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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MBA, English, 운동

AI 시대, 당신의 작업에선 'AI 스멜'이 납니까, '아우라'가 느껴집니까?

by Heedong-Kim 2026. 2. 28.

1. 서론: 키위의 운명을 바꾼 이름 하나, 당신의 이름은 안녕하십니까?

20세기 초, 뉴질랜드의 유통사 '잭 터너'는 '미후도'라 불리던 중국 과일의 씨앗을 들여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서양의 구스베리와 맛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차이니즈 구스베리'라는 이름을 붙여 미국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냉전이라는 시대적 맥락과 전염병에 대한 우려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죠. 절망적인 순간, 그는 뉴질랜드의 상징 새인 '키위'에서 착안해 '키위프루트'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이 이름 하나가 과일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오늘날 키위는 연간 10조 원이 넘는 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브랜딩은 단순히 예쁜 포장을 입히는 데코레이션이 아닙니다. 기호학적 관점에서 세계를 새롭게 읽고 써 내려가는 '세계관의 방법론'입니다.
저 역시 한때 제 이름 '최장순'을 싫어했습니다. 촌스럽다는 놀림 때문이었죠. 하지만 문장(章)을 읽고 쓰는 일에 순박(淳)하고 질박하게 임하라는 한자의 의미를 스스로 재해석하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제가 가야 할 길을 발견했습니다. 브랜드라는 '특정 컨셉'을 '이름'에 연결해 기억의 강도(Brand Strength)를 높이고, 이를 주주 가치인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으로 전환하는 전략가의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기술이 범람하는 지금, 당신의 이름 뒤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까?
 

2. [Takeaway 1] AI '딸깍'의 함정: 효율성이 진정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결과물을 뽑아내는 이른바 'AI 딸깍'의 시대입니다. 전략과 카피, 디자인이 3분 만에 자동 생성되는 마법 같은 효율성에 열광하지만, 여기에는 'AI 스멜(AI Smell)'이라는 치명적인 위화감이 뒤따릅니다.
최근 한 아파트 단지 전단지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102동에 사는 5성급 호텔 셰프'라는 솔깃한 사연을 담았으나, 조사 결과 해당 단지에는 102동이 존재하지 않았고 셰프의 얼굴도 AI가 생성한 가짜였습니다. 언론 보도 사진 속 과학자의 손가락이 4개로 묘사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기술을 다루는 이의 '염치없음'과 검증의 부재를 드러냅니다.
"너무 게으르게 AI를 대놓고 쓰고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이런 어색한 장면들을 보면 우린 AI 스멜이라는 걸 느끼죠."
지나친 효율성 추구는 브랜드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소비자들은 '딸깍' 뒤에 숨은 게으름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며, 그것을 진정성에 대한 기만으로 받아들입니다.
 

3. [Takeaway 2] 아우라는 '고통의 서사'에서 태어난다

AI는 정교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복제하지만, 결코 '아우라'를 빚어내지 못합니다. 존 에버렛 밀레이의 걸작 '오필리아'를 떠올려 보십시오.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은 찬물 가득한 욕조에서 6개월간 매일 10시간씩 포즈를 취하며 폐렴에 걸리는 고통을 감내했습니다. 화가는 겨울 강가에서 태풍과 사투를 벌이며 미장센을 완성했죠.
브랜드의 아우라는 이러한 '시간의 누적'과 '고통의 서사(Pathos)'에서 기인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달항아리'와 같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매끈한 대칭형 항아리에는 없는, 두 개의 사발을 이어 붙인 울퉁불퉁하고 불완전한 미학(Wabi-sabi)이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AI는 오류를 지우고 업데이트하지만, 인간은 고통을 축적하여 고유한 존재감을 형성합니다. 아우라는 복제 불가능한 일회적 존재감이며, 역사적·시간적 거리를 견뎌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훈장입니다.
 

4. [Takeaway 3] 에피소드를 넘어 네러티브(Narrative)를 구축하라

우리가 목격하는 자극적인 유행은 대개 '에피소드'입니다. 흑당 버블티처럼 특정 시기에 폭발했다 사라지는 현상들은 현재의 자극이 사라지면 존재 이유를 상실합니다. 반면 '네러티브'는 집단적인 기억과 인과관계가 더해진 긴 호흡의 이야기입니다.
요리 백과사전 '모더니스트 퀴진'의 사진 한 컷을 위해 제작진은 30시간의 준비 과정을 거칩니다. 실제 촬영 시간은 단 2.5시간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인내의 시간은 "요리는 불 앞의 기다림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 과정의 축적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형성합니다. 에피소드는 소비되고 잊히지만, 고통이 노정된 네러티브는 브랜드에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당신은 지금 일회성 사건을 만들고 있습니까, 아니면 영속적인 서사를 쓰고 있습니까?
 

 

5. [Takeaway 4] 업(業)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인류학적 관찰'

전문가 매칭 플랫폼 '숨고(Sumgo)'의 리브랜딩은 본질적 질문이 브랜드를 어떻게 구원하는지 보여줍니다. 초기 숨고는 자신들을 '연결 플랫폼'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고객들은 플랫폼에 서비스 품질에 대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삶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우리는 '중개'라는 기술적 정의를 버리고, 고객의 삶을 돌보는 '종합 라이프케어 플랫폼'으로 업을 재정의했습니다. 이는 21세기 IT 버전의 '발레드 샹브르(Valet de Chambre, 시종)'와 같은 태도입니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본, 우울증으로 쓰레기 속에 갇힌 청년의 집을 청소하던 고수의 마음—그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세우는 '돌봄'이었습니다. AI는 효율적으로 매칭할 수는 있지만, 이토록 깊은 인류학적 관찰과 맥락 속에서 누군가의 삶을 설계하고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6. 결론: 지능을 아웃소싱할 것인가, 사유하는 주체가 될 것인가?

지금 우리는 지능을 AI에 아웃소싱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것을 선택하고, AI의 판단에 무비판적으로 동의하는 주체로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까? 타자의 리뷰와 기계의 연산에 결정을 위탁하는 순간, 우리는 '사유의 주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AI를 외면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에 기민하게 적응하되, 결정의 핸들은 인간의 사유가 쥐고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불안과 책임을 견디는 존재만이 '아우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나는 AI에 판단을 위탁하는가,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인가?" 이 질문 앞에 당당히 답하십시오. 반복 가능한 일은 기술에 맡기고, 당신은 '의미의 예술가'가 되어 당신만의 서사를 완성하십시오. 그때 비로소 당신은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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