가 이 공식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향후 승자는 전 세계를 모두 커버하려 하기보다는,
- 지역 특화 전략
- 현지 파트너십
- 유연한 공급망
을 추구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0년 전 포드와 GM이 마주했던 과제를, 테슬라와 스텔란티스가 지금 다시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결 방법이 전혀 다를지도 모릅니다.
전기차는 기술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단순할 수 있지만, 산업적·정치적·문화적 측면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꿈꾸던 ‘전 세계에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전략’은 이제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보호무역주의, 지역별 인프라와 정책 차이, 전기차 보급 속도의 비동기성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며,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지역 밀착형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기술과 브랜드 파워만으로 전 세계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지만, 지금은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리스크와 시장 간 수요 차이로 인해 고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르노와 같은 기업은 파트너십과 지역별 맞춤 전략을 통해 유연한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글로벌 제국주의적 전략은 스텔란티스처럼 내부 복잡성과 비효율을 낳기도 합니다.
결국, 전기차 시대의 승자는 모든 시장을 지배하려는 ‘황제’가 아니라, 각 시장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적응하는 ‘외교가’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바뀌고 있는 지금, 자동차 산업도 ‘모든 것을 아우르려는’ 전략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존하는’ 전략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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