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은 언제나 안개로 뒤덮여 있다.
그 도시의 상징인 세일즈포스 타워(Salesforce Tower) 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과 불안 모두를 감싸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 실리콘밸리의 거인, 자선가, 그리고 “기업은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신념을 전파한 사람이다. 그는 클라우드 혁명의 선두에서 세일즈포스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었고, 그의 철학은 수많은 스타트업이 따르는 일종의 윤리적 지침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남긴 한 문장은 그가 20년 넘게 쌓아온 명성과 신념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방위군을 샌프란시스코에 투입해야 한다.”
그 말 한마디는 샌프란시스코의 자유주의적 상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신호로 읽혔다.
그리고 곧이어 — 오랜 친구, 동료, 정치인, 직원들까지 그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그는 며칠 만에 사과했다.
“내가 틀렸다.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은 군이 아니라, 대화와 신뢰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발언 실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리더십의 진화, 브랜드의 정체성, 그리고 AI 시대의 인간적 균형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주제를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 여전히 자신이 믿는 ‘선한 의도’를 지키려 애쓰는 한 리더의 흔들리는 초상이 있었다.
🏙️ 샌프란시스코의 수호자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세일즈포스(Salesforce)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는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의 얼굴’로 불려왔다.
그는 도시의 부흥과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며 ‘1-1-1 자선 모델(1%의 지분, 제품, 직원 시간 기부)’ 을 세운 대표적 기업가였다.
하지만 최근, 그는 전혀 다른 이유로 주목받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방위군(National Guard) 을 투입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는 그가 주최하는 연례 행사 드림포스(Dreamforce) 의 안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결국 도시 정치인들과 실리콘밸리 거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게 되었다.
마크 베니오프는 오랫동안 ‘샌프란시스코의 양심’이자 수호자로 불려왔다.
그는 기술 기업의 성공을 사회적 책임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도시의 상징처럼 존재했다.
세일즈포스 타워가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을 장악하듯, 그의 영향력 또한 도시 전반에 뿌리내려 있었다.
그는 수십억 달러의 기부와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변화를 이끌었다.
도심의 공원 재정비, 노숙자 지원, 교육과 의료 분야의 기부 등 베니오프 부부의 이름이 새겨진 공간은 도심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1-1-1 모델’ — 기업의 1% 지분, 1% 제품, 1% 직원 시간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철학은 오늘날 ESG 경영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가 쌓아온 **‘도시의 수호자’**라는 이미지에 균열을 냈다.
10월 초,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 전국방위군(National Guard) 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히며 논란이 폭발했다. 치안 강화를 요구한 그의 발언은 단순한 안보 우려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자유주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그가 매년 개최하는 세일즈포스의 대표 행사 ‘드림포스(Dreamforce)’ 를 이유로 들면서 “행사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이 문제였다. 이는 도시를 ‘투자 가치’나 ‘비즈니스 리스크’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진보적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오랜 동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는 단지 정치적 입장 때문만이 아니다.
베니오프는 오랜 세월 “기업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선(善)” 을 외쳐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인디애나주의 반(反)LGBT 법에 항의해 세일즈포스 행사를 취소했던 일,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세금을 부과하는 Proposition C 법안을 지지했던 일 — 모두 그를 진보적 리더의 전형으로 만들었던 사건들이었다.
그런 인물이 이제 “군을 동원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하자, 샌프란시스코의 정치·기술 엘리트들은 충격을 받았다.
“누가 도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던져진 것이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이 도시를 대표하던 한 리더의 가치 혼란’ 으로 해석되었다. 이날 이후, 드림포스 현장에서는 마크 베니오프의 발언이 AI 신제품 ‘Agentforce’보다 더 큰 화제였다.
메탈리카의 공연과 셀럽들의 축제 분위기 뒤편에서, “베니오프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의 편인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 “내가 틀렸다” — 급속한 사과의 배경
비판의 중심에는 “그의 이미지가 변했다” 는 인식이 있었다.
한때 진보적 가치의 상징이던 베니오프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 이후, 치안 강화와 보수적 발언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엔젤 투자자인 론 콘웨이(Ron Conway) 는 세일즈포스 재단 이사회에서 사퇴하며,
“당신이 그렇게 변해버릴 줄은 몰랐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또한 로런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 역시 “도시에 기부했다고 해서 정책에 발언권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베니오프는 “내가 지나쳤다”고 인정하며 사과했다.
“동료 시민들과 대화해보니 전국방위군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사과는 단순한 입장 번복이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샌프란시스코의 리더’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마크 베니오프의 발언은 불과 며칠 만에 완전한 역풍으로 돌아왔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 전국방위군(National Guard) 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한 지 단 이틀 만에, 그는 “필요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겉으로는 간단한 정정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세 겹의 복합적 압박이 존재했다.
