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무기
"대체 뭐 하는 직업이야?" IT 업계, 특히 기획 직군에 갓 발을 들인 비전공자나 신입들은 종종 이 질문 앞에서 막막해집니다. 심지어 지그재그의 프로덕트 오너(PO) 임미준 님은 자신의 어머니조차 아직도 친척들에게 그녀의 직업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합니다. 커리어 초창기 선배들에게 들었던 "커피 타는 것 빼고 다 하는 일"이라는 설명처럼, 그 역할의 본질은 모호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나는 개발 지식도, 디자인 감각도 없는데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여기, 15년 경력의 문과 출신으로 이커머스 업계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가 있습니다. 수많은 변화와 위기 속에서 그녀를 지켜준 비결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압도적인 기술 전문성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장 본질적인 역량, '협업'의 기술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녀가 세 번의 결정적 깨달음을 통해 어떻게 협업을 자신만의 대체 불가능한 무기로 만들었는지 이야기합니다.


2. 첫 번째 깨달음: '옳음'을 주장하다 '지옥'을 경험한 이유
2년 차 시절, 임미준 PO는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테스트 단계에서 오류 투성이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분노에 휩싸인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개발자들에게 "어떻게 정책도 모르면서 개발할 수 있냐"며 거세게 화를 냈고, 팀장에게 달려가 그들의 잘못을 '일러바치기'까지 했습니다. 자신의 정당함만을 주장하며 프로젝트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바로 그 개발자들과 다음 프로젝트를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회의실 분위기는 냉랭했고, 서로 얼굴조차 마주하기 힘든 '지옥'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녀는 프로젝트의 단기적 성공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결국 일을 못 한 사람은요,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고 나의 얘기만 내 속에서 했던 기획자인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를 잘 오픈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더라고요.


3. 두 번째 깨달음: '방해자'는 없었다, '다른 책임자'가 있었을 뿐
이벤트를 기획하며 법무팀과 협업할 때였습니다. 사용자의 신청 완료율을 높이기 위해 개인정보 동의 체크박스를 기본으로 체크된 상태로 만들고 싶었지만, 법무팀은 '리스크가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법무팀이 업무의 '방해자'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소통을 통해 그녀는 법무팀의 역할이 '대안 제시'가 아닌 '리스크 발견'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자는 '완료율 상승'이라는 목표를, 법무팀은 '법적 리스크 최소화'라는 목표를 가진, 서로 다른 책임자였을 뿐입니다. 상대방의 고유한 역할과 책임을 존중하자, 리스크를 인지한 상태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나가는 생산적인 협업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녀는 개발, 법무,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일할 때는 '말의 기술'이 아닌 '존중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대신, 상대방의 전문 영역을 인정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넌지시 제시하는' 태도입니다. 상대의 목표와 책임을 먼저 이해하는 존중의 기술이야말로 더 나은 대안을 함께 만들게 하는 진정한 협업의 시작이었습니다.
법무팀이 방해자가 아니라 리스크를 발견한다는 것, 이건 결국 각자 다른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저희는 그냥 각자 다른 책임을 가지고 있는 거를 알고 나니까 이 협업이 훨씬 더 유연해지고요.



4. 세 번째 깨달음: 나의 성장은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의 수'로 측정된다
직급, 연봉, 프로젝트의 성공. 우리는 보통 이런 지표로 자신의 성장을 측정합니다. 하지만 임미준 PO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준을 세웠습니다. 바로 '한 번에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의 수'입니다. IT 업계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잦은 곳입니다. 그녀는 "성공한 프로젝트로만 저의 성장을 체크한다면, 실패한 프로젝트들은 성장이 아닌 게 되잖아요"라고 말하며 이 기준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실패의 경험조차 성장의 자산으로 만드는 이 관점에서 보면 그녀의 커리어는 명확한 우상향 곡선을 그립니다. 커리어 초기에 개발자, 디자이너 단 2명과 일했던 그녀는 이제 MD, 법무, 개발, 디자인, CS 등 다양한 팀의 155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성장의 척도로 삼는 것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부여합니다.




5. 마지막 깨달음: AI 시대, 협업의 기술은 사람에서 AI로 확장될 뿐이다
최근 업무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녀는 새로운 통찰을 얻었습니다. 처음 AI를 사용할 때는 그저 "주문 이탈률 떨어지는 이유 정리해 줘"처럼 단순하게 '명령'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마치 데이터팀 동료에게 부탁하듯 접근 방식을 바꿨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주문 사용자 이탈 구간을 분석하는 거야. 그래서 이 데이터 테이블에서 이런 지표들을 가져와서 이렇게 묶어서 보여줘." 이처럼 구체적인 맥락과 요구사항을 전달하자 AI가 내놓는 결과물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경험은 협업의 본질이 대상이 사람이든 AI든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업계의 거시적인 흐름과도 일치합니다. IT 업계의 유명 뉴스레터인 '레니의 뉴스레터(Lenny's Newsletter)'는 AI가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역할로 '사람들을 싱크하는 일(syncing the people)'을 꼽았습니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다양한 전문가와 기술을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인간의 협업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AI가 얼마든지 발전을 해도 한 가지는 바뀌지 않을 거예요.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만 살아남을 겁니다.


6. 결론: '무엇을'보다 '누구와 함께'가 중요한 시대
동료를 장애물이 아닌 각기 다른 책임을 가진 파트너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 협업의 범위를 자신의 성장 지표로 삼기까지, 임미준 PO의 15년 커리어는 '함께 일하는 기술'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AI의 발전으로 '무엇이든'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 시대에, 이제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은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어떻게 만드느냐'에서 갈릴 것입니다. 스펙을 뛰어넘어 AI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면, 협업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지금 당신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728x90
'배움: MBA, English, 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구가 좁아 우주로 간 AI: 머스크가 그리는 '조만장자'의 청사진 (1) | 2026.02.14 |
|---|---|
| 단순한 속도 그 이상, 6G와 AI가 재편할 연결의 미래: 키사이트가 전하는 4가지 통찰 (4) | 2026.02.13 |
| 억대 연봉의 오퍼를 거절한 교수가 본 '피지컬 AI'의 미래: 로봇이 인간을 배우는 3가지 방식 (1) | 2026.02.13 |
| 코스피 6,000 시대와 휴머노이드의 습격: 2026년 투자의 지형도가 바뀐다 (0) | 2026.02.13 |
| 일본 자민당 316석의 경고: '평화헌법'을 뒤흔드는 다카이치 열풍과 일본의 숨겨진 딜레마 (3) | 2026.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