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하기는 쉽다.
어떤 결과물을 앞에 두고 조금만 거리를 두어 바라보면 부족한 점은 금세 눈에 들어온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문장이 어색할 수도 있다.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고, 왜 그렇게 했느냐고 따질 수도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내는 일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때로는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어도 가능하다.
“별로인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했지?”
몇 마디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 일을 처음부터 만들어낸 사람의 자리에 서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렵다.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과 예산을 고려해야 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조율해야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한다. 때로는 충분하지 않은 정보만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과물 하나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고민이 들어 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비판하는 능력보다 대안을 만드는 능력이 훨씬 어렵고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판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비교적 쉽다. 하지만 한 문장을 더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그 순간부터 말한 사람도 문제 해결의 일부가 된다. 비판자에서 참여자로 위치가 바뀌는 것이다.
나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이런 차이를 여러 번 보았다.
어떤 사람은 회의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찾아낸다.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안 된다. 예산이 부족하고, 시간이 없고, 고객이 원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부서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문제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 사람이 제시한 대안은 하나도 없다. 문제를 누구보다 많이 이야기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것은 거의 없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문제를 지적한 뒤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제가 먼저 초안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다른 팀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과 일하고 싶다.
완벽한 답을 가진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함께 답을 찾으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좋은 동료와 좋은 리더의 차이는 어쩌면 여기에 있다.
과거의 조직에서는 관리자가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었다. 경험이 많았고 의사결정 권한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부하 직원들이 만든 결과물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다시 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이다.
그런 관리 방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문제는 거기에서 역할이 끝날 때다.
관리자의 자리에 앉아 결과를 평가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직은 쉽게 경직된다.
“이건 부족한 것 같은데.”
“좀 더 고민해보세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말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정작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없다.
이런 방식은 관리자를 안전한 위치에 머물게 한다. 결과가 좋으면 자신의 관리 덕분이고, 결과가 나쁘면 실행한 사람의 능력 부족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은 때때로 책임을 피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 된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AI의 등장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 많은 사람에게 AI는 조금 편리한 도구 정도였다. 번역을 시키고, 이메일 초안을 만들고, 긴 문서를 요약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훨씬 크다.
LLM과 Agentic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가고 있다.
자료를 찾고,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비교하고, 초안을 만들고, 수정하고, 때로는 정해진 일을 스스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 AI는 점점 도구에서 동료에 가까운 존재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령을 잘 입력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함께 생각하는 능력이다.
나는 무엇을 해결하려는가.
왜 이것이 중요한가.
어떤 다른 방법이 있는가.
지금의 생각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더 나은 방법은 없는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한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던지고 답을 받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을 다시 검토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다른 관점을 요구하고 반론을 요청한다. 조건을 바꾸어보고 다시 비교한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AI 시대에는 협업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AI까지 활용해 더 나은 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세상은 이미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기술은 빠르게 변한다. 시장도 변한다. 고객의 요구도 변한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도 정답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하다.
특히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경험은 분명 강력한 자산이다.
하지만 경험이 어느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거부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해봤는데 안 됐어.”
“그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AI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이런 말은 대부분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다음 질문이 빠져 있다.
“그러면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환경이 달라졌다면 과거에 실패했던 방법이 지금은 가능할 수도 있다.
기술이 달라졌다면 한때 수십 명이 필요했던 일을 몇 사람이 할 수도 있다.
AI가 등장했다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일을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나는 비판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면 누군가는 멈추라고 말해야 한다. 위험이 있다면 지적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비판에는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판의 목적이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신이 틀렸다.”
이것과
“이 부분에는 이런 위험이 있으니 다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이 두 문장은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든다.
첫 번째 말은 사람을 방어하게 만든다.
두 번째 말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조직은 두 번째 문장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곳이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사람이 해결책을 덧붙인다.
또 다른 사람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처음 제안한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고집하지 않는다.
리더도 자신의 의견이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더 나은 답이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이 진정한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협업은 단순히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각자 맡은 일을 하고 마지막에 합치는 것도 진정한 협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로의 생각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야 한다.
A의 아이디어가 B의 생각을 바꾸고, B의 질문이 C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 아이디어가 다시 A의 처음 생각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결과물이 누구 한 사람의 아이디어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질 때 좋은 협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AI 역시 그 과정에 들어올 수 있다.
사람과 AI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은 맥락과 경험을 제공한다.
AI는 방대한 정보와 가능성을 빠르게 탐색한다.
사람은 목표와 기준을 결정한다.
AI는 다양한 대안을 만들어낸다.
사람은 의미와 책임을 판단한다.
AI는 반복적인 탐색과 실행을 돕는다.
이렇게 협업할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과는 개인의 능력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얼마나 좋은 답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아주 작은 태도의 변화가 있다.
어떤 결과물을 보았을 때 곧바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왜 이렇게 했지?”라고 묻기 전에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건 안 돼.”라고 말하기 전에
“가능하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별로다.”라고 끝내기 전에
“나는 어떤 대안을 제안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비판하는 사람은 언제나 많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의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도 많고, 완성된 결과물을 보며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직접 경기장에 들어가 뛰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고, 자신의 생각을 내놓고, 실패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함께 결과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더 적다.
나는 이제 그런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미 그런 시대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가 빠르고 정답이 사라지는 시대일수록 평가하는 능력보다 탐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혼자 옳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함께 더 나은 답을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AI는 그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경쟁력은 얼마나 날카롭게 남의 부족함을 찾아내느냐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보태는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더하는가.
사람과 사람, 그리고 AI의 능력을 어떻게 연결해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그곳에서 차이가 만들어질 것이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안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비판하는 사람이기보다 대안을 제안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문제를 발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이건 안 된다.”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아마 앞으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높은 자리에 선 사람도 같은 인간이다 (2) | 2026.08.09 |
|---|---|
| 물과 싸우지 않는 법 (2) | 2026.08.09 |
| 솔직함은 아래에서 시작되고, 포용력은 위에서 시작된다 (3) | 2026.08.04 |
| 성공은 박수의 방향을 잊지 않는 일이다 (2) | 2026.08.02 |
| 질문에도 눈치가 필요하다 (2) | 2026.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