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큰 타격을 입었다. 민주당은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장악하며 워싱턴의 권력 지형을 바꾸었다. 많은 정치 지도자라면 이런 선거 결과 앞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리고 중도층을 되찾기 위해 정책과 메시지를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오랜 측근이자 가장 강경한 참모 가운데 한 명인 Stephen Miller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백악관은 11월 6일 Miller의 임명을 공식 발표했고, 그는 Susie Wiles의 뒤를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2년을 이끌게 됐다. Reuters 역시 이번 인사가 중간선거 패배 이후 정책 방향을 바꾸기보다 기존 노선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의 표현을 빌리자면 앞으로의 2년은 “combative”, 즉 대결적인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서 졌지만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Stephen Miller 개인보다도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이다.
WSJ에 따르면 Miller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대규모 불법이민 단속을 비롯해 트럼프의 가장 논쟁적인 정책 상당 부분에 관여했다. WSJ은 이민 단속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Miller를 비서실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선택은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우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기보다 오히려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기존 노선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도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트럼프는 지금까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Reuters 역시 공화당의 패배 이후 백악관이 민주당의 의회 조사에 대비하는 동시에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정치적으로 흥미로운 갈림길이 만들어진다.
선거 패배를 정책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지지층을 더욱 결집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인가.
트럼프는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Stephen Miller라는 인물
Stephen Miller는 단순한 참모가 아니다.
그는 10년 넘게 트럼프 곁을 지켜온 가장 충성도 높은 정치 참모 가운데 한 명이며,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행정명령을 실질적으로 설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WSJ에 따르면 Miller는 트럼프가 서명한 거의 모든 행정명령을 직접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데 관여했다. 일부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장관보다 Miller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이미 매우 컸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임명은 새로운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권력을 공식화하는 것에 가깝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의 행정권에 대한 생각이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는 앞으로 의회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바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대통령 행정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WSJ은 Miller와 백악관 예산 책임자 Russ Vought가 의회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행정조치들을 중심으로 향후 정책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Miller는 민주당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회 조사에 대응하는 전략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Reuters 역시 중간선거 직전부터 백악관이 민주당의 의회 장악 가능성에 대비해 의회를 우회하는 통치 전략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향후 미국 정치는 단순히
공화당 대통령 vs. 민주당 의회
라는 구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 정확하게는
대통령의 행정권 vs. 의회의 입법·조사권
이라는 충돌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2년은 ‘입법’보다 ‘충돌’의 정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확보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을 완전히 빼앗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제약을 의미한다. 예산과 입법은 물론 각종 의회 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백악관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통령은 행정명령과 행정부 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2년의 워싱턴은 서로 협력해 새로운 법을 만드는 정치보다, 각자 자신이 가진 권한의 최대치를 사용하는 정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조사와 예산, 입법권을 사용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과 대통령 권한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법원은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즉 미국 정치의 주요 전선이
백악관–의회–법원
이라는 세 공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충성심이 전문성보다 중요한가
이번 인사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리더십의 문제가 숨어 있다.
Stephen Miller가 트럼프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loyalty, 충성심이다.
WSJ은 Miller가 트럼프가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사태 이후에도 그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트럼프와 의견이 다를 때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공개적으로 그 결정을 지지했다.
이것은 트럼프식 조직 운영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리더에게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치적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뛰어난가?”
보다
“누가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싸울 것인가?”
가 될 수 있다.
Trump에게 Miller는 바로 그런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단순한 White House Chief of Staff 교체가 아니라, 트럼프가 앞으로 남은 임기를 정부 운영의 시간이라기보다 정치적 전투의 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패배 이후 리더의 선택
나는 이번 기사를 읽으며 정치뿐 아니라 리더십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조직이 실패하거나 시장에서 패배했을 때 리더에게는 크게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생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방향은 맞았다. 다만 충분히 강하게 하지 못했다.”
라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선택 모두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큰 혁신 가운데 상당수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반대로 역사에서 실패한 수많은 지도자 역시 현실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자신의 확신을 더욱 강화하다 무너졌다.
문제는 확신 그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확신을 뒷받침하는 현실 인식이다.
선거 결과는 하나의 거대한 피드백 시스템이다.
기업으로 비유하면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고,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며, 전략에 대해 시장이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 평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리더의 능력이다.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답일까
Trump는 이번 중간선거 이후 꽤 명확한 선택을 했다.
중도로 이동하기보다 자신의 핵심 노선을 강화하고, 자신의 정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면서 동시에 가장 충성스러운 Stephen Miller를 백악관의 중심에 세웠다.
이 전략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에게는 분명 매력적일 것이다.
실제로 백악관이 발표한 Miller 임명 관련 반응을 보면 JD Vance 부통령, Marco Rubio 국무장관을 비롯한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은 그의 충성심과 정책 실행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반대로 비판하는 쪽에서는 바로 그 강경함 때문에 중도층이 더 멀어지고 정치적 양극화와 행정부–의회 충돌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uters 보도에서도 민주당은 Miller의 승진을 강하게 비판했고, 향후 초당적 입법 가능성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어느 쪽의 예상이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트럼프의 마지막 2년은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고, 백악관에는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실행자 가운데 한 명인 Stephen Miller가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의회의 조사권이 움직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의 행정권이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충돌 속에서 미국 대통령 권한의 범위와 민주주의 제도의 견제 장치가 다시 시험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이번 Stephen Miller의 임명은 단순한 인사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트럼프가 중간선거 패배 이후 내놓은 하나의 대답이다.
“변화하지 않겠다. 오히려 더 강하게 가겠다.”
앞으로의 2년은 그 선택이 정치적 신념이었는지, 전략적 오판이었는지를 판단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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