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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MBA, English, 운동

AI 시대, 우리가 '기계'보다 '언어'와 '인문학'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

by Heedong-Kim 2026. 2. 25.

1. 스마트폰 이후의 세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몇 년 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목격된 한 장면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거대한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옛날식 다이얼 전화기 앞에 멈춰 선 대여섯 살 아이가 아빠에게 묻습니다. "이게 뭐예요?" 아빠가 "이건 예전에 쓰던 전화기란다"라고 답하자, 아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습니다. "저걸로 정말 전화가 돼요?"
아이는 태어나 단 한 번도 다이얼 전화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대 간의 경험이 전혀 겹치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인류의 역사가 이제 예수 탄생 전후인 BC와 AD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기 이전인 **BJ(Before Jobs)**와 이후인 **AJ(After Jobs)**로 나뉜다고 분석합니다. 이 작은 기계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것처럼, 이제 그 뒤를 잇는 AI의 등장은 우리 삶의 방식을 뿌리째 바꾸는 더 거대한 충격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 AI는 당신의 일자리를 뺏지 않는다, 다만 '이런 사람'이 뺏을 뿐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기술 혁신이 결코 인간의 몰락만을 의미하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산업 혁명기, 기계가 일자리를 뺏는다며 기계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의 결말을 기억하십니까? 기계를 부순 노동자들이 승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계를 파괴하는 대신, 그것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생산성을 높인 '옆집 공장'이 승리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 아니라, 기술을 수용한 인간과 거부한 인간 사이의 경쟁이었습니다.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은 이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여러분은 AI 기술에게 직업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을 나보다 더 잘 활용하는 누군가에게 직업을 뺏기는 것이다."
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생존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먼저 기술의 파도에 올라타 내 것으로 만드는 적극적인 수용과 선점이 유일한 답입니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기술 대 인간'이 아니라 'AI를 다루는 인간 대 그렇지 못한 인간'의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3. "AI는 수학이 아니라 언어다" – 문과생들에게 찾아온 뜻밖의 기회

흔히 AI라고 하면 복잡한 수식과 코딩을 떠올리며 이과적 영역이라 단정 짓곤 합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본질은 사실 '심벌(Symbol)'을 다루는 언어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내리고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은 결국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과적 소양, 즉 인문학적 깊이가 빛을 발합니다.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결과의 차원을 결정하는데, 이때 질문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적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입니다. 단순히 번역기에 의존해 질문하는 사람과, 평소 철학·시·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미묘한 감정과 기호를 심벌로 다뤄본 사람의 질문은 그 층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방대한 영어 데이터베이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도,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정교한 지시를 내리는 능력은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4. 지능(Intelligence)과 지성(Intellect)의 한 끗 차이

스티븐 핑커 교수는 AI가 가진 '지능(Intelligence)'과 인간 고유의 '지성(Intellect)'을 엄격히 구분합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항상 최대치(Maximum)의 효율과 승리를 추구하는 '지능적인 기계'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릅니다.
기술의 진화 과정을 비유해봅시다. 초기 로봇은 인간처럼 두 발로 걷게 하려 애썼지만, 화재 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형태는 네 발, 여섯 발을 넘어 결국 다리가 없는 '뱀 로봇'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효율성 측면에서 기술은 인간의 형태를 벗어나 비인간적인 극대화를 추구합니다.
반면 인간은 '져줄 줄 아는 미덕'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기는 법을 알면서도 상대의 사정을 배려해 지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와 공감을 위해 '최적(Optimum)'의 선택을 내립니다. 이것이 바로 지성입니다. AI가 노동과 단순 지능의 영역을 완벽하게 대체할수록, 인간은 기계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윤리적 판단, 공감, 그리고 사회적 조율을 담당하는 '최종 관리자'로서의 지성을 갖춰야 합니다.
 

 

5. '연필깎이 교육'을 멈추고 '통섭형 인재'로 거듭나기

우리나라는 땅만 파면 시커먼 석유가 나오는 나라가 아닙니다. 가진 자원이라고는 부모님들의 뜨거운 교육열로 키워낸 '사람'뿐인 나라, 즉 교육이 유일한 '희토류'인 나라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모든 아이를 연필깎이에 넣고 돌려 똑같이 뾰족하게 만드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누가 더 뾰족한지, 누구 심이 덜 부러지는지만 겨루는 이 방식으로는 AI 시대의 창의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Consilience)'**의 사고입니다. "소는 누가 키우나"라며 비웃던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개그맨이나 예술가처럼 소를 키우지도, 김을 매지도 않는 '쓸데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가치가 AI 시대에는 오히려 더 높아집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유머와 감동,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명문 대학들이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셰익스피어를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탄탄한 인문학적 기본기가 갖춰져야만 졸업 후 어떤 새로운 시대가 오더라도 스스로를 다시 훈련시키고 적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대학 시절에 전공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딴짓'과 폭넓은 독서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내 지식의 영토를 넓혀놓지 않으면,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주어져도 그것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습니다.
 

결론: AI 시대의 공생 지능(Symbiotic Intelligence)을 향하여

AI는 우리의 자리를 뺏으러 온 대체자가 아니라,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게 해줄 공생의 파트너입니다. 우리가 귀찮고 위험하며 단순한 일들을 AI와 로봇에게 맡길 수 있다면, 인간은 비로소 더 인간다운 일, 즉 '지성'을 발휘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를 다루는 '지능'을 넘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 혜택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는 '지성'을 갖추는 일입니다. 인간과 기계가 조화를 이루는 '공생 지능(Symbiotic Intelligence)'의 시대, 당신은 준비되셨습니까?
오늘 당신은 AI에게 어떤 차원이 다른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기계는 절대 할 수 없는 '인간적인 져주기'와 사회적 공감을 위해, 당신은 어떤 지성의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까?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에 인문학적 숨결을 불어넣어 공존을 설계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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