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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의 밤은 왜 다시 불타올랐는가

by Heedong-Kim 2025. 6. 9.

— 반이민 단속 항의 시위, 제3일 밤 격화 —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거리가 다시 한 번 들끓고 있습니다. 대규모 반이민 시위가 금요일부터 시작되어 일요일 밤에는 무력 충돌과 폭력 사태로 번졌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차량에 불을 지르고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등 격렬한 시위 양상이 이어졌으며, 연방정부의 국경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강화에 대한 반발이 근원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로 불려왔습니다. 중남미, 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이 뿌리를 내리고 삶을 일구어가는 이곳은, 미국이 내세우는 '자유와 기회의 나라'라는 이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25년 6월, 그 LA가 다시 한 번 격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ICE(이민세관단속국)의 단속 강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군 병력 투입은 불씨였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분노는 마치 응축되어 있던 마그마처럼 도시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단순히 법 집행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외침, 정체성과 생존을 둘러싼 투쟁, 그리고 연방정부의 권력에 대한 질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입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LA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의 주요 장면을 따라가며, 단순한 뉴스 그 너머에 있는 **‘시위의 본질’과 ‘정치적 긴장’, 그리고 ‘이민자 커뮤니티의 절규’**를 더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 혼돈의 중심, LA 도심

— 경찰과 시위대, 충돌이 격화되다 —

 

일요일 밤, LA 도심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돌과 폭죽, 전동 스쿠터까지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심지어 시위대는 하이웨이 101호선을 점거한 뒤, 고가도로 위에서 경찰 차량에 각종 물체를 투척했습니다.

 

특히 충격적인 장면은 구글의 자회사인 Waymo의 무인 택시 5대가 불에 타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항의 수준을 넘어 상징적인 저항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약 30명을 체포했고, 일부는 망치로 도심 연방건물 주변의 구조물을 부수기까지 했습니다.

 

 

일요일 밤, 로스앤젤레스 도심은 사실상 통제 불능의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평화롭게 시작된 낮 시위는 밤이 되며 급격히 폭력 양상으로 전환되었고, 이는 시민 불안과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ICE의 단속에 반발한 시위대는 도심 고속도로를 점거하며 자동차 통행을 막았고, 일부는 경찰차 위에 나뭇가지와 전동 스쿠터, 폭죽 등을 던졌습니다.

 

더 충격적인 장면은 구글의 자회사인 Waymo의 자율주행 택시 차량 최소 5대를 시위대가 불태운 사건이었습니다. 이 무인 차량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닌, '통제받지 않는 정부 기술과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시위대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방화라는 극단적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현장에서는 기마 경찰이 말 위에 올라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고, 그 와중에 발생한 혼란 속에서 시위대 일부는 망치로 연방 건물 주변의 화단, 볼라드, 인도 구조물을 깨부수고 돌을 던졌습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를 공공기물 파손 및 폭력 행위로 간주하고 체포에 나섰으며, LA경찰국(LAPD)과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HP)가 합동으로 최소 27명을 연행했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양측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고, 시위대는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경찰의 진입을 막으려 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과 상점 파손 사례까지 보고되며, 단순한 항의 시위를 넘어선 도시 전체의 불안정성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민 저항이 아닌, 연방정부의 권위에 대한 불신과 지역 커뮤니티의 억눌린 분노가 폭발한 ‘사회적 경고음’이라 볼 수 있습니다. LA 도심은 그날 밤, 그저 시위 현장이 아닌 미국 내 갈등의 현미경이었습니다.

 

 


🛑 연방정부 vs 캘리포니아, 갈등의 심화

— 주 방위군 투입, ‘주권 침해’ 논란 —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 진압을 명분으로 국방부 산하 주 방위군 300명을 연방 명령 하에 LA에 배치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주지사의 승인 절차 없이, 연방법인 ‘Title 10’에 따른 조치였으며, 사실상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동의 없는 연방 개입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연방정부가 혼란을 만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카렌 배스 LA 시장 역시 “시민 불안과 충돌을 더 악화시키는 위험한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군대를 투입하라! (BRING IN THE TROOPS!!!)”라는 글을 올리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시위 진압을 넘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 충돌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LA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300명의 연방 주 방위군(National Guard)**을 직접 배치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연방법 'Title 10 권한'을 통해 주지사 동의 없이 연방 정부가 주 방위군을 통제한 것입니다.

 

이 조치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즉각 반발하며 “연방정부가 혼란을 만들어놓고, 이제는 그 혼란을 진압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 X에 “이건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즉각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LA 시장 카렌 배스 역시 트럼프의 군사력 사용에 대해 “위험한 도발이자 시민 불안을 조장하는 결정”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녀는 ICE의 직장 급습과 같은 연방 단속이 도시 전체에 ‘공포감과 혼란’을 퍼뜨리고 있다며,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방정부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Truth Social을 통해 “LA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군대를 투입하라(BRING IN THE TROOPS!!!)”**고 외쳤고,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는 캠프 펜들턴 주둔 중인 해병대 병력까지 비상 대기 중이라 밝혔습니다.

