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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가 전하는 충격적인 진실: 우리가 알던 '규칙 기반 국제 질서'는 끝났다

by Heedong-Kim 2026. 1. 28.

서론: 안락했던 시대의 종말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라는 안락한 가정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는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졌고, 국가 간의 관계가 예측 가능한 틀 안에서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파열되었습니다.
 
최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전한 연설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가 완만한 '전환(transition)'이 아닌 갑작스러운 '파열(rupture)'이라고 선언하며, 지정학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의 분석은 단순한 진단을 넘어, 강대국들 사이에 낀 중견국들을 위한 새로운 외교 정책의 실질적인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연설을 해부하여, 새로운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적 플레이북의 네 가지 핵심 기둥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1. '규칙 기반 질서'는 애초에 유용한 거짓말이었다

 
카니 총리의 분석은 우리가 안주해왔던 질서의 토대부터 해체하며 시작합니다. 그가 지적하듯, 이 질서는 처음부터 완전한 진실이라기보다는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유용한 암묵적 거래'에 가까웠습니다. 바로 '유쾌한 허구(pleasant fiction)'였던 셈입니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편리할 때마다 스스로를 규칙의 예외로 삼았고, 무역 규칙은 비대칭적으로 집행되었습니다. 물론 이 허구가 유용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헤게모니는 개방된 항로,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 집단 안보와 같은 중요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카니 총리는 이 상황을 바츨라프 하벨의 에세이 '힘없는 자들의 힘'에 나오는 '청과물상' 비유로 꿰뚫습니다. 공산주의 체제 하의 청과물상은 신념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피하고 순응을 표하기 위해 매일 아침 창문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팻말을 내겁니다. 모든 상점 주인이 똑같이 행동했기에, 그 거짓된 구호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시스템이 유지되었습니다. 중견국들 역시 이와 비슷하게 '규칙 기반 질서'라는 팻말을 창문에 내걸고 그 허구에 참여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냉정한 현실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우리는 국제 규칙 기반 질서의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허구는 유용했습니다... 이 타협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기존 질서라는 보호막이 찢어졌을 때, 국가의 힘을 측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카니의 분석은 바로 이 지점에서 두 번째 기둥으로 넘어갑니다.
 
 
 
 

2. 새로운 주권의 정의: 규칙이 아닌 '압력에 저항하는 능력'

 
규칙이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시대에, 주권(sovereignty)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카니 총리는 과거의 주권이 '규칙'에 기반했다면, 미래의 주권은 '압력에 저항하는 능력'에 의해 정의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렇다면 '압력에 저항하는 능력'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외부의 강압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식량, 핵심 광물과 같은 필수 자원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강력한 국내 경제를 구축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제 관계를 다각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수동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물질적 토대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한 국가는 외부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국의 원칙에 기반한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진정한 자율성을 얻게 됩니다. 압력에 굴하지 않을 힘이 있을 때, 진정한 주권이 실현된다는 의미입니다.
 
한때 규칙에 기반했던 주권은 이제 점점 더 압력에 저항하는 능력에 고정될 것입니다.
 
이처럼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야말로, 강대국들의 각축장에서 중견국들이 단순한 '메뉴'가 아닌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전제 조건입니다.
 
 
 
 

3. 중견국들은 힘이 없다? 함께 행동하면 '제3의 길'이 열린다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들의 경쟁이 격화되는 세상에서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은 무력한 존재로 전락할 운명일까요? 카니 총리의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오'입니다. 그는 중견국들이 무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질서를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그에 따르면 중견국들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강대국의 호의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각자도생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힘을 합쳐 강대국들의 논리와는 다른 '제3의 길'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는 이 절박한 현실을 피할 수 없는 선택지로 제시하며, 섬뜩할 정도로 직설적인 비유를 던집니다.
 
"만약 우리가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우리는 메뉴에 오르게 됩니다(if we're not at the table, we're on the menu)."
 
혼자서 강대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주권의 행사가 아니라 종속을 받아들이는 '주권의 연기(performance of sovereignty)'일 뿐입니다. 이는 마치 1번 기둥에서 언급된 청과물상이 창문에 팻말을 내거는 행위와 같습니다. 겉으로는 체제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진정한 힘이나 신념 없이 복종의 현실을 가리는 공허한 의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한다면, 정당성과 규칙의 힘을 발휘하여 강대국들을 견제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질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논리입니다.
 
이렇게 중견국들이 힘을 모으기로 결심했다면, 그 힘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해야 할까요? 이는 카니가 제시하는 마지막 기둥, 즉 새로운 협력의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4. 미래의 협력은 고정된 기구가 아닌 유연한 연대, '가변 기하학'이다

 
카니 총리는 UN이나 WTO 같은 기존의 다자간 기구들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으며, 과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국제 협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그는 '가변 기하학(variable geometr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합니다.
 
'가변 기하학'이란 고정된 국제기구에 의존하는 대신, 특정 사안에 따라 공동의 가치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파트너들과 각기 다른 연합을 구성하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 북극 주권 문제에 대한 덴마크 및 그린란드와의 협력, G7 중심의 핵심 광물 구매자 클럽 형성, 그리고 AI 분야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협력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습니다. 이는 낡고 비효율적인 다자주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연대를 문제별로 구축해 나가는 새로운 외교 방식입니다.
 
 
 
 

결론: 이제 '창문에서 팻말을 내릴 시간'

 
마크 카니 총리의 연설은 명확한 전략적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유쾌한 허구였던 옛 질서의 종언을 직시하고(1),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내실을 다져 진정한 주권을 확보한 뒤(2), 다른 중견국들과 힘을 합쳐(3) '가변 기하학'이라는 유연한 방식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4)는 것입니다.
 
그는 하벨의 비유를 다시 가져와 이 변화의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창문에서 팻말을 내리고 있습니다(We are taking the sign out of the window)." 더 이상 유용한 거짓에 안주하며 순응하는 척하지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행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 각자와 우리 사회는 세상에 대해 어떤 '낡은 팻말'을 내려놓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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