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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프 국가들의 딜레마: 이란과 전쟁은 '바로 옆'의 위협

by Heedong-Kim 2025. 6. 24.

중동은 또다시 전쟁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위기 한복판에 서게 됐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이란을 직접 겨냥하면서, '걸프의 심장부'인 이들 국가들은 경제적·군사적 불안정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이 다시 한 번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과 미국의 개입 가능성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걸프 지역 전체의 안보·경제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핵 개발과 미사일 확산을 심각하게 우려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전쟁 그 자체’입니다.

 

이들은 이란과의 전략적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유지하며 복잡한 외교 줄타기를 이어온 ‘균형 외교’의 모범 사례로 불려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 외교적 성과가 무력화될 위기를 예고합니다. 전쟁은 정치적 계산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물리적 파괴와 심리적 충격, 그리고 경제적 재앙을 동시에 가져오는 ‘총체적 위기’입니다.

 

과연 이들 걸프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아니면 제3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 이란이 두려운 걸프, 전쟁은 더 두렵다

사우디와 UAE는 오랜 기간 이란의 핵 개발, 미사일 확산, 민병대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이란을 약화시키는 전쟁'이 오히려 자신들의 안보와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사실상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지역 정세는 더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구하기 힘들다”며 군사행동을 묵인하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오랫동안 이란의 군사적 팽창과 핵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우려를 품어왔습니다. 이란은 민병대와 무장세력을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예멘 등 전역에 지원하며 지역 질서를 위협해왔고, 특히 이란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능력과 핵 농축 기술은 걸프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국가가 더욱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란과의 전면전’**입니다. 걸프 지역의 경제는 여전히 원유·가스 수출과 국제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관광, 금융, 물류 등 비(非)자원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항공 물류 중심지로 성장해왔는데, 페르시아만 인근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항로 폐쇄, 투자 철수, 관광객 급감 등의 연쇄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또한 해수담수화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방사능 오염 위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단순한 군사적 위협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즉, 걸프 국가들이 이란을 견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나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이란이라는 문제’보다 ‘전쟁이 촉발하는 파장’이 훨씬 더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긴장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현실주의가 이들의 입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 걸프 국가들의 경고: “우리 하늘은 쓰지 마라”

사우디와 UAE는 미국과의 동맹에도 불구하고, 자국 영토나 영공을 이란 공격의 플랫폼으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사우디는 심지어 자국 국방장관을 이란에 보내 “군사 공격은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직접 전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자국 내 미군 기지들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안에 있다는 현실적인 위협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확대되고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은 명확한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과의 오랜 동맹 관계, 자국 내 미군 주둔, 전략적 안보 협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공과 영토는 사용하지 말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는 국방장관 칼리드 빈 살만 왕자를 이란 테헤란으로 직접 파견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이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이는 사우디와 이란 간 직접 소통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이례적이고 중대한 외교적 메시지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중립적 입장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넘어서, 군사 충돌이 자국 안보에 직접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위기감을 반영한 것입니다. 걸프 국가들은 자국에 위치한 미군 공군기지, 해군 시설, 통신망 등이 이란의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작전이 자신들을 전쟁의 방패로 만들지 않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 이란과의 데탕트, 무너지는가?

이들 걸프 국가는 최근 몇 년간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해 왔습니다. 경제 개발과 안보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충돌은 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UAE는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으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고, 사우디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선제 공격' 중심의 안보 전략으로 돌아섰고, 이는 이란과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켰습니다. 걸프 국가들로서는 자신들의 외교적 노력이 무력화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걸프 국가들은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를 조정하며 **‘데탕트(긴장 완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이 과정은 경제 다변화와 지역 안정성을 추구하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었으며, 이란과의 직접적 충돌을 피하려는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U.A.E.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란과의 외교 접촉을 재개했으며, 사우디 역시 2023년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예멘 내전, 시리아 사태, 레바논 정세 등에서 극단적 충돌 대신 점진적인 협력과 조율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으로 급속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을 통해 대리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걸프의 ‘완충 외교’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걸프 국가들은 지금, 과거와 달리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던 전략이 점점 통하지 않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전조가 현실이 될 경우, 그들은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압박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쌓아온 데탕트의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 핵시설 공격과 그 여파: 걸프의 현실적 위협

