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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정치의 한복판에 선 인텔 CEO, 립부 탄

by Heedong-Kim 2025. 8. 13.

미국 반도체 산업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인텔(Intel)이 다시금 거센 내부 분열과 정치적 압박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불과 취임 5개월 차에 불과한 인텔의 신임 CEO 립부 탄(Lip-Bu Tan)은 현재 사내 이사진과의 갈등은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의 퇴진 요구까지 맞닥뜨리며 큰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한때 반도체는 기술과 공학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반도체는 지정학적 무기이자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리고 이 격변의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인텔(Intel)의 CEO, **립부 탄(Lip-Bu Tan)**입니다.

 

탄은 전설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재건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지금은 내부 이사회의 견제, 외부 정치권의 압박, 시장의 냉소적 시선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탄은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그가 단지 CEO를 넘어 정치의 대상이자 안보 이슈가 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글에서는 인텔 CEO 립부 탄을 둘러싼 사내 갈등과 정치적 논란, 그리고 인텔이라는 기업이 직면한 전략적 기로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단순한 CEO 리스크를 넘어, AI 전환기와 미국 제조 전략, 글로벌 공급망 경쟁,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라는 정치적 이념이 어떻게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입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5개월 차 CEO, 불신과 정치적 압박에 직면하다

립부 탄은 올해 3월, 인텔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주가를 13%나 끌어올리는 기대감을 안겼습니다. 그는 과거 Cadence Design Systems를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시킨 전력이 있는 인물로, 위기에 빠진 인텔을 되살릴 적임자로 평가받았죠.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탄 CEO는 인텔 이사회 의장 프랭크 이어리(Frank Yeary)와 핵심 전략에 대한 의견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인텔의 핵심 제조 부문, 즉 파운드리 사업을 유지할지, 아니면 완전히 정리할지를 놓고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인텔의 CEO 립부 탄(Lip-Bu Tan)은 올해 3월, 시장의 높은 기대 속에 전격적으로 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으며, 특히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Cadence Design Systems에서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입증하며 기업을 성공적으로 재건한 경험이 있어, 위기에 처한 인텔을 다시 일으킬 적임자로 평가되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임명 직후 인텔 주가는 13% 넘게 급등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불과 몇 주 만에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탄 CEO는 취임 초기부터 인텔 이사회와 주요 전략 방향을 두고 마찰을 빚었습니다. 특히 이사회 의장인 **프랭크 이어리(Frank Yeary)**와의 갈등이 심각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인텔이 **자체 반도체 제조(파운드리)**를 지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를 분사하거나 매각하여 설계 중심 기업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이어리는 과거 투자은행 출신으로, 보다 효율적인 자산 구조를 중시하는 입장입니다. 그는 인텔의 적자 파운드리 부문을 정리하고, 엔비디아나 아마존 같은 기업에 지분을 넘기거나 TSMC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이를 통해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이사회 내부에서는 분사 방안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마련했을 정도입니다.

 

반면, 탄은 제조야말로 인텔의 정체성이자 국가 전략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미국 반도체 자립과 안보를 위해 인텔의 제조 역량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중국·대만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 본토에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기술 주권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탄은 CEO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핵심 전략 결정에 있어 실질적인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사회와의 갈등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내부 관계자의 말처럼, “탄은 배를 조종해야 할 선장이지만 키를 잡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적인 퇴진 요구까지 더해지며, 탄은 이제 사내외 모두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 ‘미국 우선주의’와 반도체 산업의 균열

이런 내부 갈등에 불을 지핀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립부 탄이 중국 기업과의 연관성으로 “심각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트럼프의 주장에는 탄이 이끌었던 캐던스(Cadence)가 중국의 군사 대학에 기술을 제공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와 1억 4천만 달러에 달하는 합의에 이른 사건이 배경에 있습니다. 여기에 탄의 벤처 투자사가 중국 기업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점도 공격의 소재가 됐습니다.

