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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

지속 가능한 운동, 지속 가능한 삶

by Heedong-Kim 2025. 10. 4.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환경과 경제, 사회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붙는 단어가 되었다. 그 출발점은 1987년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였다. 흔히 ‘브룬트란트 보고서’라고 불리는 이 문서에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방향을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고 정의했다.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최소화하면서도 인간 사회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원칙이었다. 그 이후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으며, 이제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중요한 화두로 다가왔다.

 

나는 이 개념을 운동에도 적용해보고 싶었다. ‘지속 가능한 운동’은 무엇일까?

 

유년기와 청년기에 나는 농구와 축구, 야구를 즐겼다. 공을 차고, 던지고, 뛰어오르는 순간들은 짜릿했고, 팀워크 속에서 땀을 흘리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은 동시에 관절에 부하를 주고 있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점프할 때 무릎이 받는 충격,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서 발목이 견뎌야 하는 압박, 팔을 휘두르며 던질 때 어깨와 손목이 쌓아가는 피로. 젊음은 이 모든 것을 쉽게 무마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가가 서서히 드러난다.

 

내가 잘 아는 회사 선배 한 분이 있다.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하던 분이었다. 야유회에도, 주말 개인 일정에도 늘 농구가 있었다. 그러나 50대가 넘어가면서 무릎 연골에 큰 문제가 생겼고, 이제는 오래 걷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지속 가능한 운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더 민감해진다. 특히 무릎, 허리, 손목, 발목처럼 큰 근육과 근육을 이어주는 관절과 인대는 빠르게 약해진다. 젊을 때는 하루 밤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던 피로가 이제는 며칠씩 이어지고, 한 번 다친 부위는 예전처럼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더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몸에 최소한의 부담만 주면서 오래 이어갈 수 있느냐다.

그 해답을 나는 수영에서 찾았다.

 

수영은 온몸을 사용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물속이라는 환경이 주는 부력 덕분에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은 최소화된다. 달리기에서 무릎이 받는 충격, 농구에서 발목이 버텨야 하는 순간의 부담이 수영에는 없다. 대신 물의 저항을 활용해 근육은 고르게 발달한다. 팔, 어깨, 등, 허리, 다리까지 전신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호흡 또한 규칙적으로 다듬어진다. 마치 ‘호흡 → 리듬 → 전진’의 순환 구조 속에서 몸과 마음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나는 수영을 하면서 ‘지속 가능한 운동’의 의미를 체감한다.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매일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리듬 속에서 긴장과 불안을 내려놓는다. 물 위에 떠 있을 때는 오직 지금의 나와 호흡만 존재한다. 이 단순한 동작의 반복 속에서 몸은 강해지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말이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라면, 지속 가능한 운동 역시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삶의 균형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무리한 운동은 단기간의 성취감을 줄지 모르지만, 결국 몸을 해치고 운동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반대로,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방식의 운동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갈 수 있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취가 된다.

 

나는 이제 운동을 단순히 체력 유지나 체형 관리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내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루틴이며, 몸과 마음을 함께 성장시키는 도구다. 수영장에서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 나는 매일 조금씩 회복되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지속 가능한 운동은 단순히 몸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삶 전체를 위한 태도다. 환경이든 경제든, 혹은 개인의 몸이든, 무엇이든 오래 이어가려면 최소한의 부담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수영이 내게 그런 답을 준 것처럼, 각자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잠시 불꽃처럼 타오르는 운동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삶을 지탱하는 호흡 같은 운동.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속 가능한 운동’이며, 더 넓게는 ‘지속 가능한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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