💥 1. 실리콘밸리 ‘내부의 반발’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것은 동료들로부터의 강한 실망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기술 생태계의 중심 인물 중 하나이자 오랜 친구인 엔젤 투자자 론 콘웨이(Ron Conway) 는 즉각 세일즈포스 재단 이사회에서 사퇴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썼다.
“당신의 말에서 내가 알던 마크 베니오프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은 실리콘밸리 내부의 정서를 정확히 반영했다. 베니오프는 오랫동안 ‘자본보다 가치’를 이야기한 인물로 존경받아 왔기에, 그의 ‘군 동원’ 발언은 “자신의 철학을 부정한 배신” 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로런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 도 가세했다. 그녀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도시에 기부했다고 해서 정책에 대한 발언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돈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의 오랜 인맥과 후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베니오프는 자신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 2. 정치적 부담 — ‘트럼프와의 연결고리’
두 번째 압박은 정치적 후폭풍이었다.
그의 발언이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샌프란시스코에 실제로 전국방위군 투입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베니오프의 개인적 의견이 정치적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일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 — 베니오프의 대부(godfather) 관계인 인물 — 을 곤경에 빠뜨렸다. 뉴섬은 트럼프의 군사 개입에 강력히 반대해온 인물이다. 즉, 베니오프의 발언은 그와의 오랜 우정과 정치적 연대마저 흔들어 놓았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대니얼 루리(Daniel Lurie) 는 “도시의 범죄율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의 발언은 “현실을 모르는 과잉 반응”으로 해석되었고, 결국 베니오프는 자신이 도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 3. 비즈니스 리스크 — ‘정부 고객’과의 미묘한 관계
세 번째는 비즈니스 차원의 리스크였다.
세일즈포스는 연방 정부 및 공공기관 계약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CEO가 특정 정치세력(트럼프 정부)과의 연계를 시사하자, 진보 성향의 주 정부들과 일부 고객들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세일즈포스가 미국 이민세관국(ICE) 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안한 사실이 재조명되며 “베니오프가 인권보다 이익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다.
이 사건은 내부 직원들의 윤리 서한과 퇴사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는 “이번 일은 오해였다”며 빠르게 불을 꺼야 했다.
🧭 “내가 너무 앞서갔다” — 리더의 후퇴이자 자기 방어
사과문에서 그는 “지나친 신중함(abundance of caution)”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드림포스 행사에서 실제로 외부 경찰을 고용해야 했던 경험이 그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이 도시의 가장 큰 고용주이자,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사람”이라며 일종의 ‘발언할 자격’ 을 주장했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내 말이 상처가 되었다면 미안하다”고 물러섰다. 이는 단순한 후회라기보다, 관계 회복을 위한 전략적 후퇴였다.
그는 결국, 정치와 비즈니스, 그리고 개인적 명예가 얽힌 복잡한 압박 속에서 “내가 틀렸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한마디는 베니오프가 여전히 ‘현명한 경영자’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리더십의 시대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실리콘밸리의 제왕, 흔들리는 브랜드
한편, 세일즈포스 자체도 AI 전환의 거대한 파도 속에 있다.
새롭게 출시된 AI 기반 고객관리 제품 Agentforce 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현재 15만 고객 중 10% 미만만 사용 중이다.
AI 스타트업들의 급부상과 ChatGPT의 등장은 세일즈포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었다.
회사의 주가는 올해에만 25% 이상 하락했다. 이에 베니오프는 경쟁 대신 ‘협력(Partnership)’ 전략 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업들과 손잡고, 세일즈포스 생태계 안에서 AI 기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 AI 혁명 앞에서 맞은 첫 번째 위기
2023년 이후, 생성형 AI의 등장은 세일즈포스의 존재 이유를 흔들었다.
고객 데이터 분석과 영업 자동화 — 세일즈포스의 주력 기능들은 이제 ChatGPT와 같은 LLM(대규모 언어모델) 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베니오프는 “Agentforce” 라는 신제품을 내놓았다.
AI를 이용해 고객 대응과 업무 자동화를 강화한 솔루션이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5만 개가 넘는 세일즈포스 고객 중 10% 미만만 사용 중이며, AI 트렌드의 중심에 서야 할 세일즈포스가
오히려 속도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주가는 올해 들어 25% 이상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오랫동안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황제”로 불리던 세일즈포스가 이제는 “AI 전환의 늦깎이”로 평가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AI를 적으로 둘 것인가, 동맹으로 삼을 것인가
베니오프는 처음에는 오픈AI나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LLM 기업들을 ‘경쟁자’로 인식했다.
하지만 곧 전략을 수정해 ‘협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드림포스 2025에서 이렇게 말했다.
