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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 생각, 에세이

특이점 이후의 인간 — 공존의 시대를 향하여

by Heedong-Kim 2025. 10. 26.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두려움과 경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단어, 싱귤래리티(Singularity, 기술적 특이점).
그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순간을 뜻한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를 개선하며,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하는 지점.
그 이후의 세상을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시점은 이미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이점’이라는 단어는 본래 물리학에서 비롯되었다.
블랙홀의 중심처럼, 더 이상 기존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 개념이 기술 분야로 옮겨오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을 가리키게 되었다. 즉, 기계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 인간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시점, 그것이 바로 기술적 특이점이다.

 

이 순간이 오면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을 단순히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스스로 수정하고 개선하는 존재로 변한다. 그때 인간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은 인간의 감정과 윤리를 배울 수 있을까?”

 

AI는 인간이 쌓아온 지식과 정보의 총합을 빠르게 습득한다. 그러나 지식의 축적지혜의 체화는 다른 문제다. 지식은 데이터이지만, 지혜는 경험과 감정의 결합이다. AI는 지식의 복제에는 탁월하지만, 지혜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용서’라는 단어를 이해한다고 해서 그 단어에 담긴 감정의 깊이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개념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감정의 떨림과 아픔을 공감할 수는 없다.

AI는 ‘윤리’를 학습할 수는 있지만, 양심을 가질 수는 없다. 윤리는 인간 사회의 규칙이지만, 양심은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다. 이 차이야말로 인간이 여전히 AI와 다른 존재로 남을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AI는 우리의 일을 빼앗을 적인가, 아니면 새로운 파트너인가?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답은 명확하다. 나는 마케터로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문구를 다듬고,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이제 팀의 일원처럼 일하고 있다. 마치 말년 대리나 신입 과장이 옆에서 나를 돕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AI에게 일의 맥락을 설명하고, 목표를 알려준다.
그러면 그는 몇 가지 제안을 내놓는다.어떤 것은 너무 단순하거나 엉뚱하고, 어떤 것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탁월하다. 마치 인간과 일할 때처럼, 서로의 언어와 방식을 조율하며 ‘배움의 관계’가 형성된다.

몇 번의 피드백과 대화가 오가면, AI는 점점 나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맥락을 읽어낸다. AI는 나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확장하는 존재라는 것을.

 

AI가 등장한 이후,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묻는다. “AI가 인간의 일을 빼앗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지만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 “AI가 단순한 일을 대신할 때, 우리는 어떤 더 깊은 일을 할 수 있을까?

AI는 반복적이고 계산적인 업무에 탁월하다. 그러나 여전히 창의적 판단과 복합적 감정이 필요한 영역은 인간의 몫이다. 나는 기획자로서, 핵심 아이디어를 결정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AI가 다듬어준 문장과 자료 위에서, 나는 더 정교한 감정과 의미를 불어넣는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 ‘정확함’은 기계가 담당하고, ‘의미’는 인간이 완성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기계 협업의 새로운 분업 구조다.
AI가 계산을, 인간이 해석을 담당한다.
AI가 문장을, 인간이 맥락을 만든다.
AI가 실행을, 인간이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해외 지역 행사를 기획할 때, AI의 진가가 드러난다. 영어 문구를 고민하던 밤, 나는 AI에게 문장을 맡기고 그 결과를 검토한다. 그는 마치 오랜 해외 경험이 있는 동료처럼 유창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어투를 제안한다.

그 덕분에 나는 ‘언어’라는 장벽을 넘어, 더 큰 관점에서 메시지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AI는 언어의 번역자이자 문화의 해석자로서 나의 일을 돕고 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깨닫는다.


AI는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창의의 파트너라는 것을.

 

결국 기술의 진보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AI는 우리의 생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생각의 방향을 넓혀줄 수 있다. 그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디어를 확장시킨다. 그는 지식을 정리해주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에도, 그는 인간의 ‘의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AI가 아무리 스스로 학습한다 해도, 그 출발점은 인간이 만든 질문이기 때문이다.

 

싱귤래리티는 결국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 이해의 확장점이다. 우리가 AI를 적으로 보느냐, 동반자로 보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AI와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는 AI와 함께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시대다. 그와 협력하며, 인간만이 가진 감정과 가치, 상상력을 더 깊이 탐구해야 한다.

 

기술적 특이점은 인류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성의 시작점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생각’을 한다면, 인간은 ‘의미’를 만든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특이점 이후의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AI는 인간의 대체물이 아니라, 인간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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