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xterity, Exploitation과 Exploration에 대하여
회사의 중요한 행사를 마친 뒤, 한 리더의 말이 오래 남았다. 그는 조직이 성장하려면 서로 상충해 보이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면서 기존 핵심 고객의 매출도 키워야 하고, 지역 고객의 저변을 넓히면서 전략 고객에 대한 집중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이를 ‘dexterity’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Dexterity는 본래 손재주나 기민함을 뜻한다. 그러나 경영의 맥락에서는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서로 다른 목표와 과제를 유연하게 다루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능력이다. 조직이 한쪽 방향에만 익숙해지지 않고,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관리하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개념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조직의 양손잡이 역량’, 즉 organizational ambidexterity와 연결된다. 한 손으로는 현재의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탐색하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exploitation과 exploration이다.
Exploitation은 이미 가진 것을 더 잘 활용하는 일이다.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현재의 제품과 솔루션을 더 많이 판매하며, 기존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이는 활동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교적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영역이다. 고객의 요구를 이미 알고 있고, 영업 기회와 구매 절차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exploitation은 단기적인 매출과 수익성에 직접 기여하기 쉽다.
반면 exploration은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는 영역을 탐색하는 일이다.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며,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활동이다. 결과가 불확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실패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미래의 성장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기업은 흔히 두 가지 극단 사이에서 흔들린다. 한쪽은 exploitation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 기존 제품, 기존 시장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면 단기 성과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바뀌거나 고객의 투자가 줄어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부족해진다. 지금의 성공 방식이 오히려 미래의 한계가 되는 것이다.
다른 한쪽은 exploration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끊임없이 찾지만,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많은 아이디어와 활동이 만들어지지만, 조직의 자원은 분산된다. 기존 고객에 대한 지원도 약해지고, 실적의 안정성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되,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dexterity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말이 쉽게 오해된다. “두 가지를 모두 잘하자”는 구호는 그 자체로는 훌륭하다. 문제는 실행이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예산으로, 같은 캠페인을 운영하면서, 같은 기간 안에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dexterity가 아니다. 단순한 과부하에 가깝다.
기존 고객의 매출 확대와 신규 고객의 발굴은 본질적으로 다른 일이다.
기존 고객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의 사업 방향, 조직 구조, 기술 로드맵과 구매 계획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Account-based marketing, executive engagement, 기술 워크숍, cross-sell과 up-sell 같은 활동이 중요하다. 이미 형성된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더 큰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 신규 고객을 개발하려면 먼저 시장에서 그들을 발견해야 한다. 회사와 솔루션을 알리고, 기술적 필요성을 교육하며, 초기 관심을 지속적인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 세미나, 산업 협회와의 협력, 디지털 콘텐츠, nurture program, roadshow 같은 활동이 더 중요하다.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두 목표에는 서로 다른 고객, 다른 메시지, 다른 전술, 다른 시간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른 성과 지표가 필요하다.
기존 전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은 매출, 파이프라인, 수주율, 거래 규모, 구매 부서 확대 등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사업 성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 개발 프로그램은 다르게 봐야 한다. 새로운 고객을 몇 곳 접촉했는지, 실제 미팅으로 연결되었는지, 주요 관계자가 참여했는지, 첫 번째 영업 기회가 만들어졌는지 등을 단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신규 고객 프로그램을 즉각적인 매출만으로 판단하면 대부분 실패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1년 뒤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2년 뒤 전략 고객을 확보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미래의 성과는 현재의 탐색에서 시작된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많은 목표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을 늘리고, 기존 고객의 매출도 확대하며, 지역 시장을 개발하고, 전략 고객의 대형 기회도 지원해야 한다. 모든 요구가 중요해 보이고, 어느 하나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활동이 아니라 더 명확한 포트폴리오다.
마케팅 프로그램을 크게 두 개의 성장 엔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Expand the Core’다. 현재의 핵심 고객과 사업을 지키고 확대하는 엔진이다. 두 번째는 ‘Build the Future’다. 신규 고객과 새로운 시장을 개발하는 엔진이다.
두 엔진은 하나의 성장 전략 아래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각의 운영 방식은 달라야 한다. 모든 행사가 두 목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프로그램은 전략 고객의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수 있고, 다른 프로그램은 신규 고객의 관심과 관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둘 수 있다.
대형 행사는 두 목표를 함께 가질 수도 있다. 다만 행사 안에서도 고객 여정을 구분해야 한다. 핵심 고객에게는 고급 기술 세션과 임원 미팅을 제공하고, 신규 고객에게는 산업 트렌드와 솔루션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소개할 수 있다. 같은 행사 안에서도 다른 고객에게 다른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고객을 분류하는 방식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named account와 territory account로만 나누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현재 매출은 작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고객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현재 매출은 크지만 향후 확장성이 제한된 고객도 있다.
따라서 고객은 현재 가치와 미래 잠재력이라는 두 축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다.
현재 가치와 미래 잠재력이 모두 높은 고객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확대해야 한다. 현재 가치는 낮지만 미래 잠재력이 높은 고객은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현재 가치는 높지만 미래 잠재력이 낮은 고객은 효율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모두 낮은 고객에게는 제한된 자원만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보면 dexterity는 단순한 태도가 아니다.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예를 들어 전체 마케팅 자원의 60퍼센트는 기존 핵심 사업 확대에, 25퍼센트는 미래 성장 고객의 육성에, 15퍼센트는 새로운 채널과 방식의 실험에 배분할 수 있다. 이 비율이 정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 의도적으로 비율을 정하고, 그 선택을 공유하는 것이다.
전략은 모든 일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무엇에 얼마나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Dexterity가 진정한 조직 역량이 되려면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 리더는 서로 다른 목표를 단순히 현장에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각 목표에 필요한 자원, 시간, 사람과 평가 기준을 구분해야 한다. 단기 매출을 만드는 조직과 장기 기회를 탐색하는 조직이 서로 경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exploration의 실패를 즉시 무능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탐색에는 시행착오가 포함된다. 모든 신규 시장과 고객이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험의 결과가 축적되고, 다음 의사결정에 활용된다면 그 실패는 비용이 아니라 학습이다.
반대로 exploitation의 성과만으로 조직 전체의 건강성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기존 고객의 매출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미래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시장은 움직이고, 고객의 투자 방향은 바뀐다. 새로운 기술과 경쟁자가 등장한다. 지금의 핵심 고객도 영원히 핵심 고객으로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은 두 개의 시간 위에 세워진다. 하나는 오늘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내일의 시간이다.
오늘의 시간에는 매출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내일의 시간에는 학습과 실험이 필요하다. 오늘만 바라보면 미래를 잃고, 미래만 바라보면 현재를 버틸 수 없다.
마케터 역시 이 두 시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캠페인을 단순히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활동이 현재 사업을 확장하는지, 어떤 활동이 미래 시장을 만드는지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 활동이 같은 속도와 같은 숫자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조직에 설득해야 한다.
Dexterity는 모든 것을 동시에 잘하라는 말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일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잘하라는 말이다.
Exploitation과 exploration은 경쟁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 성장의 두 축이다. exploitation이 현재의 힘을 만든다면, exploration은 미래의 선택지를 만든다. 하나는 조직을 강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조직을 오래 살아남게 한다.
좋은 전략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두 가지를 구분하고, 연결하고, 균형 있게 운영한다.
결국 진정한 dexterity란 두 개의 목표를 한 문장 안에 넣는 능력이 아니다. 두 목표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오늘의 매출을 지키면서도 내일의 고객을 만들고, 현재의 성공을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 그것이 조직이 순간의 성과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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