 

 

심지어 상원의 공화당 중진인 톰 코튼과 오하이오주의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까지 가세하며 탄 CEO의 거취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경영 이슈가 아닌, 미국 정치와 국가 안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립부 탄 CEO를 향한 정치적 압박은 단순한 인물 검증 차원을 넘어,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 사이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탄은 취임 이후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적 고객 유치, AI 분야 경쟁력 회복 등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복구 계획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얽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퇴진 요구였습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탄은 중국과의 비즈니스 관계로 인해 ‘심각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상태에 있다"며 "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그의 사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지목한 배경에는 두 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첫째, **탄이 CEO로 재직했던 캐던스 디자인(Cadence Design Systems)**이 최근 중국 군사 대학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혐의로 미 법무부와 1억 4천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 합의를 체결한 사실입니다. 비록 당시 탄은 회사를 떠난 이후였지만, 과거 이력이 현 시점에 다시 회자되며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둘째는 탄이 이끄는 벤처 캐피탈(VC) 투자사가 중국 내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진영과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이 점을 문제 삼아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 인물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이끌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공격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합류로 더욱 격화됐습니다. 아칸소의 톰 코튼 상원의원은 인텔 이사회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탄의 대중(對中) 관계를 집중 추궁했고,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는 트럼프의 발언에 동조하며 "탄의 퇴진이 필요하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이 오하이오 주는 바로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팹을 건설할 예정이었던 지역으로, 그 계획이 최근 보류되면서 정치적 후폭풍도 커졌습니다.

 

이처럼 탄을 둘러싼 공격은 단지 개인의 이력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안보화(securitization)"와 "정치화(politicization)"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더 이상 단순한 산업재로 보지 않고 있으며, 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느냐가 모두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텔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CHIPS Act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였습니다.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 강화에 나섰고, 립부 탄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 인사인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과도 만나 인텔의 비전을 설명하며 정치권과의 접점을 넓혀가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트럼프의 SNS 발언 하나로 한순간에 뒤집혔고, 인텔은 다시금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 ‘60% 폭락한 주가’와 신뢰 상실의 이중고

인텔은 지난 몇 년간 AI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났습니다.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AMD는 AI 중심의 전략으로 고속 성장 중이지만, 인텔은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낮고 투자 부담은 큽니다. 이어리는 해당 사업을 분사하고 엔비디아, 아마존 등 외부 투자 유치를 구상했지만, 탄은 "미국 내 반도체 자립을 위해선 인텔이 직접 제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텔의 주가는 지난 1년 반 동안 무려 60% 이상 폭락했습니다. 한때 세계 반도체 업계를 주도했던 인텔은 이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낙오자(Laggard), 혹은 구시대 기업으로 취급받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빅3'로 불렸던 인텔, TSMC, 삼성전자 중 인텔만이 AI 시대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죠.

 

가장 큰 원인은 AI 트렌드에 대한 후행 대응입니다. 엔비디아는 GPU 기반 AI 컴퓨팅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AMD 역시 AI 가속기 ‘MI300’ 시리즈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텔은 ‘가우디(Gaudi)’ 시리즈로 AI 시장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기술력과 생태계 모두에서 경쟁사에 크게 뒤처진 상태입니다.

 

시장에선 **“인텔은 이미 한 세대 뒤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제품 주기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자체의 방향성과 기술 비전, 전략 실행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예로, AI 반도체 기업 인수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노렸던 탄 CEO의 전략 역시 이사회 반대로 무산되며, 기회를 놓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인텔의 **제조 부문(IFS, Intel Foundry Services)**은 적자를 지속하며 회사 전체의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2023년만 해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생산 능력 확장을 위한 신규 팹 투자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하이오와 독일에서 진행 중이던 대규모 팹 프로젝트는 각각 속도 조절 또는 전면 보류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연쇄적인 부진은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 이탈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랙록, 뱅가드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인텔 비중을 축소하고 있으며, 월가 애널리스트들 역시 **‘매수’ 의견보다 ‘중립’ 또는 ‘감시 대상’**으로 인텔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 내부의 전략 혼선과 리더십 갈등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인텔은 ‘기술 경쟁력’과 ‘시장 신뢰’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위기를 맞이한 셈입니다. 탄 CEO는 기업의 체질 개선과 미래 준비를 위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내부 이사회와 외부 정치권이라는 이중 장벽 앞에서 실질적인 변화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하락이 아니라, 인텔이라는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위기입니다.

