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개인의 능력인가, 시대와 환경의 산물인가

우리는 성공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능력부터 떠올린다.
뛰어난 전략가였기 때문에 성공했고, 남다른 결단력이 있었기 때문에 승리했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정상에 올랐다고 말한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에게는 판단력 부족이나 리더십의 한계를 찾는다.
하지만 정말 성공과 실패는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Profits, Prophets, Coaches, and Kings』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로 잘 알려진 그는 이번 책에서 국가 지도자, 기업가, 종교 지도자, 스포츠 감독을 살펴보며 개인의 능력과 역사적 환경이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인가, 상황인가.”
아마 답은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칭기즈 칸에게도 비가 필요했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복자 가운데 한 명인 칭기즈 칸을 생각해보자.
그는 뛰어난 군사 전략가이자 조직가였다. 서로 경쟁하던 몽골 부족을 통합했고, 강력한 기병 군대를 만들어 광대한 영토를 정복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흥미로운 환경적 조건을 하나 지적한다.
칭기즈 칸이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는 중앙아시아에서 지난 2천 년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시기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초원이 풍성해진다. 풀이 많아지면 말과 양이 늘어난다. 말이 많아지면 기병대가 강해지고, 가축이 많아지면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칭기즈 칸의 군사적 재능이 중요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20년만 일찍 태어났거나 조금 더 남쪽의 척박한 지역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능력은 같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능력에는 언제나 그것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빌 벨리칙에게는 톰 브래디가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는 스포츠에서도 발견된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이끌었던 빌 벨리칙은 미국 프로풋볼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톰 브래디와 함께 여섯 번의 슈퍼볼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2020년 브래디가 팀을 떠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브래디는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로 옮긴 뒤 다시 슈퍼볼에서 우승했지만, 패트리어츠는 이전과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섯 번의 우승은 누구의 성공일까.
감독의 전략인가.
선수의 능력인가.
구단의 시스템인가.
아마 모두일 것이다.
뛰어난 감독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선수가 있다고 해서 혼자 모든 경기를 이길 수도 없다.
성공은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질 때 만들어진다.
제프 베이조스가 없었다면 아마존도 없었을까
기업 세계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제프 베이조스는 분명 뛰어난 기업가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능력,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강한 실행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한 가지 흥미로운 가정을 제시한다.
만약 베이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온라인 쇼핑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전자상거래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군가는 결국 거대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의 모습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겠지만, 비슷한 기업은 등장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떤 사람은 시대를 창조하지만, 어떤 사람은 시대가 만들어낸 기회를 가장 먼저 잡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정말 역사를 바꾼다
그렇다고 다이아몬드가 개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Seretse Khama)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보츠와나 최대 부족의 전통적 지도자였다. 독립 이후 그는 자신의 부족 지역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광산의 소유권을 부족이 독점하지 않고 국가에 넘겼다.
이 결정은 다른 부족들이 같은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다이아몬드에서 발생한 막대한 수익이 특정 부족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자산이 되었고, 그 돈은 도로와 학교, 병원 건설에 사용됐다.
보츠와나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경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다이아몬드는 이런 변화는 아무나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카마가 최대 부족의 지도자였기 때문에 다른 부족을 설득할 수 있었고, 동시에 그가 국가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환경과 개인의 능력이 정확한 순간에 만난 것이다.
성공의 공식은 능력 × 환경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는 성공을 너무 자주 개인의 능력으로만 설명한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습관과 행동을 분석한다.
“아침 5시에 일어나라.”
“끊임없이 공부하라.”
“위험을 감수하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라.”
물론 모두 중요한 조언이다.
하지만 이런 조언 속에는 빠져 있는 것이 있다.
환경과 타이밍이다.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아니라면 크게 빛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시대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성공을 하나의 공식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성공 = 능력 × 환경 × 타이밍
셋 중 하나라도 거의 0에 가깝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운을 인정한다고 노력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공에서 환경이나 운의 역할을 이야기하면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성과를 운이라고 폄하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과 환경을 인정하는 것은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을 조금 더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법에 가깝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조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칭기즈 칸은 비를 내리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풍성해진 초원에서 강력한 기병대를 만들 수는 있었다.
빌 벨리칙이 톰 브래디라는 선수를 만나는 것까지 계획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선수와 함께 최고의 팀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있었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어떤 시대에 태어날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산업이 성장할지는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기회가 찾아왔을 때 무엇을 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
이 책은 성공한 리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조금 바꾸어 놓는다.
누군가 성공했을 때 그 사람의 능력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시대에 있었는지, 어떤 기술이 등장했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했는지, 어떤 우연이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그러면 성공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한 사람의 천재성이 아니라,
능력과 시대와 사람과 우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사건처럼 보인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렇다.
우리는 모든 것을 계획할 수 없다.
하지만 준비할 수는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알아볼 수 있도록.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함께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시대가 우리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그 기회를 붙잡을 수 있도록.
성공은 능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분명 능력이 필요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Profits, Prophets, Coaches, and Kings』가 던지는 가장 흥미로운 질문도 결국 이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성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인가, 아니면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난 사람인가.
아마 대부분의 삶에서 답은 둘 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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