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인공지능의 미래를 놓고 벌어지는 미중 간의 기술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습니다.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이는 시장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칩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치밀한 자원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의 Nvidia H20 칩 대량 확보 시도는 단순한 사재기를 넘어서, AI 주도권을 향한 전략적 대응이자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민간 기업들이 취한 현실적인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이들은 H20 칩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Nvidia에 1년치 공급량에 해당하는 100만 개 주문을 요청했고, 이는 무려 12조 원을 넘는 규모로 추정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번의 거래를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구조, 국가간 기술 주권,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의 지형도까지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미국 규제 전에 1년치 확보!
중국의 대표 빅테크 3인방—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가 미국의 최신 수출 규제에 대비해 올해 초부터 Nvidia의 H20 인공지능 칩을 대규모로 사들였습니다. H20은 원래 미국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전용으로 출시된 GPU였지만, 업계는 더 강한 규제가 올 것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세 기업은 무려 1백만 개의 H20 칩, 약 12조 원 상당의 선주문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4월 초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칩도 수출 허가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전체 수량은 채워지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대표 테크 기업들은 단순히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에 따른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Nvidia의 H20 칩은 2024년 초 출시된 이후, 미국 수출 규제 요건에 맞춰 성능이 제한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AI 서비스 수요 폭증에 따라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이에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는 최대 1년치 공급량에 해당하는 총 100만 개의 H20 칩을 요청, 이를 5월 이전에 모두 납품받길 원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해당 칩에 대해 별도 수출허가를 요구할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4월 초 전격적으로 H20 칩도 수출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예상보다 빠르게 규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요청 수량 전체가 전달되지는 못했지만,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물량이 이미 선적을 마친 상태였고, 이는 향후 AI 컴퓨팅 수요 충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공격적인 투자, 바이트댄스가 가장 빨랐다
이번 사재기 행보에서 가장 공격적이었던 기업은 바이트댄스였습니다. 딥러닝 모델 'DeepSeek'를 자사 앱인 **위챗(WeChat)**에 통합한 텐센트도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규제가 올 줄 모두가 알고 있었죠. 금지되기 전이라면 좋은 성능의 칩을 미리 사두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한 중국 빅테크 임원의 말처럼, 이는 치밀한 사전 준비였습니다.
이번 Nvidia H20 칩 확보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바로 **바이트댄스(ByteDance)**였습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TikTok)과 더우인(Douyin), 토우탸오(Toutiao) 등 방대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초거대 AI 모델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에는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수적이며, GPU 확보는 기업 생존 전략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두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단가나 물류 이슈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며 가능한 모든 경로로 최대한의 수량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AI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 투자의 일환이었습니다.
또한 바이트댄스는 중국 본토는 물론, 동남아시아 및 유럽 지역 데이터 센터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해 지속적으로 고성능 연산 능력을 유지하려는 글로벌 전략의 일부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공세적 행보는 “중국 내 AI 경쟁이 더 이상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칩을 확보할 수 있는 '속도와 자본력'의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 국외 조달도 병행 중
중국 기업들은 단순히 재고만 쌓은 것이 아닙니다. 해외 자회사 설립, 글로벌 통신사와의 협력, 중국 외부에서의 구매 루트 확보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알리바바는 13개국, 바이트댄스는 유럽과 동남아 등지에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며 미국 규제를 우회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단순히 칩을 재고로 쌓는 데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정교한 국제적 조달 전략도 함께 구사하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 내에서는 H20을 비롯한 Nvidia 칩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유럽, 중동 등의 제3국에서 간접적으로 칩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졌습니다. 일부 기업은 해외 자회사나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수입 경로를 우회하거나, 현지 통신사 및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우회 수급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는 이미 미국을 포함해 13개국에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바이트댄스는 노르웨이, 아일랜드 등지의 유럽 데이터 센터를 전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 서비스는 글로벌에서 계속 확장, 반면 GPU 공급망은 점점 더 분산되고 유연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규제 회피의 효과를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의 주권적 운영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 H20의 한계와 대안
H20 칩은 Nvidia의 대표 고성능 칩인 H100의 두 단계 하향 버전입니다. AI 훈련 능력은 1/10, 추론 성능은 **20%**에 불과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인기 제품입니다.
