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애플의 연례 WWDC(세계 개발자 회의) 2025에서는 새로운 iOS와 macOS부터 Vision Pro 업데이트까지 다채로운 기능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기대했던 ‘AI 대형 발표’는 없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 각각의 행사에서 대대적인 AI 비전을 쏟아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애플만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쇼타임' 대신 조용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택한 애플은, 그 어느 때보다 ‘클래식 애플’에 가까웠습니다.
AI 전쟁이 본격화된 2025년, 기술업계는 지금 ‘속도 게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hatGPT를 앞세운 Copilot으로 오피스 시장을 AI화하고 있고, 구글은 Gemini로 검색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전 세계 투자자와 기술 애호가들은 당연히 애플도 **“AI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열린 WWDC 2025. 많은 이들이 “AI 버전의 Siri” 혹은 **“혁신적인 생성형 AI 기능”**을 기대했지만, 애플은 그 기대를 정면으로 부수었습니다. 대신 천천히, 조용히, 체계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대신, AI가 ‘기능’이 아닌 ‘경험’으로 녹아드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애플만의 철학과 ‘숨겨진 설계’가 정교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애플이 선택한 이 ‘느린 길’이 왜 오히려 AI 경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세 가지 축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 AI의 시스템 통합 전략,
- 개발자 생태계 개방의 파급력,
- 작지만 핵심적인 사용자 기능 업그레이드.
🧠 통합 중심의 AI 전략: “소리 없는 강자”
IDC의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부사장은 “애플의 AI 전략은 혁신적인 소비자용 AI 기능보다는 시스템 통합과 개발자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러한 접근은 경쟁사들에 비해 느릴 수 있지만, 프라이버시와 통합 경험이라는 애플 고유의 가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애플은 눈에 띄는 AI 기능보다 ‘AI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의 이번 WWDC에서 가장 두드러진 전략은 **‘보여주기식 AI’ 대신 ‘숨겨진 AI’**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가 아니라, 애플이 AI를 ‘하나의 기능’이 아닌 ‘플랫폼 전반에 흐르는 경험’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입니다.
IDC의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부사장은 “애플의 접근은 단발성 놀라움보다는 장기적 생태계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애플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이라는 철학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Copilot을 전면에 내세우고, 구글이 Gemini로 차세대 검색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동안, 애플은 오히려 조용히 다음과 같은 방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AI는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로, 사용자 경험 속에 은밀하게 녹아듦
- 모든 AI 기능이 애플 기기 내부에서 작동, 외부 클라우드 의존 최소화
- ‘와우’가 아닌 ‘왜 지금까지 없었지?’라는 감탄을 유도하는 기능 설계
이런 방식은 느려 보일 수 있지만, 애플이 과거에도 반복해온 성공 공식을 다시 꺼내든 것입니다. 아이폰도, 애플워치도, 심지어 에어팟도 처음엔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제품’으로 평가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시장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애플의 AI는 눈에 띄지 않지만, 기기 전반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사용자와 장기적으로 ‘신뢰 기반의 관계’를 쌓아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단기 트렌드보다는 지속가능한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 3천만 개발자에 AI 모델 개방: 제2의 앱스토어 순간?
이번 WWDC의 가장 전략적인 발표는 애플이 자체 기기 내에서 작동하는 언어 모델을 써드파티 개발자들에게 개방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겉보기엔 큰 뉴스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애플의 AI 생태계를 뒤흔들 핵심 포인트입니다.
모건스탠리의 에릭 우드링은 “이는 2008년 앱스토어 런칭과 비슷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개발자들이 만들어낼 다양한 앱과 서비스가 애플의 한계를 넘어서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이 모델들은 클라우드 대신 기기 자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데이터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사용자 기기에 남습니다. 즉, 개발 비용도 줄이고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하는 '일석이조' 전략입니다.
WWDC 2025에서 애플이 조용히 발표한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는 바로 ‘온디바이스 AI 모델’의 외부 개발자 개방입니다. 언뜻 보면 소소한 기술적 조치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2008년 앱스토어 출시가 가져온 앱 생태계 혁신에 버금가는 전환점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번 발표를 통해 약 3,00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개발자 커뮤니티에게 자사의 언어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 모델은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 내에서 직접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 접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 1. 'AI 앱 생태계'의 가속화
앱스토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단순한 게임부터 우버,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플랫폼 기업까지 수많은 혁신을 낳았습니다. 이번 AI 모델 개방도 그와 같은 ‘기회 시장’을 열어줄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이제 애플의 기기 성능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AI 기반의 새로운 앱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 비용은 줄이고, 프라이버시는 강화
기존의 AI 개발은 대부분 오픈AI, 구글, AWS 등 클라우드 기반 모델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 및 사용량에 따른 높은 비용과 프라이버시 문제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의 온디바이스 접근은 데이터를 사용자의 기기 안에 머물게 함으로써 개발 비용은 낮추고 보안은 강화하는 이중의 장점을 제공합니다.