“AI는 전기가 흐르듯, 우리 시스템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한다.”
그의 발언은 세일즈포스가 “AI 인프라 기업이 아닌, AI 생태계의 조력자” 로 스스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오라클의 폐쇄형 전략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독점적 제휴 사이에서 중립적인 제3의 길을 찾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균형 전략’이 통할지는 불투명하다. AI 전환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스타트업들은 세일즈포스의 핵심 기능을 단 몇 달 만에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 “Purpose-driven capitalism”의 균열
베니오프의 진짜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 신뢰의 붕괴다.
그는 20년 넘게 “목적 있는 자본주의(Purpose-driven capitalism)”를 외쳐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양성, 기부, 환경…
이 모든 것은 그가 세일즈포스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가치 공동체’ 로 만들기 위한 핵심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번 전국방위군 발언은 그 신념의 일관성을 무너뜨렸다. 그가 강조해온 ‘공동체적 연대’와 ‘도시의 회복력’이 ‘보안과 통제’의 언어로 바뀌면서, 그의 브랜드는 혼란에 빠졌다. 세일즈포스 직원들조차 공개 서한을 올려 “CEO가 말과 행동으로 조직 문화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즉,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세일즈포스 제국의 그림자”
지금의 세일즈포스는 여전히 매출 300억 달러가 넘는 거대 기업이다.
그러나 브랜드의 본질 — ‘혁신과 이상주의의 균형’ — 은 흔들리고 있다. AI가 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시대에, 세일즈포스의 플랫폼적 장점은 약화되고 오히려 ‘복잡하고 비싼 레거시 시스템’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는 여전히 6피트5(약 196cm)의 거구로 드림포스 무대 한가운데를 지배하지만, 그가 과거처럼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 로 보이지는 않는다.
AI 시대의 무대는 더 빠르고, 더 가벼운 플레이어들을 향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 변화의 끝에서 찾은 균형
흥미롭게도 베니오프는 이번 논란의 끝에서 명상가의 태도를 보였다.
그는 드림포스의 ‘마인드풀니스 빌리지’에서 만난 티베트 스승 라마 텐진(Lama Tenzin) 의 말을 인용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그게 전부다.”
그는 여전히 하와이에 거주하며, 샌프란시스코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
‘도시에 대한 사랑이 곧 발언의 권한이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 말이다.
🌊 하와이에서 다시 찾은 ‘고요한 중심’
그는 2021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하와이 자택에서 보낸다.
그곳은 세일즈포스 타워의 화려한 유리창과는 정반대의 공간이다. 그는 아침마다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을 하고, “세상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흐름을 따라가라”는 자신의 스승 라마 텐진(Lama Tenzin)의 말을 되새긴다고 한다.
그에게 이번 사과 사건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속도의 시대에 잃어버린 중심을 되찾는 과정’ 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 과거의 논란도, 미래의 걱정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느냐이다.”
그 말은 마치 스스로에게 하는 주문 같았다. 화려한 드림포스 무대 뒤에서, 그는 수천억 달러의 제국보다 ‘현재의 평온’ 을 선택하고 있었다.
🕊️ 리더십의 재정의 — ‘지배’에서 ‘존재’로
베니오프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그가 추구하는 리더십의 형태를 봐야 한다.
그는 오라클에서 젊은 부사장으로 일하던 시절, “권력과 속도”가 기업의 성공을 만든다고 배웠다. 그러나 세일즈포스를 세운 이후,
그는 점점 “지배의 리더십”보다 “존재의 리더십”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리더’가 아닌 ‘호스트(host)’로 정의한다.
드림포스는 그에게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세상을 연결하고, 사유를 나누는 하나의 영적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CEO가 아니라, ‘에너지의 조율자’ 였다. 하지만 이번 전국방위군 논란은 그에게 그동안 쌓아온 ‘존재의 리더십’을 흔드는 사건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내 의도가 선해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리더십의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그의 사과를 이끌었다.
🌅 “속도의 세상에서 멈춰 서는 용기”
AI 경쟁이 가속화되고, 세일즈포스 주가가 요동치는 지금, 베니오프는 오히려 “속도를 줄이자”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고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코드가 아니라, 더 많은 대화다.”
이 말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AI 시대의 리더십에 대한 그의 철학을 상징한다. 그는 더 이상 ‘성장’만을 좇지 않는다.
그 대신,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기업이 인간성을 지켜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의 여정은 어쩌면 “AI보다 더 인간적인 AI 기업” 을 만드는 실험일지도 모른다. 그가 세운 제국은 흔들리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인간의 ‘내면적 진보’를 향해 있다.
