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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로봇은 나이키 운동화를 만들기 힘든가?

by Heedong-Kim 2025. 4. 23.

운동화 한 켤레는 단순한 소비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경제, 기술 혁신, 노동시장, 소비자 심리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신발 한 켤레를 미국에서 로봇으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산업 구조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험이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을 외치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촉진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나이키는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자동화를 통해 북미 생산 기지를 구축하려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저비용 아시아 생산체제'에 익숙해진 기업들에게, "로봇이 운동화를 만든다" 는 비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먼 이야기였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 트럼프의 제조업 귀환 전략,
  • 나이키의 북미 생산 도전,
  • 자동화가 마주한 기술적 장벽,
  • 소비자 기대와 제조 현실 사이의 간극,
  • 그리고 실패 이후에도 꺼지지 않는 새로운 가능성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며, 글로벌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운동화 한 켤레'를 둘러싼 이 복잡한 이야기, 지금 함께 시작합니다. 👟🌎

 


🛠️ 트럼프의 제조업 귀환 전략, 하지만 현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시아 등 저가 생산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를 되살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화가 필수였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미국 제조업 부흥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아시아 저비용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옮긴 미국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고율 관세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트럼프는 "제조업은 미국의 심장"이라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들여오는 제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기업들이 해외 생산을 포기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도 각각 10%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신발, 의류, 전자기기처럼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오랜 시간 아시아의 값싼 인력에 의존해왔습니다. 이를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줄이는 기술 혁신, 즉 '생산 자동화' 가 필수적이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수백만 명이 작은 나사를 조립하는 공장"을 미국에 세우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웠습니다. 나이키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자동화에 도전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 나이키의 '북미 생산' 도전기

2015년, 나이키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심의 생산체계를 북미로 일부 옮기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목표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하이테크 공장을 세워 수천만 켤레의 운동화를 자동화로 생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이전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조 모델을 만드는 야심찬 프로젝트였습니다.

 

나이키는 트럼프의 제조업 귀환 구상에 발맞추어, 2015년부터 '북미 생산'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했습니다.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 의존하던 생산을 일부라도 미국이나 멕시코로 옮기고,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플렉스(Flex) 라는 미국 제조업체와 손을 잡았습니다. 플렉스는 애플의 텍사스 맥 프로 공장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이키 역시 기대를 걸었습니다. 과달라하라(Guadalajara)라는 멕시코 도시에 최첨단 공장을 세워, 수천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플렉스는 전자제품 제조에 사용하는 '픽 앤 플레이스(pick and place)' 기계, 3D 프린터 등 다양한 자동화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기계가 운동화의 윗부분(어퍼)을 짜고, 로고를 부착하고, 밑창과 본체를 접착하는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곧 드러났습니다.


운동화 제조는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소재를 다루는 섬세한 작업이었고, 기계는 조금의 온도 변화에도 재료 특성이 달라지는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신발의 디자인이 다양하고, 생산 수량이 비교적 소규모 단위로 자주 변경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전자제품처럼 표준화된 부품을 반복적으로 조립하는 방식과는 달리, 신발 제조는 훨씬 유연하고 세밀한 대응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과달라하라 공장의 인력은 당초 계획의 2배인 5,000명까지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이 오히려 아시아보다 커졌습니다. 플렉스의 투자자들은 점점 회의감을 표출했고, 결국 2019년 초 나이키와 플렉스는 프로젝트를 조용히 종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경험은 나이키에게, 그리고 미국 제조업 전체에 하나의 교훈을 남겼습니다.
"단순히 공장을 옮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기술, 디자인, 소비자 기대,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 신발 제조, 기계로는 너무 까다롭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신발 생산은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소재를 다루는 작업이 필수인데, 이는 로봇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온도에 따라 재질이 수축하거나 늘어나는 변수도 기계가 적응하기엔 너무 복잡했습니다.

결국 생산 인력은 계획보다 두 배나 늘었고,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더 들게 되었습니다.

 

플렉스와 나이키의 자동화 도전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신발이라는 제품 자체의 '복잡하고 예민한 소재' 였습니다.

신발 제작에는 가죽, 메쉬, 니트 등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들이 사용됩니다.


이런 소재들은 주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오늘은 정확히 맞았던 생산 공정이, 내일은 온도가 조금만 변해도 오차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특히, 운동화의 밑창과 어퍼(윗부분) 을 정확하게 붙이는 과정은 매우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데, 이걸 기계로 처리하려 하면 미세한 어긋남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또한, 신발 제조는 단순한 조립이 아닙니다. 인간 작업자들은 손끝 감각으로 미묘한 텐션 차이를 조정하고, 소재의 늘어짐을 즉각 보완하는 반면, 로봇은 그런 미세 조정을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 플렉스의 총괄이었던 톰 플레처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당신은 매우 정밀한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온도가 약간만 변해도 소재가 갑자기 변해버린다. 우리는 이런 변동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플렉스 공장의 인력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비용이 아시아보다 더 높아지는 역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 디자인 자유 vs 자동화 생산의 딜레마

또 하나의 문제는 디자인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나이키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자동화는 반복 가능한 단순 제품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나이키 스우시 로고를 붙이는 자동화 방식을 개발하는 데만 8개월이 걸렸지만, 그사이 새로운 신발 모델이 출시되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다른 커다란 장애물은 바로 '디자인의 자유''자동화 생산' 간의 본질적인 충돌이었습니다.

나이키는 수십 년 동안 디자이너들에게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창의적 자유를 부여해왔습니다.