🔹 3. AI 경험의 다변화와 ‘탈중앙화’
애플이 직접 개발할 수 있는 AI 서비스는 한계가 있지만, 수많은 개발자들이 각자의 산업 영역에서 맞춤형 AI 앱을 개발하게 된다면, 그 범위는 훨씬 넓고 다양해질 것입니다.
이는 곧 애플 생태계 내에서의 AI 활용 범위 확장으로 이어지며,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AI 도구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 작은 기능에서 느껴지는 큰 변화들
애플은 화려한 발표 대신, 다양한 앱에 작지만 유용한 AI 기능들을 더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기능들이 포함되었습니다:
- 실시간 음성 번역: 전화, 메시지, 페이스타임에서 상대방의 음성을 자연스러운 톤으로 자동 번역.
- 비주얼 인텔리전스 업그레이드: 화면 속 이미지를 인식해 구글이나 ChatGPT를 통해 검색.
- AI 기반 피트니스 코치: 애플워치에서 개인 맞춤형 피트니스 조언 제공.
- 리마인더 앱 자동화 기능: 일정과 할 일을 더 똑똑하게 정리.
이러한 기능들은 ‘혁신적’이라기보다 ‘필요했던 것들’입니다. 사용자의 삶에 조용히 녹아들어가며, 애플 생태계의 일원으로 AI를 자연스럽게 흡수시킵니다.
애플은 이번 WWDC에서 ‘대박 기능’ 대신 작고 실용적인 AI 업그레이드들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한층 더 진화시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이 기능들은 일상 속 불편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애플 기기 간의 연결성과 직관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실시간 음성 번역: 언어 장벽을 넘는 소통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에 띈 기능 중 하나는 전화, 메시지, 페이스타임에서 실시간으로 음성을 번역해주는 AI 번역 기능입니다. 단순한 번역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목소리 톤과 억양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번역된 내용을 재생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로 말하는 상대방의 말을 내가 영어로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목소리마저 상대방의 톤을 유지한다면, 이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의사소통의 경험’을 재창조하는 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비주얼 인텔리전스 강화: 보는 것에서 아는 것으로
Visual Intelligence 기능은 이제 화면에 표시된 이미지, 텍스트, 심지어 콘텐츠의 맥락까지 이해하고, 구글, ChatGPT, 기타 서드파티 앱을 활용해 관련 정보를 즉시 검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사진 속 사물을 길게 누르면 바로 검색되던 기능이, 이제 텍스트와 앱 전반으로 확장된 셈입니다. 사용자는 복잡한 조작 없이, 기기 화면만으로도 상황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 리마인더 앱과 🏃♂️ 피트니스 코치: AI와 일상 루틴의 결합
리마인더 앱에는 자동 분류, 우선순위 설정, 스마트 추천 기능이 추가되어, 할 일을 정리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반복작업을 줄여줍니다.
또한, 애플워치의 운동 앱에는 AI 기반 피트니스 코치가 등장해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화된 운동 목표와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단순히 ‘몇 칼로리 소모했는지’가 아닌, 어떻게 동기부여하고 루틴을 유지할 것인지까지 챙겨주는 기능입니다.
🏁 결론: 느려 보이지만, 가장 애플다운 AI 접근
애플은 이번에도 기대를 일부러 배반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애플이 늘 그래왔던 방식입니다. 초기에 '늦었다'는 평가를 받던 아이폰도 결국 스마트폰 시장의 기준이 되었듯, AI에서도 애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화려한 ChatGPT나 Gemini가 주목받고 있지만, 애플은 조용히, 그러나 깊숙하게 AI를 '기능이 아닌 경험'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 접근이야말로, 시간이 지나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WWDC 2025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혁신 부족, 타이밍 지연, AI 경쟁 후발주자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지금껏 단순히 빠른 회사가 아닌, 방향을 가장 정확히 읽는 회사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보여주기식 AI로 단기적인 박수갈채를 받기보다, AI를 애플 생태계의 일상적인 경험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사용자 데이터 보호, 기기 내부 처리(On-device AI), 그리고 수천만 명의 개발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AI 생태계’가 있습니다.
애플이 지향하는 AI는 ‘제품’이 아니라 ‘경험’이며,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결국, 기술의 시대를 이끄는 기업은 가장 빠른 기업이 아니라, 가장 오래도록 방향을 지켜온 기업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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