🔍 딥다이브: 이번 사건이 던지는 3가지 메시지
- 브랜드 리더십의 딜레마 – 사회적 책임을 내세운 리더라도, 발언 하나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 AI 시대의 리더십 전환 – 기술보다 ‘가치’와 ‘공감’이 중요한 시대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 실리콘밸리의 세대 교체 신호 – 트럼프와 가까운 ‘올드 가드’ 대신, 가치 중심의 젊은 리더들이 부상 중이다.
마크 베니오프의 발언과 사과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실리콘밸리, 리더십, 그리고 기술의 방향성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거대 기업의 문화, 정치적 정체성, 그리고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한꺼번에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브랜드 리더십의 딜레마 — ‘좋은 의도’는 충분하지 않다
마크 베니오프는 누구보다 ‘선한 영향력’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는 20년 넘게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왔고, 1-1-1 모델(지분·제품·시간의 1% 사회 환원)은 전 세계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벤치마킹한 혁신적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가 강조해온 ‘선의의 리더십(good intention)’ 이 현실의 복잡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줬다.
그의 전국방위군 발언은 도시의 치안에 대한 ‘안전 우려’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사회적 맥락 속에서는 “권력자 특유의 거리감 있는 발언” 으로 읽혔다. 결국 리더십의 핵심은 의도가 아니라 ‘맥락의 이해력(contextual intelligence)’ 임이 드러난 것이다.
오늘날의 CEO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단순히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그 말을 해야 하는가” 를 아는 감각이다. 베니오프의 사례는 그 ‘감각의 결핍’이 얼마나 큰 파장을 낳는지 보여준다.
② 실리콘밸리의 가치 전환 — ‘혁신’보다 ‘공존’의 시대
이번 사건은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도 세대적 균열을 드러냈다.
구글, 메타, 오라클, 그리고 세일즈포스 1세대 CEO들은 성장과 규모, 즉 “더 크고, 더 빨리”의 논리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2020년대의 젊은 창업가들은 “더 의미 있게, 더 인간적으로”를 이야기한다. 로런 파월 잡스가 그를 비판한 것도 단순히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자선은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공존의 언어여야 한다” 는 세대의 메시지였다.
실리콘밸리는 이제 ‘혁신’이라는 단어보다 ‘회복력(Resilience)’, ‘공동체(Commun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같은 단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베니오프의 발언은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기존 세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리더가 이끄는 구조’로 인식하지만, 이제 세상은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즉, 리더십의 중심이 ‘권위’에서 ‘공감’으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③ AI 시대의 리더십 — ‘기술 중심’에서 ‘의미 중심’으로
세일즈포스가 당면한 위기는 단지 제품의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의 리더십이 무엇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더 깊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고, 판매를 자동화하며, 결국 인간의 판단 일부를 대체한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우리에게 역설적으로 묻는다.
“기술이 인간의 공감과 윤리를 대신할 수 있는가?”
마크 베니오프는 기술을 ‘인류를 위한 힘’이라 말해왔지만, 그의 발언은 ‘기술이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불안을 자극했다.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 AI 시대의 진짜 리더십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고 존중하느냐 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세일즈포스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 있다.
Agentforce의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사람 중심의 철학’ 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 결론: “진보의 도시에서 다시 배우는 진정성”
마크 베니오프의 사과는 단순한 정치적 후퇴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세일즈포스 타워의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거인이지만, 이번 논란은 그가 다시 “어디에 서야 하는가” 를 묻는 계기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변화를 요구한다.
AI가 세상을 바꾸듯, 리더십 또한 ‘겸손한 진보’로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베니오프의 사례는 조용히 일깨워준다.
이번 사건은 마크 베니오프라는 개인의 실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AI와 인간의 경계 위에 선 리더십의 시험’ 이었다. AI는 데이터를 완벽하게 분석하지만,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 리더가 AI처럼 판단하면, 인간의 공감이 사라진다.
베니오프는 자신이 만든 거대한 제국 안에서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체감한 인물이다. 그는 기술의 혁신보다 ‘관계의 회복’, 성장의 속도보다 ‘사람의 리듬’ 을 택했다. 그의 사과는 단순한 후퇴가 아니다. 그것은 ‘말’보다 ‘공감’, ‘속도’보다 ‘깊이’를 중시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출발점이었다.
그가 드림포스의 무대에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단지 명상 구호가 아니라 —
“과거의 리더십을 놓고,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하자” 는 선언이었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정치와 기술이 얽히는 혼란 속에서 리더들은 다시 인간성을 찾아야 한다. 마크 베니오프는 그 과정에서 넘어진 리더이자 배운 리더다.
그의 오류는 곧 우리의 거울이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사과와 성찰은, 앞으로의 시대에 필요한 “겸손한 리더십의 교과서” 가 될 것이다.
기술의 중심에서 인간을 잃지 않는 것 —
그것이 지금 이 시대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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