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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

“We’re All Alone” — 고독이 아닌, 둘만의 세계

by Heedong-Kim 2025. 10. 26.

We’re all alone

 

Outside the rain begins and it may never end

So cry no more on the shore

a dream will take us out to sea

Forever more forever more

 

Close your eyes and dream

and you can be with me

'neath the waves through the caves of hours

Long forgotten now

We're all alone we're all alone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And it will be alright

No need to bother now

Let it out let it all begin

Learn how to pretend

 

Once a story's told

It can't help but grow old

Roses do lovers too

So cast your seasons to the wind

And hold me dear oh hold me dear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And it will be alright

No need to bother now

Let it out let it all begin

All's forgotten now

We're all alone oh oh we're all alone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And it will be alright

No need to bother now

Let it out let it all begin

Owe it to the wind my love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칠 줄 모르는 밤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더는 울지 말아요.
이제 우리의 꿈이,
우리 둘을 바다로 데려가 줄 거예요.
끝없이, 영원히.

눈을 감아요,
그럼 당신은 내 곁에 있을 수 있어요.
파도 아래, 시간의 굴속을 지나
잊혀진 추억 속으로 함께 가요.
이제 우리뿐이에요.
세상은 잠시 멀리 두어요.

창문을 닫고, 등불을 낮추세요.
모든 게 괜찮을 거예요.
이제 걱정은 내려놓아요.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흘려보내세요.
그리고 다시 시작해요.
사랑은 그렇게, 가끔은 연기처럼 흩어지는 법이니까요.

한 번 이야기된 사랑은
세월이 흐르면 빛이 바래기 마련이에요.
장미처럼, 연인처럼.
그러니 지난 계절을 바람에 맡기고,
지금 이 순간만 나를 꼭 안아요.

창문을 닫아요, 등불을 낮추세요.
모든 게 괜찮을 거예요.
걱정은 이제 잊어요.
눈물도, 슬픔도 흘려보내요.
그리고 모든 걸 바람에게 맡겨요.
우린 지금, 오직 우리뿐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2rgGBX7ft6M&list=RD2rgGBX7ft6M&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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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가 시작되는 장면: 고립이 아니라 ‘안식’의 서막

노래는 “Outside the rain begins, and it may never end”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비는 세상 밖의 소음과 혼란을 상징한다. 화자는 그 혼란을 “닫힌 창문”과 “잔잔한 빛”으로 차단하며,
바깥이 아닌 둘만의 내면적 공간으로 초점을 옮긴다.


이 노래의 세계는 외로움의 선언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피난한 둘만의 안식처다.

“We’re All Alone”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Outside the rain begins, and it may never end.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마 그치지 않을지도 몰라요.)

 

이 한 문장은 곡 전체의 정서를 결정짓는다. 바깥세상은 ‘비’로 상징된다. 그것은 불안, 상처, 지나간 사랑의 흔적, 혹은 끊임없이 요동치는 인간사의 소음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이 비를 피하려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아주 조용히 말한다.

So cry no more on the shore, a dream will take us out to sea.
(그러니 더는 해변에서 울지 말아요. 꿈이 우리를 바다로 데려가 줄 거예요.)

 

여기서 ‘shore(해변)’는 현실의 경계이자 고통의 자리다. 화자는 그 경계에서 눈물을 멈추고, 대신 ‘꿈’을 타고 내면의 바다로 이동하자고 제안한다. 바다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이 깊이 잠긴 심연, 인간의 기억과 사랑이 깃든 무의식의 세계다.

 

즉, 이 노래에서 비는 외부 세계의 혼란, 바다는 내면의 평화, 그리고 꿈은 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비가 시작되는 장면은 고립의 시작이 아니라, 세상과 거리를 두고 둘만의 안식처로 이동하는 서막인 셈이다.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창문을 닫고, 빛을 가라앉히세요)”라는 가사는 이 안식처의 문을 닫는 의식이다. 그것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경계의 선언이다. 세상의 비가 아무리 내려도, 창문 너머의 공간에서는 사랑과 평온만 존재한다.


이처럼 곡의 첫 장면은 외부의 소음에서 도피한 ‘둘만의 고요’로 향하는 여정의 출발점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We’re all alone”의 의미가 단순한 ‘고독’이 아니라 **‘둘이 함께 만들어낸 고요한 고립’**으로 전환된다.

