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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

솔직함은 아래에서 시작되고, 포용력은 위에서 시작된다

by Heedong-Kim 2026. 8. 4.

회사에서 정직하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면 될 것 같지만, 조직 안에서 말은 언제나 관계와 직급, 평가와 이해관계 속에서 전달된다. 옳은 말을 했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문제를 지적했다가 협조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상급자의 의견에 반대했다가 조직의 질서를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침묵을 선택한다.

 

회의에서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계획에 허점이 보여도 일단 지시대로 따른다. 현장의 반응이 좋지 않아도 보고서에는 긍정적인 표현을 더한다.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고 있어도, 이미 결정된 전략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해 입을 다문다.

 

이러한 침묵은 개인에게는 안전한 선택이다. 그러나 조직에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조직이 실패하는 이유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필요한 정보가 조직 안에 이미 존재하지만, 의사결정자에게 전달되지 않아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의 직원은 문제를 알고 있다. 고객을 만나는 영업 담당자는 시장의 변화를 느낀다.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는 기술적 한계를 알고 있다.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실무자는 계획의 비현실적인 부분을 가장 먼저 발견한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조직의 위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중요한 정보는 사라진다. 보고 과정에서 불편한 사실은 약해진다. 부정적인 전망은 낙관적인 표현으로 바뀐다. 책임자에게 전달될 때쯤이면 현실은 이미 상당 부분 가공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래디컬 캔더(Radical Candor)’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이를 직역하면 ‘급진적인 솔직함’ 또는 ‘과감한 정직함’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의 핵심은 단순히 거침없이 말하는 데 있지 않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것도 아니다.

 

래디컬 캔더는 조직 속에 묻혀버릴 수 있는 정보와 의견을 꺼내어 더 나은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태도에 가깝다. 직위가 낮다는 이유로 무시될 수 있는 의견을 경청하고,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비판받지 않는 결정을 다시 검토하는 것이다.

 

그 목적은 솔직함 그 자체가 아니다. 더 좋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나는 과거 한 강연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한 직원이 회사 창립자에게 매우 직설적인 피드백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무례한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창립자는 화를 내기보다 조직에 이런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은 이유는 단순하다. 솔직한 직원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리더의 태도가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용기를 내어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회사의 많은 리더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해 달라”고 한다. 회의에서도 “어떤 의견이든 환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원이 실제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을 때 리더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가 진짜 조직 문화를 결정한다.

 

리더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 직원들은 조직의 진짜 규칙을 이해한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박당하거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아무도 다시 말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열린 조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책임자의 생각을 추측하고 따르는 조직이 된다.

 

이런 점에서 래디컬 캔더는 실무자에게만 요구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실무자와 하급자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다.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상급자의 판단과 다르더라도 필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자신이 보고 경험한 사실을 조직의 편안함을 위해 감추지 않아야 한다.

 

반면 상급자와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포용력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항상 현실을 더 정확하게 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 더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솔직함은 아래에서 시작되고, 포용력은 위에서 시작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할 때만 진정한 래디컬 캔더가 가능하다. 직원이 솔직하더라도 리더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위험한 발언으로 끝난다. 반대로 리더가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직원들이 말하지 않으면 필요한 정보는 올라오지 않는다.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연령과 직급, 경력과 서열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회사에서도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업무적인 역할을 넘어 인간관계의 질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는 장점도 있다.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험이 많은 사람의 판단을 존중하고 구성원 간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다. 공동체 의식과 헌신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하다. 상급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업무적 이견이 아니라 인간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나이가 어린 직원의 문제 제기가 예의 없는 행동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회의에서 침묵하는 것이 신중함이나 겸손으로 평가되고,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조직의 흐름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솔직하게 말하라”는 구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는 경험이 먼저 축적되어야 한다.

 

직원이 반대 의견을 말했을 때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문제를 만든 사람처럼 취급받지 않아야 한다. 틀린 질문을 했다고 조롱받지 않아야 한다. 리더는 불편한 의견을 들었을 때 즉각 방어하거나 반박하기보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사람과 의견을 분리하는 일이다.

 

상급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상급자를 무시하는 일이 아니다. 동료의 계획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동료를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에 대한 비판은 사람에 대한 비난과 다르다. 그러나 조직 안에서 이 둘이 쉽게 뒤섞이면 건설적인 토론은 불가능해진다.