 

이러한 대응은 미국 역사에서 흔치 않은 'Insurrection Act(폭동 진압법)' 수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한 시위 통제를 넘어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중앙정부의 힘 과시’로도 읽힙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는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적·사회적으로는 연방-지방 간 신뢰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캘리포니아는 사실상 연방정부의 지시를 거부하는 독립적 주체로서의 색채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질서 회복의 문제가 아닌, 누가 미국 내 권력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느냐를 둘러싼 깊은 정치적 대결의 단면입니다.

 

 

 


✊ 시위의 본질: “우리 가족은 숨고 싶지 않다”

— 이민자 커뮤니티의 절규 —

 

이번 시위는 단순한 폭동이 아닙니다. 이민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었습니다. 28세의 조슬린 피멘텔은 72세 할머니와 함께 시위에 참여하며 “불법 체류 가족이 추방될까 두렵다”고 밝혔고, 29세의 한나 나바로는 “우리는 가족이 숨어 살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구호는 명확했습니다. “ICE도, 경찰도 원하지 않는다.”


도심 곳곳엔 “F— ICE”라는 낙서가 새겨졌고, ‘Melt ICE’라는 팻말이 흔들렸습니다. 이는 단지 분노의 표출이 아닌, 미국 내 이민자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저항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번 LA 시위는 단순한 ‘공권력에 대한 반발’이 아닙니다. 그 중심에는 미등록 이민자 가족을 향한 두려움, 억압, 그리고 존엄성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시위 현장을 가득 메운 구호는 “No justice, no peace(정의 없으면 평화도 없다)”였지만, 그 뒤에 담긴 진짜 메시지는 더 깊고 절실했습니다.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는 28세 조슬린 피멘텔은 시위 현장에 72세 할머니를 모시고 나왔습니다. 그들의 가족 중에는 미국 내에 합법적 지위를 갖지 못한 친척들이 있으며, 최근 단속 강화로 인해 언제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이민자도 인간입니다. 우리도 이 나라의 일부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도망자처럼 숨어 살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일 하이츠 출신의 29세 접수원 한나 나바로도 “우리는 단지 가족이 밖에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외출조차 두려운 삶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라며 ‘Melt ICE(ICE를 녹여라)’라는 팻말을 높이 들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LA 이민자 커뮤니티 수백만 명의 마음을 대변했습니다.

 

시위대가 남긴 그래피티 "F— ICE", 자율주행차 방화, 도로 점거 등의 행동은 격렬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외면당해 온 목소리를 반드시 들리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숨어 있습니다. 단속과 추방에 의존한 강경한 이민정책은 수많은 가족을 분리시켰고, 불안과 공포를 일상으로 만든 상황에서, 이 시위는 존재 자체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호소에 가깝습니다.

 

또한, 이번 시위는 단순히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아시아계, 흑인, 중남미 이민자들이 함께 연대하며 이민자 권리 보호와 시민권 획득의 길을 확대하라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이민자의 문제가 아닌, 미국 전체의 가치와 방향성을 묻는 시민권의 문제이자, 인권의 문제입니다.

 

결국 “우리는 숨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땅에서 살고, 일하고, 세금을 내며 미국 사회를 함께 만들어온 사람들이 요구하는 존재의 권리 선언입니다.

 

 

 


📜 결론: ‘질서 회복’인가, ‘억압 강화’인가

— LA가 던지는 질문, 미국이 답해야 할 시간 —

 

LA의 이번 시위는 단순히 지역적 사건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민정책과 시민 자유의 균형, 연방 권력과 주 자치권 간의 경계, 그리고 군 병력 투입의 정당성 등 미국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질문들을 동시에 던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질서 회복을 외치고 있지만, 많은 시민은 이것이 오히려 억압의 강화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 시위대도 평화 시위의 경계를 넘어서는 폭력적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양측 모두에 자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앞으로의 상황은 단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미국 사회가 이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밤은 단순한 소요 사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경고음이자 민주주의의 경계선을 시험하는 현장입니다.

 

연방정부는 ‘질서’를 말하고, 주정부는 ‘자율’을 말합니다. 시민은 ‘존엄’을 요구하고, 정부는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이처럼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시선이 충돌하는 가운데, 가장 소외된 존재는 언제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민자 커뮤니티입니다.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모두 범죄자는 아닙니다. 그들은 미국의 건설현장과 식당, 병원과 학교, 테크 산업과 농장 곳곳에서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보이지 않는 주역들'**입니다. 그들의 가족이 숨지 않아도 되는 사회, 신분 때문에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야말로 진정한 ‘질서’입니다.

 

이번 LA 시위는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단지 거리의 분노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가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원칙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단속이나 배치된 병력의 수가 아니라,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가에서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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