 

2. 문법보다 문맥이 먼저 말한다: ‘all’의 의미

문법적으로 “We’re all alone”을 직역하면 “우린 모두 혼자다”가 된다.
그러나 이 곡에서 all은 ‘모두’(수량사)가 아니라 ‘온전히, 완전히’라는 **강조 부사(intensifier)**로 쓰였다.
즉, **“우리는 완전히 단둘뿐이야(We’re completely alone)”**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보편적 진술이라면 “We’re all alone in this world”처럼 ‘세계’나 ‘사람들’이라는 범주가 등장해야 하지만,
이 노래에는 그런 문맥이 전혀 없다. 오히려 *“Hold me dear,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처럼
두 사람만 존재하는 친밀한 상황이 반복된다.


따라서 “We’re all alone”은 ‘모두가 고독하다’는 철학적 선언이 아니라, “우리 둘만 남았다”는 감정적 완결의 표현이다.

많은 이들이 “We’re all alone”을 직역해 “우린 모두 혼자다”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곡의 문장 구조와 감정선은 그 단순한 직역을 거부한다. 영어 문장에서 all은 단순히 ‘모두(all people)’를 뜻할 수도 있지만, **‘완전히(completely)’라는 강조 부사(intensifier)**로 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 She was all tired out. → 그녀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 It’s all right now. → 이제 완전히 괜찮아.
    이처럼 all이 ‘정도의 강조’로 쓰일 때, 문장은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따라서 “We’re all alone”은 ‘세상 모든 사람이 혼자다’라는 보편 진술이 아니라,
“우리는 완전히, 온전히 단둘뿐이다”, 즉 **‘모든 외부와의 연결이 끊긴 완전한 사적 상태’**를 표현하는 문장으로 해석된다.

이 문맥적 사용은 곡 전반의 이미지 흐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가사에는 끊임없이 ‘닫기(close)’, ‘진정시키기(calm)’, ‘놓아주기(let it out)’ 같은 감정적 정화 행위가 등장한다. 이는 ‘세상과 단절’이 아니라 ‘세상을 내려놓는 완전한 몰입’을 의미한다.

 

또한 “we’re all alone”은 그 앞뒤 문장 구조상 상대에게 건네는 위로의 문장이다.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and it will be alright. No need to bother now.

이처럼 ‘괜찮을 거야, 이제 걱정하지 마’라는 따뜻한 말 뒤에 반복되는 “we’re all alone”은
‘세상에 우리뿐이야. 그러니 괜찮아.’라는 안심의 메시지로 들린다.

 

즉, all은 철학적 고독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둘만의 완전한 일체감”**을 표현하는 문학적 강조다.
언어는 문법보다 문맥이 먼저 말한다. 그리고 이 노래의 문맥은, 외로움이 아니라 사랑의 고요한 집중을 말하고 있다.

 

3. 대화의 구조: ‘너’에게만 말하는 노래

가사를 보면 “Close your eyes and dream / You can be with me”처럼
화자는 특정한 ‘너’를 향해 직접 말을 건다. 이는 1:1의 대화, 즉 사랑의 공간을 전제로 한다.
“Let it out, let it all begin”이라는 구절은 세상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감정의 개방과 회복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곡은 ‘고독의 노래’가 아니라 ‘위로의 노래’다. 둘이 세상과 단절된 순간, 비로소 진정한 평화를 얻는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We’re All Alone”의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너’**의 대화로 짜여 있다.


화자는 단 한 사람에게 말을 건다. 그것은 군중에게 외치는 독백이 아니라, 사적인 속삭임이다.

Close your eyes and dream, and you can be with me.
(눈을 감고 꿈을 꾸세요. 그러면 나와 함께할 수 있어요.)

 

이 문장은 단순한 낭만적 제안이 아니다. 현실의 고통과 분주함을 잠시 멈추고, 둘만의 상상 속 공간으로 이동하자는 초대다. 화자는 “세상과의 연결을 끊고 오직 나와 함께하라”고 말한다.


즉, 이 노래는 철저히 2인칭 친밀 대화 구조로 되어 있으며, 그 자체가 “우리 둘뿐”이라는 메시지를 형식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가사 전체를 따라가 보면 화자는 **명령문(imperative)**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 Close the window (창문을 닫아요)
  • Calm a light (빛을 낮춰요)
  • Let it out, let it all begin (모든 걸 내보내요, 그리고 다시 시작해요)

이 명령들은 강요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적 이완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리드다.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행위의 안내서처럼 느껴진다.