소비자들은 매 시즌, 매달, 새로운 스타일과 신기술이 반영된 독창적인 신발을 기대합니다. 이는 나이키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동화 생산은 전혀 다른 논리를 요구합니다.
기계는 동일한 제품을 수백만 개 반복 제작할 때 가장 효율적입니다. 변화가 많을수록, 특히 소재나 디자인이 조금만 달라져도, 공정 전체를 다시 세팅해야 하며, 때로는 새로운 기계를 개발해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플렉스 팀은 한 신발 모델에 대해 나이키 스우시 로고를 자동 부착하는 기계를 8개월 동안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개발을 마치자, 나이키는 이미 새로운 신발 모델로 넘어가버렸습니다. 그 결과, 수개월 동안 투자한 자동화 장비는 한순간에 쓸모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 마이클 뉴턴, 당시 나이키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복잡한 디자인,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한, 자동화는 절대 쉽게 갈 수 없다. 소비자가 원한 건 바로 그 다양성이니까."

 

더 단순하고 표준화된 디자인 — 예를 들어, 니트 어퍼와 성형된 밑창을 단순히 결합하는 방식 — 을 선택하면 자동화가 쉬워지겠지만, 그렇게 하면 나이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포기해야 합니다.


결국 나이키는 디자인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고, 이는 자동화의 길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 실패로 끝난 자동화 실험들

2019년 초, 나이키와 플렉스(Flex)는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했습니다. 언더아머의 'Project Glory'도, 아디다스의 'Speedfactory'도 모두 실패를 인정하고 생산 기술을 다시 아시아로 돌렸습니다. 이로써 세 브랜드 모두 다시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에 의존하는 구조로 복귀했습니다.

 

플렉스와 나이키의 북미 자동화 공장 프로젝트는 2019년 초, 조용히 종료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당시 미국 제조업 전체의 꿈에 큰 균열을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나이키만이 아니었습니다.


언더아머 역시 'Project Glory'라는 이름으로 볼티모어 지역에 신발 자동화 공장을 세우려 했지만, 2017년 이후 투자자 대상 발표에서 관련 내용을 점점 축소하며 결국 중단했습니다.
아디다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애틀랜타에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를 열며 "로봇이 신발을 만드는 미래"를 선언했지만, 몇 년 만에 사업을 접고 기술을 다시 아시아 공급업체로 넘겼습니다.

 

특히 아디다스 사례는 상징적입니다.
애초에 "고객이 주문한 맞춤형 신발을 로봇이 빠르게 생산한다"고 홍보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생산 비용은 높았고, 제품 다양성 대응은 기대 이하였으며, 품질 관리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 회사 모두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라는 기존 생산 거점으로 복귀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아시아 생산 집중의 위험성(공장 폐쇄, 공급망 혼란)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비용과 기술, 디자인 복잡성 문제 앞에 다른 선택지는 여전히 없었던 것입니다.

 

👟 요약하면:

  • 기술은 준비되지 않았고,
  • 소비자들은 다양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 경제 논리는 여전히 아시아를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 다시 주목받는 자동화의 꿈?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제조업 복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나이키와 같은 기업들도 다시 미국 내 자동화 생산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과거 실패를 경험한 이들은 여전히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엄청난 자본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동화에 대한 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5년 재선 캠페인에서도 제조업 귀환을 다시 핵심 의제로 내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었고, 중국(145%), 베트남(10%), 인도네시아(10%) 등 주요 생산국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졌습니다.

 

이에 따라 나이키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과연 이번에는 자동화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다시 직면하고 있습니다.

🔧 플렉스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톰 플레처와 마이클 뉴턴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보다 훨씬 많은 기술이 성숙해졌다. 3D 프린팅, AI 기반 로봇 제어, 고정밀 센서 기술이 발전했다. 다만, 깊은 주머니(엄청난 투자금)인내심 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적응형 제조(Adaptive Manufacturing)' 같은 개념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제품도 일정 부분 자동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또한, AI 기반 비전 시스템 을 활용하면 소재 변화나 미세한 생산 오류를 기계가 스스로 감지하고 수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 소비자가 원하는 무한한 제품 다양성
  • 신발 소재의 예측 불가능한 물성 변화
  • 초기 투자 비용과 시간

이런 현실적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자동화는 여전히 험난한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다를 수도 있다." 이 조심스러운 기대가 다시 피어나고 있습니다.

 


🧠 마무리: 신발 한 켤레가 보여준 글로벌화의 복잡성

나이키 사례는 단순히 기술이나 비용 문제를 넘어, 글로벌화된 공급망의 복잡성, 소비자 기대치 그리고 자동화 기술의 한계를 모두 보여준 생생한 교훈입니다.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제조업이, 실제로는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이야기입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의 사례는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단순한 비용 논리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기술, 소비자 기대, 생산 유연성, 품질 관리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 복잡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전략은 일부 기업을 압박했지만, 그 자체로 북미 제조업 부흥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 높은 인건비를 대체할 만큼 완성도 높은 자동화 기술은 아직 부족했고,
  • 소비자들은 여전히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요구했으며,
  • 기업들은 단순한 '애국심'이 아니라 '경제적 현실'을 기반으로 생산 거점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다만, 실패한 첫 번째 시도 이후에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스마트 팩토리 기술, AI 로봇 제어 시스템, 적응형 생산 기술은 분명히 과거보다 훨씬 발전했습니다.


이제 문제는 '기술의 문제' 가 아니라,
"어디까지 소비자 요구를 조율할 것인가",
"기업이 얼마나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기다릴 수 있는가" 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가 미래에 진정한 북미 자동화 생산을 다시 시도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켤레의 운동화를 둘러싼 이 작은 이야기가, 세계 경제, 기술 진화, 글로벌화의 복잡성과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의 제조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훨씬 더 큰 질문을 다시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신발 한 켤레가 바꿀 수 있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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