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움: MBA, English, 운동

KAIST 장영재 교수가 밝힌 '피지컬 AI'에 대한 4가지 놀라운 통찰

by Heedong-Kim 2026. 1. 3.
우리는 챗GPT와 같은 언어 기반 인공지능(AI)에 익숙합니다. 텍스트를 생성하고, 대화하며, 정보를 요약하는 AI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AI가 가상 세계를 넘어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서 작동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제품을 만들고, 물건을 옮기고, 거대한 공장을 운영하는 AI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피지컬 AI(Physical AI)'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장영재 교수에 따르면, 피지컬 AI의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놀랍고 심오합니다. 장 교수가 제시하는 4가지 통찰을 통해, 제조업의 미래와 세상을 움직일 AI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1. 공장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을까?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AI의 세계에서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다'는 말은 거의 진리로 통합니다. 하지만 장영재 교수는 이 공식이 제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공장 데이터는 단순히 많이 모은다고 해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공장을 모르는 정책가나 AI 전문가들이 "데이터가 많으면 뭔가 좋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naive) 접근"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1. 표준의 부재 (Lack of Standardization): 공장의 설비는 대부분 해당 공장의 제품과 공정에 맞춰 특별 제작(커스터마이징)됩니다. 이 때문에 같은 회사 내의 다른 공장, 심지어 같은 공장 내의 다른 라인조차 데이터의 정의가 제각각입니다. 표준화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여러 공장의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 맥락의 중요성 (Importance of Context): 특정 공장의 운영 방식이나 공정에 대한 깊은 지식(도메인 지식) 없이는 원본 데이터는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 시간'이라는 데이터 하나조차도, 원자재 투입부터인지, 첫 공정 시작부터인지, 작업자의 포장까지 포함하는지 등 공장마다 정의가 다릅니다. 이 맥락을 모르면 데이터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3. 데이터의 유효기간 (Data's Expiration Date): 공장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선됩니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매일 공정이 바뀌고 부품이 교체됩니다. 이는 과거의 데이터가 현재의 공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장 교수는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어제 데이터가 오늘은 무형 지물입니다.
 
 
2. '현실의 공장'을 망가뜨리지 않고 AI를 훈련시키는 법: 강화학습과 디지털 트윈
피지컬 AI, 특히 수백, 수천 대의 로봇이 협업하는 공장 AI를 어떻게 훈련시킬 수 있을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은 AI가 마치 사람이 자전거를 배우듯,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해 최적의 행동을 스스로 터득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강화학습은 오랫동안 AI 교과서 맨 뒷부분에나 실리는 비주류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장영재 교수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는 "연구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고 회고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강화학습의 잠재력을 제조업에 적용하는 모험적인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가동 중인 공장에서 수천 대의 로봇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이는 엄청난 비용과 혼란을 초래할 뿐입니다.
장 교수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입니다. 그는 디지털 트윈을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비유합니다. 내비게이션은 ①실제 내 차의 위치와 가상의 지도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고, ②다양한 대안 경로를 시뮬레이션하며, ③최적의 경로를 추천해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공장의 디지털 트윈도 마찬가지로 현실의 공장을 아주 정밀하게 복제한 가상 공장입니다.
AI는 이 가상 공간에서 학습합니다. 이 방식은 두 가지 결정적인 장점을 가집니다.
1. 가상 공간에서는 시간을 현실보다 훨씬 빠르게 돌릴 수 있어 학습 속도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2.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시나리오와 실패 상황을 아무런 비용이나 위험 부담 없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강화학습과 디지털 트윈의 조합은 현실 세계의 제약 없이 AI를 안전하고 빠르게 훈련시킬 수 있는 핵심 열쇠입니다. 이는 최근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피지컬 AI'의 시대를 선언하며 강조했던 바로 그 개념입니다.
 
 
3. 최고의 AI도 소용없다, '공장의 판'이 바뀌지 않으면
최첨단 피지컬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기존 공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 교수는 현재 공장의 근본적인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피지컬 AI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공장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Defined Factory, SDF)'입니다. 장 교수는 현재의 공장을 복잡한 배선이 뒤얽힌 오래된 로켓 엔진에 비유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품 하나를 바꾸려면 전체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미래의 공장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처럼 변해야 합니다.
SDF는 유연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새로운 로봇이나 공정 설비가 필요할 때, 전체 라인을 멈추고 재설계하는 대신 마치 스마트폰에 '앱(App)'을 설치하듯 간단하게 추가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장 교수는 2019년 중국에서 뼈저리게 느꼈다고 합니다. 박사과정 시절 함께 연구했던 중국인 동료가 이미 중국의 거대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IT 총괄 책임자가 되어 이와 유사한 개념을 현실에 구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의 생각이 이렇게 유연하고 실행력이 빠르다는 사실에 제조업의 미래가 무섭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이 일화는 SDF가 '좋은 아이디어'를 넘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 생존 전략'임을 일깨워줍니다.
 

 
4. 한국 제조업의 미래: '제품' 수출에서 '공장' 수출로
장영재 교수의 비전은 단순히 국내 공장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거대한 그림으로 확장됩니다. 그는 한국이 더 이상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에서 벗어나, 지능형 공장을 구축하는 시스템과 노하우 자체를 수출하는 나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장 교수는 이를 '골드러시'에 비유합니다. 골드러시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금을 캐던 광부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삽과 청바지를 팔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은 전 세계 제조업에 '삽'을 파는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즉, 피지컬 AI, 로봇 기술, 운영 플랫폼을 통합한 '지능형 공장 솔루션'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거대한 시장의 경쟁자는 명확합니다: 독일과 중국입니다. 하지만 장 교수는 한국에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외교적 이슈로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고, 독일보다 한국이 최근 대규모 신규 공장을 지어본 경험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이 차세대 글로벌 제조업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입니다.

 

 

Conclusion: 세상을 바꿀 엔지니어의 질문
장영재 교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토머스 에디슨입니다. 에디슨이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전구를 '발명'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전구가 세상을 바꾸려면 발전, 송전, 배전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모든 것을 직접 구축했습니다.
피지컬 AI가 바로 오늘날의 '전구'입니다. 장영재 교수의 통찰은 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가 AI 모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관점, 디지털 트윈 기반의 훈련 방식, 소프트웨어 중심의 공장 아키텍처, 그리고 '공장 수출'이라는 국가 전략—를 만드는 데 있음을 보여줍니다. 에디슨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기술을 넘어 그것이 실현될 세상을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