 

이런 맥락에서 “We’re all alone”은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 결론부의 감정적 봉인이다.
‘우리 둘만 남았다’는 선언은 화자의 위로가 완성된 순간, 즉 상대의 마음이 완전히 진정되었을 때에 비로소 등장한다. 그 결과, 이 문장은 절망이 아니라 안식의 도달점으로 작동한다.

 

문학적으로도 이 구조는 ‘dialogic intimacy(대화적 친밀함)’의 전형이다.
T. S. 엘리엇의 「Prufrock의 사랑노래」처럼,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 내면의 독백이 결국 특정한 ‘너’에게 닿을 때, 그 말은 고백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된다.
“We’re All Alone”은 바로 그런 감정의 미세한 호흡을 따라가며, ‘둘의 고립’을 통해 진정한 연대를 완성한다.



4. 이미지의 대비: 바깥(혼란) vs 안쪽(안식)

가사 전체는 공간적 이중 구조로 짜여 있다.

  • 바깥: 비, 바다, 계절, 바람 → 시간과 변화, 불안정함
  • 안쪽: 창문, 불빛, 포옹, 침묵 → 평온, 보호, 사랑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경계 설정이다.
세상의 소음을 닫고, 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상징적 동작이다. 바깥이 혼란할수록, 안쪽의 평온은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We’re all alone”은 세상 밖의 고립이 아니라 사랑 안의 고요로 해석된다.

 

이 곡은 철저하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 바깥의 세계(Outside)와 안쪽의 세계(Inside).
이 대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정서의 구조를 시각화한 상징 체계다.

▪ 바깥: 현실의 소음과 변화

Outside the rain begins…
Roses do, lovers too…
Cast your seasons to the wind.

 

‘비’, ‘장미’, ‘계절’, ‘바람’은 모두 변화와 소멸을 상징한다.
비는 현실의 혼란과 눈물, 장미는 덧없는 사랑, 계절은 흐르는 시간, 바람은 놓아버림을 의미한다.
즉, 바깥은 무상함과 불안정의 세계다. 이곳에서 인간은 늘 흔들리고, 끝을 맞이한다.

▪ 안쪽: 닫힘 속의 평온과 회복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No need to bother now.
Let it out, let it all begin.

 

이 공간은 정반대다.
창문을 닫고, 빛을 낮추며, 세상의 시선을 끊는다. 이곳에서는 ‘울음’이 ‘침묵’으로, ‘혼란’이 ‘안정’으로 바뀐다.
모든 외부의 움직임이 멈추고, 오직 둘의 호흡만이 흐르는 고요한 내면의 방이 열린다.

이 대비 구조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곡의 정서적 여정을 나타낸다.


바깥에서 안쪽으로의 이동은, 결국 불안 → 수용 → 치유의 순서를 따라간다.
바깥의 비는 멈추지 않지만, 창문 안의 세계는 이미 평온하다.

문학적으로 이는 ‘폐쇄된 공간의 구원’이라는 고전적 상징 구조를 따른다.


바흐친(M. Bakhtin)이 말한 *chronotope of intimacy(친밀성의 시간-공간)*처럼, 바깥의 시간은 흘러가지만 안쪽의 시간은 멈춘다. 둘만의 공간은 영원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화자는 “Forever more”를 반복한다.

 

결국 “We’re all alone”은 이 두 공간을 가르는 문장이다.
문을 닫는 순간, 세상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둘만의 세계다. 그곳은 현실의 피난처이자, 감정의 성역이며, 사랑이 고요하게 머무는 영원의 순간이다.




5. 감정의 흐름: 체념에서 수용으로

이 노래의 감정선은 처음의 “cry no more(울지 말아요)”에서 마지막의 “owe it to the wind, my love(모든 것을 바람에 맡겨요, 내 사랑)”으로 완성된다. 슬픔을 억누르는 대신, 자연의 흐름처럼 흘려보내는 수용의 미학이 드러난다. 결국 “우린 모두 혼자야”라는 절망이 아니라, “세상은 사라지고 우리만 남았어”라는 평화의 확신으로 끝난다.

 

“We’re All Alone”의 감정선은 단순히 사랑의 이별이나 외로움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감정의 순환’—즉, 울음에서 침묵으로, 고통에서 수용으로 이동하는 정서적 여정으로 짜여 있다.

곡의 초반부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So cry no more on the shore, a dream will take us out to sea.
(그러니 더는 해변에서 울지 말아요. 꿈이 우리를 바다로 데려가 줄 거예요.)