 

래디컬 캔더가 거친 말하기로 오해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솔직함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체면을 무너뜨리는 방식보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없는 일은 개인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관찰한 사실과 예상되는 영향을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계획은 잘못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현재 현장 상황을 보면 이 일정으로는 실행 위험이 큽니다. 고객 승인에 필요한 시간이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솔직함은 날카로울 수 있지만, 무례할 필요는 없다.

 

또한 리더는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피드백을 들은 순간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권위를 설명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더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이해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내가 놓친 정보가 있습니까?”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입니까?”

“이 결정을 바꾸려면 어떤 근거가 더 필요합니까?”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대화 기술이 아니다. 정보의 흐름을 열어주는 리더십의 도구다.

 

리더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좋은 리더는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안에 흩어진 지식과 경험을 가장 잘 끌어내는 사람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능력보다 더 나은 생각을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조직에서 직급은 책임의 크기를 의미할 수는 있어도 진실에 대한 독점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시장을 더 잘 알 수 있다. 장비를 직접 다루는 엔지니어가 기술의 현실적인 한계를 더 잘 알 수 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기존 구성원에게는 보이지 않는 비효율을 발견할 수도 있다. 조직 밖에서 온 사람이 오래된 관행의 문제를 더 쉽게 볼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관점이 자유롭게 충돌할 때 더 나은 해답이 만들어진다.

 

한 사람의 주장과 다른 사람의 반론이 만나면 처음의 생각보다 더 정교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정과 반이 부딪혀 새로운 합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겼는지가 아니다. 처음보다 더 나은 판단에 도달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의 회의에서는 종종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높은 직급의 사람이 먼저 의견을 말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은 그 방향으로 수렴한다. 조직의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는 직원일수록 리더의 의견을 지지한다. 토론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생각만 반복된다.

 

이것은 합의가 아니라 동조에 가깝다.

 

진정한 합의는 서로 다른 의견이 충분히 드러난 뒤에 이루어져야 한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빨리 동의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위험과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게 한다.

 

래디컬 캔더는 조직에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 회의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기존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리더의 판단이 공개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불편함은 실패한 결정이 가져올 비용보다 작다.

 

문제를 일찍 발견하는 조직은 잠시 불편하다. 문제를 숨기는 조직은 나중에 크게 고통받는다.

 

그렇다고 모든 의견을 끝없이 토론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직에는 결정과 실행이 필요하다. 충분히 의견을 나눈 뒤에는 책임자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구성원은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더라도 결정된 방향을 실행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의견을 말할 기회와 최종 결정의 책임을 구분하는 것이다.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모든 의견이 채택될 수는 없다. 솔직한 문화는 모두가 자신의 뜻대로 하는 문화가 아니다. 충분히 말하고, 충분히 듣고, 책임 있게 결정하는 문화다.

 

리더는 어떤 의견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직원들은 자신의 말이 무시된 것이 아니라 검토되었다고 느낀다. 이 경험이 쌓여야 다음에도 의견을 낼 수 있다.

 

래디컬 캔더는 한 번의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작은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낸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좋지 않은 소식을 빨리 보고한 사람을 질책하지 않는 것,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 결정 후에도 현장의 새로운 정보를 반영해 방향을 수정하는 것. 이러한 행동들이 조직의 진짜 문화를 만든다.

 

리더가 “내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직원도 “이 부분은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래디컬 캔더는 정직함에 관한 개념이면서 동시에 권력에 관한 개념이다. 힘이 적은 사람이 힘이 많은 사람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힘이 많은 사람은 그 말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조직의 답이 그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

 

시장은 리더의 직급을 존중하지 않는다. 고객은 회사의 내부 사정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술의 변화는 조직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는다. 잘못된 결정은 책임자의 경력과 상관없이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조직은 현실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구조의 핵심은 정보가 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듣기 좋은 이야기뿐 아니라 불편한 사실도 전달되어야 한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가능성도 논의되어야 한다. 리더의 기대와 다른 현장의 목소리도 보호받아야 한다.

 

래디컬 캔더는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현실과 멀어지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다.

 

하급자에게는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상급자에게는 들을 용기가 필요하다. 직원은 자신의 생각을 정직하게 표현해야 하고, 리더는 자신의 권위를 잠시 내려놓고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때 조직은 더 많은 진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진실을 보는 조직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솔직함은 조직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침묵은 조직을 눈멀게 만든다.

 

래디컬 캔더의 진정한 의미는 거침없이 말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의 직급과 체면을 넘어 현실을 함께 바라보는 데 있다. 누가 옳은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옳은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실무자의 용기와 리더의 포용력이 만난다.

 

솔직함은 아래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것이 조직의 힘이 되려면, 포용력이 위에서 먼저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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