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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

영업의 본질은 ‘정성’이다

by Heedong-Kim 2025. 10. 10.

영업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고객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생각하며, 그들의 고민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지가 영업의 성패를 가른다.

대부분의 영업인들은 자신의 회사, 제품, 솔루션을 중심으로 사고한다.

그러나 진정한 영업은 고객의 프로젝트, 고객의 목표, 고객의 도전과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일이다.

고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그 ‘같이(With)’의 마음이야말로 세일즈의 출발점이다.


1. 영화 역린이 전하는 영업의 철학

몇 해 전, 영화 역린의 한 장면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대한 오프닝에서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배우 현빈의 근육이 아니라, 한 구절의 문장이었다.

基次致曲 曲能有誠 기차치곡 곡능유성
誠卽形 形卽著 성즉형 형즉저
著卽明 明卽動 저즉명 명즉동
動卽變 變卽化 동즉변 변즉화
唯天下至誠 爲能化 유천하지성 위능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하게 하고
남을 감동하게 하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 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구절은 중용 23장의 내용이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면 그것이 내면에서 겉으로 배어나오고, 그 정성이 주변을 감동시키며, 결국 세상까지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이 원리는 영업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
고객을 만나는 작은 순간에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 작은 제안서 한 줄에도 혼을 담는 사람, 한 통의 이메일에도 배려를 담는 사람 — 그런 영업인이 결국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단기적인 계약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만드는 길은, 결국 ‘작은 정성’의 누적에서 비롯된다.


2. 세심함이 감동을 만든다 — 조용민 상무의 일화

몇 해 전, 세바시 강연에서 전(前) 구글코리아 조용민 상무가 들려준 일화가 있다.
그는 첫 데이트에서 여자친구를 위해 영화관 좌석을 세 개 예매했다고 한다.
두 자리는 자신과 여자친구를 위해, 그리고 나머지 한 자리는 여자친구의 가방을 올려두기 위해서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웃었지만, 동시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영화 데이트’라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서, 상대의 불편함을 미리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영업도 이와 같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묻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제안서를 만들 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심지어 커피 한 잔을 건넬 때에도 상대의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세심함이 바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설득력이다.


3. Why에서 시작하라 — 애플의 영업 철학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Start with Why』는 영업과 마케팅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준다.
그는 애플을 예로 들며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우리 제품은 이러이러합니다(What)”**로 시작한다.
하지만 애플은 항상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보고 싶습니다(Why)”**로 시작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문장의 차이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다.
고객은 제품의 스펙보다 그 안에 담긴 신념과 철학에 더 크게 반응한다.
“Think Different”라는 문구는 단순한 광고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신념이자 고객이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이었다.
이런 이유로 애플은 고객을 ‘소비자’가 아닌 ‘팬’으로, ‘팬’을 넘어 ‘전도자’로 바꿀 수 있었다.

 

영업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무엇을 팔고 있는가(What)보다, 왜 이 일을 하는가(Why)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제품을 통해 당신의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고 싶습니다.”
이 한 문장에는 진정성과 목적이 담긴다.
그것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4. 고객과 ‘같이’ 고민하기

영업의 본질은 ‘함께’의 힘이다.
고객의 고민을 나의 고민으로 받아들이고, 그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고객의 프로젝트를 그저 ‘영업 기회’로만 바라보면, 관계는 피상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고민하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같은 팀이 된다.

 

고객의 기술적 과제, 일정, 내부 보고 체계, 심지어 조직 문화까지 이해하려는 태도는 영업의 ‘전문성’을 넘어선 ‘공감력’의 영역이다.
그런 공감에서 출발한 제안은 비로소 고객의 신뢰를 얻는다.
그 신뢰가 쌓이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영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5. 작은 정성의 누적이 만드는 변화

영업이란 단순히 거래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구축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한 통의 전화, 한 번의 미팅, 한 장의 제안서 — 그 모든 순간에 정성을 담을 수 있다면, 그 정성이 결국 큰 변화를 만든다.
중용의 구절처럼,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면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고, 밝게 빛나며, 결국 상대를 변화시킨다.

 

영업의 세계에서도 그 원리는 같다.
정성을 다한 영업인은 단기 실적이 아니라 장기 신뢰를 얻고,
하루하루의 작은 노력이 쌓여 결국 시장과 조직,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변화시킨다.


6. 마무리 — 진정성은 기술을 이긴다

영업에서 기술, 전략, 화법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정성’**이다.
정성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관심, 세심한 관찰, 진심 어린 대화 속에서만 자란다.
이 정성이 쌓이면 고객은 ‘거래 상대’가 아닌 ‘동반자’가 된다.
그리고 그런 관계는 불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영업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이다.
정성은 언제나 통한다.
그 정성은 고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며, 결국 나 자신을 성장시킨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 그 마음이 진짜 영업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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