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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28

불확실성 위를 걷는 법 우리는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알지 못한다. 영원히 알 수 없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생은 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쪽에는 기대와 호기심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그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내일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동시에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사람이 느끼는 대부분의 불안은 단 하나의 근원에서 출발한다. 다음 순간에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문득 생각한다.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진 것처럼 보일 때에도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혹시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오지 않을까.” 이 양면성이 바로 삶이다. 불.. 2026. 3. 29.
작은 차이를 알아보는 눈, 삶을 다시 발견하는 힘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조차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함 속에서 하루를 흘려보낸다. 반복되는 장면, 반복되는 사람, 반복되는 감정 속에서 특별함은 쉽게 묻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다른 결을 발견해내는 시선은, 삶을 보다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 시인의 말처럼, 꽃은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된다. 관심과 시선이 닿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배경일 뿐이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잠시 멈추어 바라보고, 마음을 기울일 때 비로소 그 순간은 의미를 가진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찰나에 작은 다름을 발견하고, 그 다름에 기꺼이 마음을 쓰는 태도는 그래서 더욱 귀하다. 이러한 시선은 사람을 대할 때 더욱 큰 가치를 가진다. 누구나 스스로조.. 2026. 3. 27.
어른의 기준은 나이에 있지 않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뜻이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과 어른답다는 평가는 전혀 다른 기준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종종 그 차이를 ‘꼰대’라는 단어를 통해 확인한다. 나이는 많지만 생각은 오래전에 멈춰 있고, 과거의 자기 기준과 성취를 반복해서 증명하려 드는 모습. 그것은 지혜라기보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마음에 가깝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라는 고백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고, 각자 다른 궤적 위를 걷는다. 경험의 순서도, 속도도, 깊이도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게 통과한 구간에서 머물러 있고, 누군가는 늦게 시작했지만 더 치열하게 버티고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바둑판 위에서, 자신만의 수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2025. 12. 28.
맥북으로 이동한다는 것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일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1. 선택의 이유는 언제나 불편에서 시작된다어떤 도구로 이동한다는 결정은 대개 장점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반복되는 불편,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쌓여온 작은 좌절에서 시작된다. 나에게 맥북으로의 이동 역시 그랬다. 새로운 것을 원해서라기보다는, 기존의 환경이 더 이상 나의 일과 사고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감각 때문이었다.윈도우 노트북은 분명 강력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제약이 적다. 개발, 테스트, 분석, 심지어 위험한 실험까지 가능하다. 그 자유로움은 한때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자유는 관리 능력을 요구하고, 그 관리 비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누적된다.2. 윈도우 노트북, 자유가 남긴 흔적들윈도우 .. 2025. 12. 25.
삶의 진폭을 견디는 힘 삶을 길게 조망하면 누구에게나 상승과 하강이 교차한다. 흔히 말하는 새옹지마의 원리는 특정한 시대나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년기에는 부모와 친구를 힘들게 하며 거칠게 살아가던 이가 성인이 되어 놀라울 만큼 온화한 인격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인간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과학에서도 완전한 ‘점’이나 ‘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추상이다. 계산과 가정을 위해 설정한 이상적 기준일 뿐, 실제의 세계는 언제나 조금씩 불완전하고 흐릿한 경계를 지닌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시기의 모습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변화와 진폭을 품은 존재다. 평온한 삶을 오래 유지하던 이가 말년에 크고 깊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오랜.. 2025. 12. 10.
숙고의 힘 생각은 단순한 인지 활동을 넘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를 깊게 바꾼다. 반복하여 사유하고, 그 사유를 다시 반추하며 다듬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숙고는 결국 시야의 확장이며, 사고의 경계선을 넘는 일이다.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사진은 회화와는 다른, 독특한 관조의 힘을 지닌 예술이다. 사물과 현상의 찰나적 움직임을 포착해 시간과 공간 속에 고정시키는 것이 사진의 본질이다. 그러나 황혼의 빛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기묘한 순간을 아무리 정교하게 잡아내도, 단지 ‘식당 벽의 흔한 사진’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겉보기에는 평범한 장면인데, 사진을 들여다볼수록 시선이 머물고 공감이 확장되는 작품도 존재한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숙고의 깊이다. 대상에 대한 고민.. 2025. 12. 9.
헤엄칠 만한 인간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이미 물속에서 한 번의 삶을 경험한다. 양수라는 부드러운 물의 품 속에서 태아는 자라고, 움직이고, 세상의 첫 리듬을 배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성장한 뒤 물속에 다시 몸을 담그면 우리는 낯설음과 두려움을 먼저 마주한다. 물속에서 숨을 고르며 헤엄치기 위해서는 다시 배우고, 익숙해지고,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은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긴장한 어깨는 자연스럽게 굳어가고, 힘을 잔뜩 준 팔다리는 움직임을 잃어버린다. 그 순간 몸은 가라앉기 시작한다. 물은 억지와 과한 힘을 거부한다. 반대로, 힘을 빼고 스스로를 물에 맡기는 순간, 몸은 가볍게 떠오르고 호흡의 흐름도 부드러워진다. 물은 우리의 긴장을 흡수하고, 내려놓는 법을 알 .. 2025. 11. 29.
쉰 살에야 비로소 나에게 이기적이 되는 법을 배웠다 쉰 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나보다 남을 먼저 보는 데 써 왔다는 것이다. 사소한 장면들부터 그랬다. 함께 밥을 먹으러 가면, 메뉴판은 늘 형식적인 존재였다. 모두가 짜장면을 시키면, 나는 굳이 내 입맛을 확인해 보지 않았다. 볶음밥이 더 먹고 싶어도, 냉면이 당겨도, “저도 짜장면이요”라는 말은 너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왔다. ‘괜히 혼자 다르게 시켜서 분위기를 깨면 어쩌지.’ 그 한 줄기 생각이 늘 나를 조용한 다수의 편으로 밀어 넣었다. 돌아보면, 그 배경에는 오래된 공기가 깔려 있다. 전체의 조화를 위해 개인은 조금쯤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배웠던 시절. 집안에서는 장남이니까 참고, 양보하고, 먼저 나서는 대신 뒤에서 맞추는 것이 미덕이라고 들으며 자랐다. .. 2025. 11. 23.
책을 쓰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책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과정이다. 한 문장을 적기 위해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고,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감추어두었던 민낯을 마주해야 한다. 그런데도 책을 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누구나 자연스럽게 경직되고, 익숙한 방법에 안주하게 되며, 결국 스스로도 모르게 과거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려는 상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즉, 책 쓰기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 된다. 꼰대란 변화를 두려워하고, 익숙한 세계 안에서 자신이 쌓아온 경험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내세우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말하고 가르치는 일에 익숙하며, 자신의 견해만이 정답이라고 확신한다. 타인의 이야기는 듣는 척할 뿐, 마음속에는 이미 자신의 말로 되돌리기 위한 .. 2025.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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