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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33

질문에도 눈치가 필요하다 “세상에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 우리는 이 말을 자주 듣는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격려이자,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람에게 이보다 따뜻한 말도 드물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며 수많은 회의와 강연을 경험하다 보니, 이 문장을 그대로 믿기에는 조금 망설여진다. 바보 같은 질문은 정말 없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바보 같은 질문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질문 자체가 바보 같다기보다, 생각 없이 던지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질문은 배움의 출발이지만, 때로는 타인의 시간과 생각을 빼앗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질문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이다. 내가 어린 시절을 .. 2026. 7. 24.
삶은 각자의 선택으로 완성된다 누군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진로를 바꾸어야 할지, 지금의 일을 계속해야 할지,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지 묻는다. 때로는 내가 살아온 과정 속에 특별한 비법이라도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실패를 피할 수 있는지, 인생의 정답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 시절에는 답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 방황했고, 어느 길이 옳은지 몰라 오랫동안 망설였다. 충분히 고민했다고 생각한 결정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고, 별다른 확신 없이 내디딘 한 걸음이 뜻밖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2026. 7. 12.
AI 의 그럴듯한 답, 그리고 무책임해지는 인간 AI를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된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질문에도 AI는 거침없이 답을 쏟아낸다. 유창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그럴듯하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의문이 밀려온다. 이 답이 정말 맞는 걸까? 사실일까? 믿어도 되는 걸까? 처음에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AI가 틀린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자신 있게 말한다는 것, 그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연히 주의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다짐은 흐릿해졌다. 어느새 나는 AI의 답변을 크게 의심하지 않고, 거의 자동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지하게 되는 이 역설이, 사실 AI보다 인간에 대한 더 솔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세계, 알.. 2026. 4. 18.
알고리즘의 편안함과 생각의 책임 사이에서 우리는 이제 “TV를 보지 않는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화면 속으로 흩어진다. 특히 Steve Jobs가 강조했던 것처럼, 개인의 선택과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미디어 소비를 원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보고 싶어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유튜브다. TV는 오랫동안 ‘바보 상자’라는 별명을 안고 있었다.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매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콘텐츠를 틀어주고, 시청자는 그것을 따라가는 구조였다. 이 구조는 효율적이었지만, 동시에 사고를 제한하는 틀로도 작용했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TV를 없애고 책을 들여놓는.. 2026. 4. 5.
Great Mind와 Small Mind 사이, 제국의 선택 세상에는 스스로를 확장하는 힘과 스스로를 수축시키는 힘이 공존한다. 확장은 나눔에서 시작되고, 수축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이 단순한 원리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국가의 운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정치적 흐름을 바라보면, 이 두 힘의 충돌이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그는 스스로를 협상의 귀재라 말하며, 기존 질서를 부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마치 모든 것을 해체한 뒤 새롭게 재구성하겠다는 ‘Demolition man’의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파괴 이후의 질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괴는 쉽지만, 지속 가능한 질서를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역량을 요구한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일관.. 2026. 4. 1.
불확실성 위를 걷는 법 우리는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알지 못한다. 영원히 알 수 없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생은 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쪽에는 기대와 호기심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내일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동시에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사람이 느끼는 대부분의 불안은 단 하나의 근원에서 출발한다. 다음 순간에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문득 생각한다.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진 것처럼 보일 때에도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혹시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오지 않을까.” 이 양면성이 바로 삶이다. 불.. 2026. 3. 29.
작은 차이를 알아보는 눈, 삶을 다시 발견하는 힘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조차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함 속에서 하루를 흘려보낸다. 반복되는 장면, 반복되는 사람, 반복되는 감정 속에서 특별함은 쉽게 묻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다른 결을 발견해내는 시선은, 삶을 보다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 시인의 말처럼, 꽃은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된다. 관심과 시선이 닿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배경일 뿐이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잠시 멈추어 바라보고, 마음을 기울일 때 비로소 그 순간은 의미를 가진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찰나에 작은 다름을 발견하고, 그 다름에 기꺼이 마음을 쓰는 태도는 그래서 더욱 귀하다. 이러한 시선은 사람을 대할 때 더욱 큰 가치를 가진다. 누구나 스스로조.. 2026. 3. 27.
어른의 기준은 나이에 있지 않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뜻이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과 어른답다는 평가는 전혀 다른 기준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종종 그 차이를 ‘꼰대’라는 단어를 통해 확인한다. 나이는 많지만 생각은 오래전에 멈춰 있고, 과거의 자기 기준과 성취를 반복해서 증명하려 드는 모습. 그것은 지혜라기보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마음에 가깝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라는 고백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고, 각자 다른 궤적 위를 걷는다. 경험의 순서도, 속도도, 깊이도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게 통과한 구간에서 머물러 있고, 누군가는 늦게 시작했지만 더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바둑판 위에서, 자신만의 수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2025. 12. 28.
맥북으로 이동한다는 것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일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1. 선택의 이유는 언제나 불편에서 시작된다어떤 도구로 이동한다는 결정은 대개 장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반복되는 불편,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쌓여온 작은 좌절에서 시작된다. 나에게 맥북으로의 이동 역시 그랬다. 새로운 것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기존의 환경이 더 이상 나의 일과 사고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감각 때문이었다.윈도우 노트북은 분명 강력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제약이 적다. 개발, 테스트, 분석, 심지어 위험한 실험까지 가능하다. 그 자유로움은 한때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자유는 관리 능력을 요구하고, 그 관리 비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누적된다.2. 윈도우 노트북, 자유가 남긴 흔적들윈도우 .. 202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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