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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번다?" 당신이 고점에서 주식을 사게 되는 4가지 심리적 함정

by Heedong-Kim 2026. 2. 20.

1. 서론: 모두가 열광할 때 시작되는 불안한 게임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투자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하락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소외에 대한 두려움, 즉 '포모(FOMO)' 현상입니다. 이웃의 수익 인증과 동료의 상한가 소식이 들려올 때, 이성적 판단은 마비된 채 광풍에 몸을 맡기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이러한 심리는 결국 아주 희소한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거는 '희소성 배팅'으로 이어지며, 상승장의 끝자락에서 대중은 빌린 돈(레버리지)을 동원해 투기적 열기에 동참합니다.
300년 전 암스테르담의 광장에 서 있던 투기꾼이나, 지금 스마트폰으로 AI 관련주를 매수하는 투자자의 뇌 구조는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기술의 진보는 눈부시지만, 인간 심리의 진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역사가 증명하는 고점 매수의 비극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금융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그 심리적 함정을 파헤쳐 봅니다.
 

 

2. [함정 1] 투자가 아닌 '경마'가 되어버린 시장: 레버리지의 덫

금융 역사상 가장 극적인 거품으로 기록된 1637년 네덜란드 튤립 광풍은 자산의 내재 가치가 아닌 '전매(Flip)'에만 매몰된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당시 최상품도 아닌 구근 하나가 도시의 고급 저택 가격보다 비싼 5,000길더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는 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아니었습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면서 시장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질되었습니다. 1720년 남해 거품 사건(South Sea Bubble) 당시 한 투기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이 미쳤을 때는 우리도 어느 정도 흉내를 내야 한다(When the rest of the world is mad, we must imitate them in some measure)."
"이것은 투자가 아닙니다. 마치 경마와 같습니다. (It's not like an investment... it's like a horse race.)"
결국 튤립 가격은 고점 대비 99% 폭락하며 수많은 이를 파멸로 몰아넣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서늘한 진실은 이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사고 있는 것이 자산의 미래 가치인지, 아니면 나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Greater Fool)에게 넘길 '폭탄의 소유권'인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3. [함정 2] 모든 정보를 알아도 당한다: 버넌 스미스의 '가치 붕괴' 실험

우리가 고점에서 물리는 이유가 단지 '정보의 부재' 때문일까요? 198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버넌 스미스의 실험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적나라하게 증명합니다.
실험 설계는 투명했습니다. 참여자들에게 주식 가치가 10달러에서 시작해 매 라운드 1달러씩 떨어져 결국 0이 된다는 사실을 공표했습니다. 유일한 변수는 1/2 확률로 지급되는 2달러의 배당금이었습니다. 통계적 기대 가치는 명확했지만, 시장은 광기에 휩싸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주식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를 지속했습니다. 심지어 모든 라운드에서 최고의 배당금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원금을 절대 회수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이들은 가치가 하락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나만은 적절한 시점에 빠져나올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매몰되었습니다. 버블을 만드는 것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타인의 광기를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오만입니다. 당신이 탄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누군가 내 자리를 더 비싼 값에 사줄 것이라 믿는 순간 당신은 이미 파국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탄 것입니다.
 

4. [함정 3] 재무제표보다 강력한 '이야기'의 힘: 내러티브 경제학

개인 투자자들은 정교한 스프레드시트보다 매혹적인 '이야기(Narrative)'에 더 쉽게 반응합니다. 1920년대 미국의 번영, 1990년대 닷컴 열풍, 그리고 현재의 AI 열풍까지 모든 버블의 중심에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강력한 서사가 존재했습니다.
대중 매체와 정치인은 이 서사를 확산시키는 촉매제입니다. 현대의 투자자들은 켄터키주의 데이터 센터 구축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기업의 설비 투자(CAPEX) 대비 수익 모델이 확실한지 분석하는 대신 "AI가 인류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거대 서사에 매몰됩니다.
분석(Analysis)은 지루하고 고통스럽지만, 서사(Narrative)는 달콤하고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경고합니다. 서사가 분석을 완전히 압도하는 순간, 시장은 펀더멘털이라는 중력에서 벗어나 붕괴를 향해 가속합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은 때로 거품을 정당화하기 위해 급조된 허구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5. [함정 4] 기술의 혁신과 주가의 괴리: '새롬기술'이 남긴 교훈

1999년 한국의 '새롬기술' 사례는 기술의 혁신성과 주가의 향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입니다. 당시 '공짜 국제전화'라는 혁신적 기술을 앞세운 새롬기술의 주가는 1,890원에서 불과 몇 달 만에 28만 2,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기술 자체는 옳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실제로 보이스톡과 페이스톡을 통해 공짜 전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인프라는 모뎀 수준이었고, 사진 한 장 전송에 한 시간이 걸리는 환경에서 그 혁신이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좋은 기술은 맞았지만 그 스토리가 우리 생활에 실제로 다가오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리는 시간에서 그 거품이 꺼졌습니다. (The technology was good, but it took more than 10 years for that story to actually become part of our lives... the bubble burst in that time gap.)"
현재의 AI 열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막대한 인프라 비용과 전력 수급 문제 등 현실적인 장벽을 간과한 채, 기술의 화려함에만 도취된다면 새롬기술의 비극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세상을 바꾸지만, 그 기술이 당신의 계좌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시점은 당신의 인내심보다 훨씬 뒤에 있을 수 있습니다.

 

6. 결론: AI는 거품인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인가?

현재 AI 열풍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팽팽하게 엇갈립니다. 미국의 주가수익비율(P/E)은 1999년 닷컴 버블 고점에 육박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과거와 달리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이 실제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금융 역사학자로서 제가 드리고 싶은 제언은 간단합니다. 시장의 숫자는 변해도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만들어내는 문법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1999년의 폭락장 직전에도, 1637년 튤립 광풍의 정점에서도 사람들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도래했다"고 외쳤습니다.
지금 당신이 확신하고 있는 그 '장밋빛 미래'는 냉철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입니까, 아니면 군중의 소음 속에서 누군가 설계한 매혹적인 이야기입니까? 투자자의 성패는 기술의 화려함에 감탄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차가운 숫자의 침묵을 견뎌내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당신의 투자 철학이 '이야기'에 기대고 있는지, 아니면 '사실'에 뿌리박고 있는지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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