홍콩의 AI 엔지니어 유진 리는 "H20은 사실상 추론용에 최적화된 구성"이라며, 대형 모델 훈련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H100, H800 같은 고성능 칩이 소진된다면 중국의 차세대 AI 모델 개발 역량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H20 칩은 Nvidia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H100 칩을 두 차례 성능 하향 조정한 모델입니다. AI 훈련 성능은 H100의 약 10%, 추론(Inference) 성능은 약 20% 수준에 그쳐 대형 AI 모델의 학습에는 다소 제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은 이유는, 다수의 AI 응용이 훈련보다는 추론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챗봇, 이미지 분석, 검색 추천 등의 상용 AI 서비스는 이미 학습된 모델을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추론 기반이 많아, 상대적으로 낮은 연산 성능의 H20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H100, H800과 같은 고성능 칩의 기존 재고가 소진될 경우, 대형 AI 모델의 훈련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중국의 AI 자립도에 중대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국산 대안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scend 칩 기반의 'CloudMatrix 384' 시스템을 공개하며, Nvidia의 GB200 NVL72와 정면 대결을 선언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384개의 Ascend 칩을 연결한 고성능 AI 컴퓨팅 솔루션으로, 추론뿐만 아니라 대규모 학습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분산 학습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소형·중형 모델 중심의 전략 전환을 시도하며 AI 성능의 ‘질적 최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 화웨이 Ascend, 국내 대안 부상
미국산 칩에 의존하지 않기 위한 국산화 노력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최근 384개의 Ascend 칩을 연결한 ‘CloudMatrix 384’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Nvidia의 차세대 칩 GB200 NVL72와의 경쟁을 목표로 한 제품입니다.
중국 데이터센터들은 이 Ascend 기반 플랫폼의 검증 절차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소형 모델 운영용으로 대체 활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가 심화되자, 중국은 ‘플랜 B’로 자국산 반도체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선 기업이 바로 **화웨이(Huawei)**입니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scend 시리즈 AI 칩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연산 솔루션 **‘CloudMatrix 384’**를 2025년 4월 초 발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384개의 Ascend AI 칩을 하나의 클러스터로 연결해, Nvidia의 최상위 제품군인 GB200 NVL72에 맞먹는 수준의 AI 연산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Ascend는 이미 중국 내 공공 부문과 일부 금융권에서 채택되었으며, 이번 CloudMatrix 384의 발표는 중국 내 초거대 AI 모델 훈련 인프라를 자국 기술로 전환하려는 핵심 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중국 데이터센터 업계는 이를 계기로 Ascend 기반 플랫폼에 대한 인증 절차를 서둘러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도입 테스트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Ascend 칩은 아직 Nvidia 칩에 비해 생태계와 호환성, 개발 툴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기업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중국식 AI 자립 생태계 구축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Nvidia의 손실, 그리고 CEO의 방중
이번 규제로 Nvidia는 분기 매출 5.5조 원 감소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젠슨 황 CEO는 갑작스럽게 베이징을 방문, “중국 시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Nvidia의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13.1%, 반면 싱가포르는 **18%**까지 상승했습니다. 다만 이는 청구 기준이며, 실제 제품 운송은 대부분 중국을 포함한 타 지역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H20 수출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단연 Nvidia입니다. 2025년 4월 15일, Nvidia는 공식적으로 이번 수출 제한으로 인해 55억 달러(약 7.5조 원)의 분기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Nvidia가 중국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며, 회사 전체 실적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예고 없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 관계 당국자 및 기업 리더들과 직접 만남을 가졌습니다. 황 CEO는 “중국 고객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2024 회계연도 기준으로 Nvidia의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은 약 13.1%**로, 전년 17%에 비해 감소했습니다. 반면, 싱가포르 비중은 18%로 급상승했는데, 이는 싱가포르를 ‘청구지’로 삼아 실제로는 중국 내로 제품을 수입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Nvidia 입장에서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막대한 성장성과 위험을 동시에 내포한 시장입니다. 황 CEO의 방중은 이러한 이중적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되지만,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Nvidia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한계가 뚜렷합니다.
🧭 결론: AI 패권 전쟁, 이제 시작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GPU 수급 문제를 넘어,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본격화를 의미합니다. 중국은 규제에 맞서 칩 조달, 데이터센터 확장, 국산화라는 삼각 전략을 택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 안보와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칩 수출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누가 승기를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AI 하드웨어를 둘러싼 지구촌의 경쟁은 이제 더 뜨거워질 뿐입니다.
이번 Nvidia H20 사태는 단순한 GPU 수출 제한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연산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면전입니다.
중국은 이번 규제를 통해 ‘외부 의존’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고, 이에 대응해 국외 조달 루트 확보, 자국 칩 기술 개발, 해외 데이터 센터 확장이라는 3가지 방향에서 신속히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Nvidia는 단기적으로는 큰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중국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CEO가 직접 방중하는 등 외교와도 같은 기술 협상 국면에 돌입했습니다. 동시에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의 Ascend 칩처럼 국산 기술의 급부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AI 패권 경쟁의 본질은 기술만이 아닙니다. 칩 공급망, 글로벌 인프라, 국가 정책, 그리고 민간 기업의 속도와 결단력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 판에서 **승자는 ‘누가 더 빨리 준비했는가’가 아닌, ‘누가 더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로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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