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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

반응하지 않고, 선택하는 사람

by Heedong-Kim 2026. 11. 7.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 나의 방향을 지키는 법

“The calmer you are, the clearer you think. Let your decisions come from a place of peace, not from reaction.”

 

마음이 고요할수록 생각은 명료해진다. 그리고 좋은 결정은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차분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한다. 사소하게는 누군가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부터, 중요하게는 어떤 일을 하고, 누구와 함께하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까지.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내린 결정 중에는 충분한 고민 끝에 선택한 것보다 당시의 상황과 감정에 떠밀려 결정한 것들이 적지 않았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조급함,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서운함. 때로는 이런 감정들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더 강하게 행동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상황이 어려웠던 것과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자유

오래전에 읽었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개념이 있다.

Stimulus → Freedom to Choose → Response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의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외부의 자극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비판했기 때문에 화가 났고, 회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의욕을 잃었으며, 상황이 불리해졌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누군가는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는다. 누군가는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만, 다른 누군가는 다음에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극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선택의 자유란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이것이 내가 이해한 주도성의 본질이다.

기술을 개발하던 시절, 정답은 언제나 명확하다고 믿었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였다.

회로를 설계하고 측정하며,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원인을 찾아 수정하는 일이었다. RF 회로의 성능은 비교적 명확한 수치로 나타났다. 측정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설계 조건을 다시 살펴보고, 부품과 회로를 수정한 뒤 검증하면 되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언제나 간단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은 존재했다.

당시에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고, 기술과 영업을 거쳐 마케팅 업무를 맡으면서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기술적으로 올바른 판단이 반드시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고객의 요구는 늘 명확하지 않았고,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특히 여러 국가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효과적이었던 마케팅 활동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똑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의 성숙도, 고객의 의사결정 구조, 조직문화, 영업과 기술 조직의 협력 방식까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그때부터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좋은 판단은 정답을 많이 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는가에서 시작된다.

환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하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는 《Situated》에서 얻은 통찰도 이러한 경험과 맞닿아 있다.

나는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해했다.

Situation → Thought → Response

상황이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그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존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누구와 함께하며, 어떤 평가와 압박을 받는지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

성과를 지속해서 요구받는 환경에서는 단기적인 숫자에 집중하기 쉽다. 경쟁이 심한 조직에서는 동료의 성공조차 자신의 실패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이러한 환경의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스스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현재의 조직과 역할, 평가 기준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 환경이 요구하는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코비의 선택의 자유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환경이 나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반응하게 되고,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선택할 수 있다.

리더십은 정답을 제시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졌다.

젊었을 때는 리더란 누구보다 더 많이 알고, 빠르게 판단하며, 조직을 강하게 이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요한 마케팅 행사를 준비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보자.

 

발표자가 갑자기 일정을 변경하거나, 핵심 데모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않거나, 기대했던 고객 참여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그런 순간에는 누구나 당황한다. 책임자를 찾고 싶어지고, 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실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정적인 질책은 구성원들이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보다 자신의 책임을 줄이거나 실수를 감추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차분한 질문이다.

지금 실제로 발생한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목표를 지키기 위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문제를 즉시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감정적인 반응 때문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일은 줄여 준다.

 

무엇보다 리더의 평정심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리더가 불안해하면 조직도 불안해지고, 리더가 방어적으로 반응하면 구성원들도 자신의 생각을 감추기 시작한다.

반대로 리더가 침착하게 문제를 바라보면 구성원들은 더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대안을 함께 찾을 수 있다.

 

리더십은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 능력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직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지켜 주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커리어의 갈림길에서 다시 생각하는 선택의 자유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생각을 나 자신의 커리어에도 적용해 보게 된다.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일하며 기술과 영업, 마케팅이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경험했다.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다양한 고객과 동료를 만나며, 자신이 가진 경험을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지금까지 잘해 온 일을 계속하는 것이 최선일까.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야 할까. 내가 가진 경험과 전문성을 앞으로 어디에서 가장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다.

조직에서의 역할과 위치, 승진과 보상,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 그리고 익숙한 업무를 떠나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의 상황 자체가 판단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기대했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새로운 제안을 받으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뒤로하고 도전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정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불편함에서 벗어나려는 것인가.

새로운 역할이 나의 강점과 장기적인 방향에 맞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지금보다 나아 보이는 조건에 반응하고 있는 것인가.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선택이다.

 

물론 모든 결정에 완벽한 확신을 가질 수는 없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선택과 충동적인 선택은 다르다.

 

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후자는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판단을 서두르는 것이다.

어쩌면 커리어의 후반부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직책이나 더 많은 기회를 무조건 추구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경험과 재능을 어디에서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평정심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가끔 침착한 태도를 소극적이거나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평정심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는 적극적인 태도에 가깝다.

감정이 앞서고 상황이 급박할수록 잠시 멈추는 일이 필요하다.

 

그 짧은 순간에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나의 해석인가. 지금의 반응이 내가 원하는 장기적인 결과에 도움이 되는가.

스티븐 코비가 이야기한 자극과 반응 사이의 선택의 자유는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한다.

 

그리고 《Situated》를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 환경의 영향력은, 그 선택의 자유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두 관점을 연결하면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더 나은 판단의 출발점이고,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방법이다.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회사의 조직 개편도, 시장의 변화도, 다른 사람의 평가도 언제나 내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태도로 대응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여전히 나의 선택이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나를 성장시킨 것은 반드시 좋은 환경이나 유리한 조건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고, 불편한 상황이 스스로의 강점과 한계를 돌아보게 했다.

물론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당시의 어려움이 또 다른 가능성의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이제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선택하려고 한다.

 

주변의 평가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조급해하기보다 앞으로 어떤 역량을 쌓아야 할지 고민하며, 새로운 기회 앞에서는 그것이 나의 방향과 일치하는지 먼저 살펴보려 한다.

모든 선택이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잘못 판단하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한 길이라면 그 결과에서 배우고 다시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

반면 상황과 감정에 떠밀려 내린 결정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할수록 생각은 명료해진다.

 

생각이 명료해질수록 나에게 주어진 상황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리더십의 깊이를 만들고, 커리어의 방향을 바꾸며, 결국 삶의 모습을 결정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상황과 행동 사이에는 생각의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을 잃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내가 배워 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나를 흔들 수는 있어도, 나의 방향까지 결정하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제 더 빠르게 반응하는 사람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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