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과 시장 환경이 급변할수록 많은 조직이 화려한 디지털 기술, 신규 비즈니스 모델, 정교한 프로세스에서 해답을 찾고자 합니다. 그러나 2016년 방영된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인간 중심 경영과 글로벌 성공 전략〉은 명확하고 묵직한 화두를 던집니다.
쓰러져가던 영국의 헤리티지 패션 브랜드 올세인츠(AllSaints)를 글로벌 리테일 강자로 부활시킨 윌리엄 킴(William Kim),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주목한 혁신 모델로 성장한 IT 기업 넥스트 점프(Next Jump)의 찰리 킴(Charlie Kim).
성격과 산업군이 전혀 다른 두 글로벌 기업을 이끈 한국인 리더들의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최고의 기업은 사람에 집중한다”는 경영 철학입니다. 이들의 성공 방정식을 세 가지 핵심 관점으로 정리해 브런치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1. ‘도구’로서의 디지털이 아닌 ‘마인드셋과 소통’으로서의 디지털 (올세인츠)
윌리엄 킴이 올세인츠 CEO로 부임했을 당시,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그는 영국 로컬 브랜드에 머물던 회사를 전 세계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글로벌 디지털 브랜드로 전환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기술 도입에 앞서 실행한 첫 번째 행보입니다. 그는 부임 초기 100일 동안 성급한 개혁 대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습니다. 변화의 시작과 주체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 수평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기존의 다단계 보고 체계를 5단계로 대폭 축소하고, SNS와 사내 메신저를 기반으로 전 세계 지사와 공장, 본사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연말 경영 실적과 재무 지표까지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하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 배경을 뛰어넘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올세인츠의 글로벌 매장 인테리어 R&D 팀원 중에는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팀장은 농기계 전문가 출신이었으며, 이들은 오토바이 엔진을 매장에 매다는 등 파격적인 창의성을 발휘했습니다. 전문 지식의 틀에 갇히기보다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투명하게 공유해 학습하는 문화를 장려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디지털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하드웨어가 아닙니다. 부서가 기술을 밀어붙여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디지털의 본질은 사람의 생각과 마인드셋의 변화입니다."



2. 신체적 활력과 리더 양성이 만들어내는 복리(Compounding) 효과 (넥스트 점프)
넥스트 점프의 찰리 킴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원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면, 그들의 건강과 성장을 조직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화했습니다.
- 에너지와 신체 활력(Physical Energy) 투자: 넥스트 점프는 근무 시간 중 체육관을 개방하고 댄스, 스피닝, 웨이트 등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시스템을 통해 수면과 운동을 데이터로 관리하며 참여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신체 건강과 에너지 레벨이 올라갈 때 직원의 자신감과 업무 집중도, 전략 실행력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실증적인 성과로 증명해 냈습니다.
- ‘탁월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서 ‘탁월한 리더를 육성’하는 조직으로: 외부에서 완벽한 인재를 찾기보다 내부 구성원을 함께 성장시키는 조직을 지향했습니다. 모든 직원이 2인 1조 코칭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후배 직원의 성장을 도울 의무를 지닙니다. 특히 시니어 리더들의 핵심 평가 지표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후배를 또 다른 리더로 키워냈는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 실패를 용인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직급을 최소화하고 상호 피드백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취약점과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보완하는 신뢰 문화를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인간 중심 시스템을 토대로 넥스트 점프는 7년간 연평균 60%라는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냈으며, 입사 경쟁률 500:1을 기록하는 혁신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3. 상생과 사회적 가치: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완성하는 축
두 리더의 인간 중심 철학은 사내 임직원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 동반자로서의 파트너십: 윌리엄 킴은 협력업체를 하청이나 단기 계약 대상(을)으로 대하지 않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진정한 동반자로 존중했습니다. 경영진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축하 무대를 꾸미고 대표의 생일을 챙기는 등, 관계의 기본에 사람 대 사람의 진정성을 두었습니다.
- 사회 환원과 공동체 기여: 찰리 킴은 국제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 슈퍼 옥수수 연구에 헌신한 아버지 김순권 박사의 사명감을 경영에 투영했습니다. 회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직원 성장과 지역 사회 공헌에 배정하고,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취약 계층 아동 교육 봉사에 참여하도록 근무 시간을 지원했습니다.


마치며: 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의 기초
비즈니스에서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은 상수에 가깝습니다. 경기 침체, 기술 패러다임의 격변, 시장 트렌드의 급변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결국 현장에서 매일 판단하고 실행하는 ‘사람’입니다.
직원을 단순히 목표 달성을 위한 생산 수단이나 비용으로 보는 조직과, 직원의 건강·성장·도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복원력을 보여줍니다.
넥스트 점프와 올세인츠가 증명한 명제는 명확합니다. 기술과 시스템은 사람을 돕는 도구일 뿐이며, 사람이라는 단단한 기초 위에 세워진 조직은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리더십과 조직은 지금 어디에 집중하고 있습니까? 구성원을 성장시키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얼마만큼의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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