이스라엘은 아직 이란의 대표적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Fordow)를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개입한다면 이 시설은 핵심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설은 산 밑에 위치해 있어, 미국의 '벙커버스터' 같은 초강력 무기만이 파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만약 공격이 감행된다면, 방사능 누출이나 환경 오염은 물론, 페르시아만을 끼고 있는 걸프 국가들의 해수담수화 시설과 물 공급 체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레인은 이미 방사능 대비 대피소를 준비 중이며, 걸프협력회의(GCC)는 방사능 수치를 실시간 감시하는 비상센터를 가동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정조준하고,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은 전면적 충돌이 가져올 물리적, 환경적, 경제적 피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는 타깃은 포르도(Fordow) 핵농축 시설입니다. 이곳은 이란 중부의 산 아래 깊숙이 위치해 있어 통상의 미사일이나 공습으로는 파괴가 어렵고, 미국의 ‘벙커버스터’(지하 관통 폭탄) 같은 초강력 무기만이 접근 가능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시설이 단지 군사 목표일 뿐만 아니라, 그 공격 자체가 걸프 전역에 방사능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방사성 물질의 대규모 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있지만, 심리적 불안감과 경제적 충격은 그 자체로도 치명적입니다.

 

이미 바레인은 수십 개의 방사능 대피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걸프협력회의(GCC)는 쿠웨이트에 위치한 긴급방재센터를 가동하여 방사능 수치를 상시 감시 중입니다. 걸프 해역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허브이자 해수담수화 기반의 생존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방사능이 바닷물에 유입될 경우, 수십만 명의 생존과 직결된 치명적 위협이 됩니다.

 

 


🛑 걸프의 계산: 전쟁은 안 된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 체제의 약화에는 이득을 느끼면서도, ‘정권 교체’라는 단어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의 몰락 이후 벌어진 혼란이 그들에게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란은 인구 9천만 명의 지역 강국이며, 바로 맞은편에 세계 물류와 에너지의 요충지인 두바이가 있습니다. 어떤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경제적 피해와 안보 위협은 곧바로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걸프 국가들은 오랜 기간 이란의 군사적 팽창과 핵 개발을 견제해왔지만, '전쟁을 통한 해결'은 절대 선택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 전쟁은 승패를 떠나, 자국의 안정, 경제 발전, 국제 투자 유치 전략 모두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사우디와 UAE는 ‘비전 2030’ 같은 미래 전략을 통해 산업 다각화와 글로벌 투자 허브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면전이 발발하면,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고, 관광객은 급감하며, 항공·물류·에너지 기반 인프라까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즉, 총성이 울리는 순간, 수년간의 발전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란과의 데탕트를 통해 어렵게 조율해온 외교 균형과 내부 안보도 동시에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란이 전면전에 몰리면, 그 반작용으로 걸프 지역을 타깃 삼아 미사일·드론 보복을 감행할 수 있고, 지역 내 이란 우호 세력이 혼란을 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걸프 국가들이 내린 결론은 단 하나입니다.


“이란을 약화시키고 견제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전면전은 절대 안 된다.”


군사 개입을 통해 이란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는 전략은 너무나 위험하고, 또다시 이라크 전쟁의 교훈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란은 이라크보다 더 크고, 더 복잡하며, 더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결론: 균형 위의 걸프, 선택을 강요받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지금 이중의 압박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란과의 데탕트를 유지하며 지역 안정화를 추구해야 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계속되고, 미국이 점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걸프 국가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운명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갈림길에서, 이들 국가는 ‘전쟁의 문턱’을 넘지 않기 위해 외교적 노력과 중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 걸프 국가들이 마주한 현실은 ‘이란의 위협’과 ‘전쟁의 파국’ 사이에서의 고통스러운 줄타기입니다. 이들은 명백히 이란의 핵무장과 무장세력 지원을 반대하지만, 동시에 이란 정권의 붕괴가 불러올 혼란을 더욱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혼란은 바로 그들의 영토, 경제, 생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이란의 보복 위협. 이 세 가지 요소가 교차하면서 걸프 국가들의 전략적 자율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외부 압력 속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내세우는 메시지는 단호합니다.
“우리 영공은 사용하지 마라.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중동은 단순히 무기와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걸프 국가들은 지금, 그 질서의 한가운데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건 외교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과연 이 균형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균열을 맞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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