 

이 구절은 감정의 출발점이 ‘눈물’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눈물을 흐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선언이다.
‘cry no more’는 억제의 명령이 아니라, ‘이제 충분히 울었으니 놓아도 된다’는 부드러운 초대다.
바다는 그 눈물이 흘러 들어가 정화되는 공간이다. 즉, 슬픔을 부정하거나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연의 순리’ 속에 통합하는 과정이다.

 

이후 가사는 반복적으로 ‘닫기’, ‘진정시키기’, ‘놓아버리기’의 행위를 명령한다.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let it out, let it all begin.

이 일련의 동작들은 **감정의 정화 단계(purification)**를 상징한다.


닫는다는 것은 도피가 아니라,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내면의 소리를 듣겠다는 선택이다. ‘calm a light’—빛을 가라앉힌다는 표현은 자신의 내면적 불안을 진정시키는 은유이며, ‘let it out’은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흘려보내라는 치유의 언어다.

 

결국 곡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Owe it to the wind, my love.
(모든 것을 바람에 맡겨요, 내 사랑.)

여기서 화자는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
‘바람’은 자연의 순환, 시간의 흐름, 혹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삶의 힘을 상징한다. 그 바람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은 **완전한 수용(acceptance)**의 경지다.

 

따라서 이 노래의 감정 구조는 **‘체념(resignation)’이 아니라 ‘수용(acceptance)’**이다.
체념은 포기이지만, 수용은 성숙이다. 화자는 비로소 세상의 무상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고요한 사랑의 형태를 찾는다. 그래서 “We’re all alone”은 이별의 한숨이 아니라, 고요한 깨달음의 문장으로 들린다.
세상은 여전히 요동치지만, 둘의 마음은 이미 평온에 닿아 있는 것이다.



6. 음악이 말하는 것: 고요한 위로의 정조

Boz Scaggs의 원곡은 재즈와 소울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Carpenters의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카렌 카펜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더욱 내밀한 위로의 감정을 강조한다.
잔잔한 피아노와 현악기의 흐름은 **‘고독의 정적’이 아니라 ‘안심의 정적’**을 표현한다. 따라서 같은 가사라도, 음악적 어조 자체가 “둘뿐인 공간”이라는 해석을 더욱 뒷받침한다.

 

“We’re All Alone”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가사뿐 아니라 음악의 결을 통해서도 완성된다.
Boz Scaggs의 원곡(1976)은 재즈와 소프트 록의 경계에 서 있다.


피아노의 따뜻한 코드, 느리게 흐르는 베이스, 그리고 잔잔한 현악의 배경은
감정의 절정을 향해 치닫지 않고, 점진적으로 감정의 결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음악적으로 보면, 이 곡은 클라이맥스를 부정하는 구조를 갖는다.


대부분의 러브송이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폭발(폭음, 고조된 멜로디, 강한 리듬)을 통해 ‘절정’을 연출하는 데 반해, 이 곡은 오히려 끝으로 갈수록 조용해진다. 보컬은 속삭임에 가까워지고, 악기의 질감은 얇아지며, 리듬은 거의 사라진다.

이러한 **감정의 역진 구조(reverse climax)**는 곡의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사랑과 삶은 격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고요한 수용 속에서 완성된다. 즉, 이 음악은 듣는 이를 ‘울리는’ 대신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위로한다.

 

Carpenters가 리메이크한 버전(1977)은 이 정서를 한층 더 섬세하게 다듬는다.
카렌 카펜터의 목소리는 공기처럼 부드럽고, 그 울림은 마치 젖은 유리창을 손끝으로 쓸어내리는 듯한 질감을 가진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사의 핵심인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의 정서를 완벽히 구현한다 —
‘닫고, 낮추고, 가라앉히는 행위’가 보컬의 질감으로 실현되는 순간이다.

 

음악의 조율(Arranging)에서도 섬세한 대비가 존재한다.
피아노와 현악은 바깥의 비를, 보컬과 잔향은 창문 안의 고요를 표현한다. 청자는 자연스럽게 ‘밖과 안’을 오가며, 감정의 이동을 청각적으로 경험한다.

결국 이 노래는 사운드 그 자체로 “위로의 구조”를 설계한 작품이다.


곡은 청자를 무릎 꿇게 하는 슬픔으로 몰아넣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어깨를 감싸며 “괜찮아, 이젠 놓아도 돼”라고 말한다.

그래서 “We’re all alone”은 언어 이전의 위로, 즉 음악이 건네는 따뜻한 침묵이다.
이 곡을 듣는 동안, 외로움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품어지고, 흡수되고, 평온으로 변한다.