 

 


🧾 “탄은 미국 경제 안보를 위한 투자자다”… 인텔의 방어

인텔은 공식 성명을 통해 “CEO와 이사회 모두 미국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 증진을 위한 투자에 전념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또한 최근 월가 투자은행들과 함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이었지만, 이사회 내부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내부 갈등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탄 CEO는 AI 기업 인수를 통한 반격 전략도 구상했지만, 이 역시 이사회 내부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다른 기업에게 기회를 빼앗긴 상황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상원의원의 립부 탄 퇴진 요구가 쏟아지자, 인텔은 즉각 강경하면서도 절제된 메시지로 방어에 나섰습니다. 회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인텔, CEO 립부 탄, 그리고 이사회는 미국의 국가 안보 및 경제 안보를 지키는 데 깊은 헌신을 갖고 있으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부합하는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방어를 넘어, 탄 CEO의 경영 철학이 미국 내 반도체 자립이라는 국가 전략과 정면으로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실제로 탄은 CEO 취임 직후부터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면담을 이어가며, 인텔이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 안보를 떠받치는 전략 자산임을 설득해왔습니다.

 

특히 그는 올해 4월, 트럼프 행정부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과 약 한 시간 가량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며 인텔의 재건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루트닉은 인텔이 애플과 같은 전략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실질적 계획만 있다면 행정부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거진 탄의 과거 이력과 정치적 공세는, 현재 미국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민감하고 복합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인텔은 이 같은 오해와 공격이 **“정치적 도구화”**에 불과하며, 탄이 지향하는 제조 중심 전략은 미국의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선택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 돈줄은 막히고, 전략은 제약되고…

결국 인텔은 최근 15%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유럽 내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전면 취소했습니다. 오하이오 주에 추진 중이던 팹도 속도를 늦췄습니다. 탄은 사내 메모를 통해 “이제 백지수표는 없다. 모든 투자는 경제적 타당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탄의 경영 전략이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사내 정치와 국가 정치가 얽힌 복잡한 구조 속에서, 그는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CEO로서 탄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과감한 투자와 구조 재편을 하고 싶어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부의 이사회 갈등, 외부의 정치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탄의 손발은 묶이고, 기업 전략은 멈춰 서기 일보 직전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입니다. 인텔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 팹 투자와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을 중심으로 대형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7월 말 실적 발표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 일부 멤버들의 반대로 2026년 이후로 연기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또한 탄은 AI 스타트업 인수를 통한 경쟁력 확보 전략도 병행 추진하고 있었지만, 이사회가 검토를 지연하면서 결국 다른 기술 기업에 매각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로 인해 인텔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탄은 내부 지출 구조에도 강도 높은 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지난달, 인텔은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고, 독일과 오하이오에서 진행 중이던 차세대 팹 건설 역시 보류 또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백지수표는 없습니다. 모든 투자는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러한 강경한 긴축 조치는 외부 자본 유입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경영 전략 실행을 위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즉, 탄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전략은 갖고 있지만, 그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권한과 지지는 제한되어 있는 셈입니다.

 

 


🔚 결론: 반도체는 정치다

인텔의 위기는 단지 기술적, 경영적 위기만이 아닙니다. AI 시대를 향한 전략 재편, 미국 정부와의 정책 정렬, 글로벌 공급망 재구성, 그리고 이제는 정치와 안보까지 얽힌 총체적 난국입니다.

 

CEO 립부 탄은 그 한가운데서 싸우고 있으며, 인텔의 운명은 더 이상 단순한 기업 성과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시험대가 바로 지금의 인텔입니다.

 

인텔이 겪고 있는 갈등은 단순히 한 CEO의 문제나 일시적 경영상의 오류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의 방향성과 전략, 그리고 기업의 자율성과 정치 권력 간의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립부 탄은 분명히 기술에 대한 통찰과 재건의지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통해 인텔의 정체성을 지키고, AI 시대에 뒤처진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사회 내부의 보수적 견제, 정치권의 표적화, 그리고 불안정한 자금 조달 환경은 그의 리더십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는 향후 다른 테크 기업들에게도 CEO의 ‘정치적 중립성’, 혹은 ‘애국성’이 기업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기술 경영자의 국적, 과거 이력, 투자 방향이 공공정책과 충돌할 경우, 기업 전략은 정치의 손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결국 오늘날 반도체 산업에서 리더의 자리는 더 이상 기술과 경영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공간입니다. 탄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겪는 위기가 곧 미국 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구조적 긴장의 축소판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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