7. 언어적·심리적 통합: ‘alone’의 두 얼굴

영어 ‘alone’은 객관적 고립(타인의 부재)과 주관적 고독(감정의 결핍)을 모두 의미한다.
이 노래는 그 중 전자를 선택해, **‘타인을 차단한 완전한 친밀함’**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즉, ‘alone’이 더 이상 외로움을 뜻하지 않고, 사랑의 가장 깊은 형태—세상에서 단절된 완전한 일체감을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 단어 **‘alone’**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두 가지 상반된 세계가 공존한다.
첫째는 **객관적 의미(objective meaning)**로서의 타인의 부재 — 즉,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상태다.
둘째는 **주관적 의미(subjective meaning)**로서의 정서적 고립 — 외부와의 단절로부터 오는 감정적 고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We’re all alone”을 들을 때 자동적으로 후자의 의미, 즉 고립된 외로움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곡은 그 감정적 무게를 완전히 뒤집는다. Boz Scaggs는 ‘alone’을 고립이 아닌 완전한 집중의 순간, 즉 세상과 단절된 둘만의 연결 상태로 재해석한다.

 

이 지점에서 언어는 철학이 된다.
‘alone’이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 all one(하나로 합쳐진 상태)에서 유래했다. 즉, 본래 ‘혼자’는 ‘완전히 하나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어원적 흔적을 따라가면, “We’re all alone”은 “우리 둘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있다”는 영적 일체감의 선언으로 읽힐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아도 이 곡의 정서는 ‘고독’보다는 **‘응집된 친밀감(intimate solitude)’**에 가깝다.
융(Carl Jung)은 인간이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고요한 자기’의 공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곡에서 화자는 바로 그 공간으로 상대를 이끈다.

“Close the window, calm a light.”
(창문을 닫고, 빛을 가라앉히세요.)

 

이는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내면적 후퇴다.
그 순간 “We’re all alone”은 ‘둘만 남은 고립’이 아니라, 모든 소음이 사라진 후 드러나는 진짜 친밀함이 된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도 이 문장은 깊은 치유의 언어다.


고독은 통상 상실의 감정과 연결되지만, 이 노래 속 고독은 관계 속에서 회복되는 고요한 고독이다.
즉, 외로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고독을 통해 치유하는 방식이다. 둘은 세상에서 물러났지만, 그 물러남 속에서 오히려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결국, “We’re all alone”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두 감정 — ‘혼자 있고 싶은 욕구’와 ‘함께 있고 싶은 욕구’ — 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이 문장은 인간 관계의 가장 성숙한 형태를 상징한다.


고독 속의 연대, 침묵 속의 대화, 단절 속의 연결.
이 모든 역설이 ‘alone’이라는 단어 하나에 농축되어 있다.



💡 결론: “We’re all alone” —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사랑의 문장

“We’re all alone”은 고독의 진술이 아니다.
그건 세상을 닫고, 사랑을 여는 문장이다. 창문을 닫고 불빛을 낮추며, 세상의 소음을 멀리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 우리는 모두 혼자가 아니라, 오직 우리 둘뿐이다.

 

“We’re All Alone”은 단순한 러브송이 아니다.
이 곡은 사랑과 고요, 고독과 위로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노래다.

비가 내리는 세상에서 화자는 창문을 닫고, 빛을 낮추며, 모든 소음을 멈춘다.
그는 더 이상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말한다.

 

“It will be alright.”
(괜찮을 거예요.)

 

이 한마디는 세상의 소음보다 강한 위로다. 그 안에는 수용, 포용, 그리고 사랑의 평정이 담겨 있다.

이 곡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외로움을 피하지 말고, 그 속에 들어가라.
그러면 그 고요 속에서 진짜 사랑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고독을 부정하는 대신, 그것을 품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We’re all alone”은 절망의 문장이 아니라, 평화의 선언, 사랑의 성숙을 알리는 조용한 고백이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 세상은 점점 멀어진다.
비는 여전히 내리지만, 그 소리는 더 이상 슬프지 않다. 그저 배경처럼 잔잔히 흐르고, 두 사람은 그 안에서
말 없이 서로를 감싸 안는다.

 

‘We’re all alone’—
이 문장은 결국 이렇게 들린다.

“세상은 멀리 있고, 지금 이 순간은 오직 우리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고독은 사라지지 않지만, 사랑이 고독을 품는다.
그것이 이 노래가 말하는 진짜 의미다 —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완성된 사랑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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